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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5-12 15:22
시민단체 "극단선택 경비원도 가정있는 분…가해자 엄벌해야" "단순한 개인 또는 한 아파트의 문제 아냐…방지대책 절실"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957  


"저 억울해요" 극단 선택 경비원에 아파트 주민 애도 물결

[현장] 제사상 차리고 경비실 조문 이어져... 촛불집회도 열 예정

시민단체 "극단선택 경비원도 가정있는 분…가해자 엄벌해야" "단순한 개인 또는 한 아파트의 문제 아냐…방지대책 절실"

한 아파트 단지 경비원이 주민의 폭행과 괴롭힘으로 인해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경비원 최아무개씨는 유서에 "저 억울해요. 제 결백 밝힐게요"라는 말과 함께 주민들을 향해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남겼다. 이 경비원의 빈 자리는 장례식이 끝나기도 전에 대체됐다.

"항상 친절히 웃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매번 따뜻하게 인사 건네주셔서 감사했어요.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얼마나 힘들고 외로우셨을까요. 죄송합니다. 부디 살아서 당하신 고통 다 잊으시고 평화롭게 영면하소서."
"그렇게 선하고 순수하신 분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저까지 억울하네요."

11일 오전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경비실에 포스트잇으로 추모의 글귀를 써놓았다. 경비실 앞에는 간단한 제사상이 차려졌다. 곶감과 대추, 배, 사과, 막걸리가 한 상에 놓였다.

이날 오전에 경비실 앞을 방문한 한 아파트 주민은 국화꽃다발과 국화꽃 화분을 사서 경비실 앞에 차려진 빈소에 내려놓고 연신 눈가를 닦았다. 몇몇 주민은 경비실 앞을 서성이다가 제사상 앞에서 경비실을 향해 인사를 했다. 다른 주민은 조문을 하다가 분노에 차서 허공에 대고 말하기 시작했다.

"천벌을 받을 사람이야. 법이 대체 뭔지."

이날 최씨 대신 처음으로 출근을 한 경비원은 "나는 오늘 아침에 출근하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당황해 했다. 경비일은 오늘이 처음이라는 그는 경비실을 찾는 주민들을 대신 맞이했고 간이 제사상의 촛불이 꺼질 때마다 불을 붙였다. 그는 기자를 보면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어야죠"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경비원을 괴롭힌 주민 A씨를 비판했다. 한 주민은 <오마이뉴스>에 "아저씨(경비원)와 주민 사이에 싸움이 붙었을 때 주민들이 창문을 열고 아저씨의 편을 들어주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힘을 드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후회와 죄책감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이 주민은 "며칠동안 아저씨가 경비실 밖을 서성이시던 모습이 기억나 마음이 아프다"라며 "경비실 공간이 협소해 주무실 때도 간이침대에서 주무셨다. 한밤중에 경비실 문을 두드리거나 열고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안전이 보장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A씨가 최씨를 괴롭히기 시작한 건 지난 4월 21일부터였다고 한다. 이날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이중주차가 된 A씨의 차를 밀던 최씨를 A씨가 다가와 밀친 것이다. 이 장면은 모두 아파트 CCTV에 담겼다.

이후 A씨는 최씨를 관리소장에게 끌고 가서 '해고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 주민은 "아저씨에게 들은 바로는 해당 입주민이 경비실 안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가는 아저씨를 따라들어와 머리채를 잡고 때렸고 이때의 충격으로 코뼈가 부러져 주저앉고 구둣발에 밟힌 발가락 뼈가 부서지고 뇌진탕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A씨의 행동을 "갑질"로 판단하고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하지만 10일 최씨는 결국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집 근처에서 발견됐다. 최씨의 장례식장은 상계백병원에 차려졌다. 10일부터 차려진 빈소에는 아파트 주민들 여럿이 다녀갔다. 주민들은 11일 오후 7시부터 경비실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노원노동복지센터 임득균 노무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오마이뉴스>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경비노동자들은 워낙 불안정한 지위에 있기 때문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씨의 경우 아파트 동대표회의를 통해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우이동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매달 정기적으로 열리는 동대표회의에서 고용 권한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노무사는 "계약기간이 짧다 보니 경비노동자들은 갱신이 되지 못할까봐 신고하지 못하거나 신고를 하더라도 불이익 처분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파트 입주민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경비노동자를 보호하려고 노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보호 장치가 많이 없다 보니 극단적인 상황까지 오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임 노무사는 "어느 지자체의 경우 '일자리 상생 아파트'를 운영해 경비노동자 계약기간을 길게 한다. 단기간 계약을 하니 소모품처럼 여겨지는데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계약기간을 준수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1일 '저희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아파트 입주민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안타깝고 화가 나는 마음에 처음 국민청원을 올려본다. 문재인 대통령님, 부디 약자가 강자에게 협박과 폭행을 당해서 자살을 하는 경우가 없는 나라가 되게 해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임계장 이야기>(후마니타스)의 조정진 작가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조 작가는 페이스북에 "제가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한 첫 날, 경비원 한 분이 투신하셨는데 또 다시 이렇게 참혹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동료인 60~70대 아파트 경비원들께서 제게 대신 책으로 써달라고 저를 격려해주셨는데 억울한 죽음을 막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조 작가는 "흔한 갑질 중 하나라고 그렇게 넘어가면 안 됩니다. 분명한 사회적 타살입니다"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개선안을 마련해야 합니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지금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빈소에 조문도 갈 수 없습니다. 하루를 쉬려면 대체근무자를 구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라며 "돌아가신 경비원의 심정만은 제가 알 수 있습니다. 그 분도 살기 위해 노동을 한 것이지 그렇게 죽으려고 노동을 한 것이 아닙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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