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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4-25 16:20
[2030콘서트]그들은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622  


▲김영경 청년유니언 초대 위원장

만개하는 벚꽃의 여흥이 오히려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커피숍과 편의점, 미용실, 건물 청소 용역, 경비업체 등 수많은 곳에 흩어진 최저임금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벚꽃 향만 맡아도 최저임금의 계절이 돌아왔다고 으스스 몸을 떨 정도로 삶이 팍팍하다.

계절이 계절이다 보니, 요즘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최저임금 이야기가 자주 도마에 오른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걸 바라지도 않는다. 그해에 정해진 최저임금이 잘 지켜지기만 해도 좋겠다”고 하소연한다. 쥐꼬리만 한 임금이 조금이라도 오를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약속한 것이라도 잘 지키라는 이 바람을 “왜 이리 소박하냐…”고 타박할 수도 없다. 법과 제도가 정한 최저임금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니까.


이러한 현실과 함께 우리가 동시에 마주하게 되는 아이러니는 ‘최저임금’자를 주로 고용하는 편의점주가, 동네 슈퍼마켓과 중소기업 사장이 부채와 도산 등으로 자살을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쥐꼬리만 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며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의 절망 뒤에는 그를 고용한 점주의 절망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8일 경기 용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젊은 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죽음이다.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기로에 서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대기업의 수탈과 심각한 부채에 신음하는 영세 상인들의 존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전에는 결국 이 상황을 참지 못한 전국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협의체가 출범했다. 아르바이트생의 입장으로 보자면 그들은 ‘투쟁’의 대상임에도 왜 나는 그들의 용기에 응원을 보내게 되는 걸까?

지난해 1월에 한 팟캐스트에 출연한 적이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최저임금도 못 받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처지에 대해 한참 하소연을 했다. 그런데 이 방송을 들은 인천의 어느 편의점 점주의 아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부모님이 인건비, 건물 임대료, 가맹수수료 내고 나면 한 달에 남는 돈이 고작 60만원이라고 했다. 요즘은 건강이 안 좋으셔서 그가 직장이 끝나고 밤에 가서 부모님 대신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르바이트생에게 당시 최저임금인 4320원보다 적은 4000원을 주고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설 연휴에 집에 못 가는 아르바이트생의 처지가 딱해서 직접 떡국도 끓여주고 임금은 적게 주지만 잘 대해주려 노력하고 있다며, 이야기의 말미에 “정말 미안합니다”라고까지 했다.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지급할 경우 해당 고용주는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다. 최대 징역 3년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인 것이다. 결국 매달 적자를 내며 직원들에게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못하는 편의점, 빵집, 분식집의 사장님들은 매일매일 범죄자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 누가 그들을 범죄자로 만들었을까? 한국 경제의 수준에 비해 최저임금이 너무나도 높은 것인가. 한국의 최저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재벌 대기업들은 앵무새처럼 이야기한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중소기업, 영세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진다고 말이다. 이 앵무새들에게 한마디 해야겠다.

외환위기 때 명예퇴직, 정리해고를 통해 멀쩡한 근로자를 동네 자영업자로 밀어낸 사람이 누구이며, 청년실업 300만 시대에 넘쳐나는 젊은 인재들을 최저임금으로 착취하는 사람은 또 누구냐고. 가진 것 없는 부모와 자식 세대를 서로 반목하게 하고, 싸우게 하는 주범이 누구냐고 묻고 싶다.

그래서 상상해 본다. 올해의 최저임금 캠페인에는 영세한 사장님들과 최저임금도 못 받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서로를 향해 질타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손을 맞잡은 모습을 말이다. 우리는 각자가 살아 ‘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 ‘가야’ 하는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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