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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4-08 17:43
펌 민중의소리> “꼬깃꼬깃한 가입원서, 홈플러스노조의 힘입니다”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3,317  


▲ 김기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홈플러스노조 위원장

“노조 설립신고 했더니 곧바로 관리자들이 친절해졌어요. 무전기로 업무 지시할 때도 반말이 예사였는데 존댓말을 쓰고. 회사에서 정시 퇴근하라고 해서 어리둥절하다가 다같이 술 한잔 먹었다는 분들도 많아요.”

지난 24일 설립총회를 갖고, 25일 노동부 설립 신고, 28일 신고필증 교부, 29일 설립 기자회견, 이후 전국 점포 방문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홈플러스노조 김기완 위원장은 피곤해 보였다. 그는 문래동에 위치한 영등포점에서 근무하면서 위원장 역할을 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그러나 폭발적인 조합원 증가와 밀려드는 격려 연락에 고무된 듯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 넘쳤다.

조합원 숫자는 ‘기밀’... “101개 점포 대부분 조합원 확보”

우선 궁금한 것은 조합원 숫자였다.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을 모색하는 회사도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이 아마 조합원 숫자일 것이다. 노조 설립 3일 만에 조합원이 300명이 넘었다고 밝힌 김 위원장은 웃기만 할 뿐 현재 숫자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대신 김 위원장은 “전국에 101개 홈플러스 점포 거의 모든 곳에서 조합원이 가입했다. 한 부서가 통째로 가입한 곳도 많다. 예상보다 반응이 더 뜨겁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홈플러스에 직접 고용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망라해 2만여명을 조합 가입 대상자로 보고 있다.

그는 “회사 쪽의 대응을 보면서 적당한 시점에 조합원 숫자를 공개하겠다. 아마 깜짝 놀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당연한 말이지만, 김 위원장은 조합원들의 처우와 생활을 개선하는 것이 노조 설립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고 밝히며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여건을 털어놨다.

김 위원장이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수당도 주지 않고 일을 시키는 연장근무.

오전 6~8시에 출근해 3시 정도에 퇴근하는 사람을 ‘오픈조’라고 하고 오후 2~3시에 출근하는 사람을 마감조라고 하는데, 오픈조로 출근해 밤 9시, 10시까지 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그는 말했다.

“전쟁이라고 부르는 명절을 낀 한 달간은 오픈조로 출근해 새벽까지 일하는 일도 흔하다. 그런데도 회사는 연장수당을 거의 지급하지 않았다. 관리자에 따라 명절 다음 달에 조금 수당을 달아주는 사람이 있는 정도다”

연장근무 여부도 당일 결정돼 출근하면서도 내가 오전 몇 시에 퇴근할지 알지 못한다고 한다. 미혼들은 데이트를 할 수도 없고, 가정 있는 사람도 가족모임을 잡을 수도 없었다.

홈플러스노조는 설립과 동시에 회사 측에 그간 지급하지 않은 연장근무 수당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간부 두 사람이 노조 결성을 준비하며 연장근무 시간을 계산해주는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수 개월 동안 미지급 연장근무수당을 계산했다. 노조는 자료가 확실한 만큼 승소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고 이후 전체 조합원들에게도 미지급 연장수당이 지급되게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장근무 수당조차 미지급,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

근무가 들쑥날쑥인 것도 문제다. 같은 주에 오픈조와 마감조를 번갈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노동자들이 쉬어도 피곤이 가시지 않고 늘 물먹은 솜처럼 몸이 늘어지는 어려움을 하소연 한다고.

지금은 의무휴업일이 생겨서 한 달 중 이틀은 같은 점포 노동자들이 함께 쉬지만 홈플러스의 경우 이전에는 1년 365일 24시간 동안 밥 한번 같이 먹을 시간이 없었다.

