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6-25 17:30
[물류센터 화재로 드러난 쿠팡구조] 노동자 능동 대처 막은 쪼개기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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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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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 화재로 드러난 쿠팡구조] 노동자 능동 대처 막은 쪼개기 계약
노동계·전문가 “노동부, 근로감독하고 안전보건 위반 조사해야”
급격한 성장에 따르는 진통일까. 지난 3월 배송기사 과로사 논란에서 시작해, 같은해 5월 쿠팡 부천신선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 지난 17일 발생한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참사까지 쿠팡을 둘러싼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 화재는 덕평물류센터가 전소될 만큼 심각했지만, 다행히 일용직·상시직 노동자의 퇴근 시간과 맞물려 대형 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화재를 진압하던 김동식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장(소방령)의 죽음으로 쿠팡을 보는 여론은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 구체적 규모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온라인상 ‘쿠팡 탈퇴운동’이 번지고 있다. 직접고용한 쿠팡맨(현 쿠팡친구)을 통한 로켓배송 시스템을 도입해 시장 안 구축한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가 소실될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더 늦기 전에 구조적 문제를 점검하고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휴대전화 없어 신고 못 해”
지난 17일 새벽 발생한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연면적이 축구장 15개 넓이에 달하는 건물은 뼈대만 앙상히 남았다. 고 김동식 구조대장은 같은날 화재 진압 작업에 들어갔지만 미처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했고 19일 숨진 채 발견됐다. 화재 엿새 만인 이날 오후에서야 진화를 마쳤다. 소방당국은 전기적 요인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한다. 물품 창고 안 진열대 선반 위에 설치된 콘센트에서 처음 불꽃이 이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현장 목격자가 언론과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증언에 나서면서 노동계가 지적해 온 쿠팡물류센터 안 운영시스템이 사고와 무관하지 않음이 드러나고 있다.
사고 당일 1층에서 근무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허브(상하차 작업이 이뤄지는 장소)쪽 노동자들에게 화재를 알린 뒤 입구 검색대 보안요원과 ‘와처(Watcher·안전감시 업무를 수행하는 관리직원)’에게 조치를 요청했지만 ‘원래 오작동이 잦다’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청원글을 작성했다. 최초 신고자보다 10분 더 빨리 화재를 목격했다는 그는 “17일 오후 5시10분~15분께부터 화재경보가 울렸지만 하던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며 “잦은 화재경보 오작동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A씨는 화재가 발생했음을 확신했지만 쿠팡물류센터 안 근무 중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근무규정 탓에 직접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못했다. 예기치 못한 대형사고가 발생해도 스스로 119나 112에 신고할 수도 없는 상태라는 지적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덕평물류센터에서 수개월째 일용직으로 일해 왔다는 김성렬(가명)씨는 “사고가 날 때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며 “대처하는 것도 훈련이 있어야 가능한 건데 소방대피훈련 같은 것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고 당시에 휴대전화가 있었다면 119 신고는 더 빨라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어떤 사람은 물류센터에서 휴대전화를 반납하고 일하는 바람에 가족의 연락을 받지 못해 아버지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배송 마감시간이었다면 대형 인명피해 발생했을 것”
이번 화재는 물류센터 안 업무가 상대적으로 적은 퇴근시간대에 발생해 큰 인명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 로켓배송이나 새벽배송 마감시간에 화재가 발생했다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사람들이 한창 일하는 (물량 출고) 마감시간 때라면 상황은 훨씬 심각했을 것”이라며 “관리자들은 사고가 나도, 위험해도 정해진 배송 물량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부분 노동자가 일용직·계약직이다 보니 학습된 무기력을 가지고 있다”며 “문제를 발견해도 능동적으로 문제제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쿠팡 부천신선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도 다르지 않았다. 당시 쿠팡은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고 물량 출고, 배송 차칠을 줄이려 잠깐의 환기·소독 이후 오후 근무조 출근을 강행했다. 쿠팡은 같은해 7월 “코로나19 관련 정부의 각종 지침을 모두 충실히 이행했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지금까지 이를 고수했다. 집단감염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 공식사과도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부천신선물류센터에서 기간제 노동자로 일하던 전아무개씨는 업무 중 코로나19에 감염돼 온가족 확진으로 이어졌다. 전씨의 남편은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지난해 10월 과로사한 물류센터 청년노동자 고 장덕준씨 유가족은 △휴식시간 엄수 등 심야노동에 대한 안전대책 마련 △작업장 내 적정온도 유지 등 쿠팡에 과로사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해야”
쿠팡은 지난 20일 강한승 대표이사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고 김동식 구조대장 유가족의 생계를 평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상시직·일용직 직원을 대상으로 한 대책을 내놓았다.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일용직 노동자는 물류센터 간 이동이 원활하지 않았는데 센터 간 이동을 허용하고, 상시직 직원에게는 정상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5월 코로나19 자가격리로 수입이 끊긴 단기직(일용직)에게 100만원씩 지급하던 행태와 유사하다.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쿠팡이 이번 사태로 스스로 바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며 “고용노동부가 모든 물류센터를 점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철저히 조사하고 더욱 엄격한 법집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혜진 활동가는 “노동자가 위험한 상황을 알리려 해도 휴대전화가 없으니 알릴 수 없고, 쿠팡 역시 ‘어차피 증거가 없으니’ 잡아떼는 태도로 대응한다”며 “노동자가 현장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 강제 수거, 쪼개기 계약 문제에 국가인권위와 노동부가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부는 전체 물류센터에 노조가 참여하는 형태로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쿠팡 관계자는 “화재가 진화되고,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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