김 위원장은 대형마트가 밖에서 보기에는 화려하고 깨끗하지만 업무강도는 생각도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하루 만보를 걸으면 건강해진다지만 넓은 매장과 ‘후방’이라 불리는 물류 공간을 종일 오가느라 만보를 훨씬 넘게 걷는다. 무거운 물건을 나르고 진열하다보면 손목, 어깨, 허리 등 관절에 무리가 오기 십상이어서 여성이 대부분인 노동자들이 몇 가지 병을 달고 다니며 일하고 있다.”

연장근무를 줄이고 노동강도를 낮춰 건강하게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력 증원이 해법이라고 김 위원장은 강조했다. 홈플러스와 홈플러스테스코는 법인은 분리돼 있으나 같은 회사를 상대로 한다. 노조가 있는 홈플러스테스코 역시 인력이 부족하지만 홈플러스는 이보다 20~30%가 적은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김 위원장은 분석했다.

또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을 해소하는 것도 시급하다.

만3년 동안 후방에서 입고되는 상품을 검수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스탁’ 업무를 해온 김 위원장의 월 실수령 급여가 1백만원 남짓이라고 한다.

김 위원장은 “홈플러스가 창립 14년만에 연 매출 12조원으로 이마트, 롯데마트와 함께 업계 빅3로 올라설 수 있었던 바탕에는 다수의 여성과 비정규직 등의 희생과 피눈물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은 누구나 홈플러스에도 노조가 필요하다는 생각해왔다. 그러다 급격히 분위기가 모아진 것이 이마트에서 노조가 결성되고 사측의 불법 노조 사찰과 탄압이 폭로되면서부터다. 현장 곳곳에서 “우리는 총대 매고 노조 만들 사람도 없냐”는 말이 터져 나왔다. 김 위원장과 동료들이 노조 준비에 박차를 가한 것도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노조를 결성하고 근무하는 짬짬이 전국을 둘러보고 있는 김 위원장은 기대보다 더 뜨거운 참여 열기를 확인하게 됐다. 자신도 노조를 만들어볼까 생각했으나 용기를 내지 못 했다는 동료도 만났고, 드디어 우리 회사도 바뀌게 되었다고 손을 부여잡는 이들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김 위원장을 가장 가슴 뭉클하게 하는 이들은 누가 볼세라 널따란 매장 가장 구석에서 꼬깃꼬깃 딱지처럼 접은 노조 가입원서를 건네주는 여성 노동자들이다. “제가 직접 받은 가입원서 중에 멀쩡한 것이 없다”는 김 위원장은 꼬깃꼬깃해진 가입원서 담긴 조합원들의 간절한 마음을 생각하면 피곤함이 가신다고 말했다.

101개 점포를 가진 전국 단위 노조를 현장에서 일하며 만들어가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힘도 조합원들의 뜨거운 참여와 지지에서 나온다.

김 위원장은 떨리는 손으로 가입원서를 써준 조합원들에게, 그리고 혹여 회사에 밉보일까 두려워 고심하는 동료들에게 “이번 기회에 노조를 튼튼히 세워 제 역할하도록 만들지 못하면 언제 홈플러스에 노조 만들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며 “14년만에 처음으로 자기 운명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하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용기를 내고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시민과 고객들에게는 “나 자신도 홈플러스에서 일하기 전에 그저 쇼핑하기 편하고 깨끗한 곳이라고만 생각했지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며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찾고 인간답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전했다.

“투쟁이냐 대화냐, 사측에 달려있다”

사측도 노조에 그렇지만, 조합원들 역시 사측의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사측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만, 우리의 목표는 사측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노조를 튼튼하게 세워 조합원들의 요구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측이 노조를 적대시하면 강하게 투쟁하겠지만, 실체를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면 적극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마트에 이어 홈플러스까지 노조가 들어서며 사실상 ‘노조 무풍지대’에서 승승장구하던 국내 유통업계에도 노조 결성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창립 초기 삼성 자본이 참여했고, 지금도 관리자 상당수가 삼성 출신들이라는 홈플러스 역시 마찬가지다.

노동자들의 뜨거운 노조 참여 열기에 홈플러스 사측이 어떻게 반응할지 노동계와 유통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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