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탈퇴 금지 시정명령 부당”…민주노총 ‘행정소송’ 나서
“헌법ㆍILO 협약 위반해 산별노조 단결력 흔들어” 결국 소송전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정부의 규약 시정명령에 대한 반격으로 행정소송에 나선다.
민주노총은 1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산별노조 단결권 침해 규탄, 규약 시정명령 취소 소송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규약 시정명령 처분은 산별노조에 대한 탄압"이라고 규탄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민주노총 가맹조직인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의 규약과 규정,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의 선거관리규정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상급단체가 산하 지부와 지회의 집단탈퇴를 금지하는 규약이 위법이라는 이유에서다.
금속노조와 사무금융노조, 화섬식품노조는 지부와 지회 스스로 집단탈퇴와 조직 형태 변경을 하지 못하게 하는 규약ㆍ규정을 두고 있다. 공무원노조엔 공무원노조와 민주노총 탈퇴 공약을 하는 임원선거 입후보자의 자격을 박탈하는 선거관리규정이 있다.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노조의 규약ㆍ결의처분이 노동관계법령을 위반할 경우 행정관청은 노동위원회 의결을 얻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시정명령을 받은 노조는 30일 이내에 이를 이행해야 하지만, 시정명령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고용부의 시정명령을 받은 산별노조와 민주노총은 "고용부의 시정명령은 산별노조의 내부통제권을 침해하고 단결력을 흔드는 위법"이라며 반발했다.
민주노총이 위법의 근거로 가장 먼저 꺼내 든 것은 헌법이다. 노동3권을 명시한 헌법 제33조 제1항이 근로자 개인의 단결권뿐만 아니라 근로자단체 자체의 단결권도 보장하고 있으므로 노조가 규약의 형태로 조직 및 의사형성 절차를 자주적으로 결정하는 것 역시 단결권의 내용에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즉, 노조가 규약을 통해 조직운영 원칙을 결정하는 것은 헌법의 단결권과 노동조합법 목적을 구현하는 것으로, 노조의 자유ㆍ재량의 영역이며 이에 대한 행정관청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만일 노조 규약이 위법해 국가권력이 개입할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위법한 규약에 의한 내부 운영을 사법심사해 그 규약의 위법한 부분의 효력만을 부인하면 충분하다"며 "행정관청이 규약의 위법한 부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심사를 규정한 입법 태도는 단결자치를 침해하는 국가권력의 지나친 개입"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고용부의 이번 시정명령이 국제노동기구(ILO) 87호 협약(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ILO 87호 협약 제3조 제2항은 "공공기관은 규약 작성에 관한 권리를 제한하거나 이 권리의 합법적 행사를 방해하는 어떠한 간섭도 삼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한,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가 "근로자단체가 규약을 완전히 자유롭게 작성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내법은 노동조합 규약에 대한 형식적 요건만을 규정해야 하고, 규약은 공공당국에 의한 사전 허가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여러 차례 했다며 고용부가 ILO 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고용부의 이번 시정명령으로 지난 201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도 재소환됐다.
지난 2016년 대법원은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가 총회를 거쳐 기업별 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하자 금속노조가 발레오전장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총회결의무효 소송으로, 대법원은 조직형태 변경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독자적으로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능력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법인 아닌 사단의 실질을 가지고 있어 기업별 노조와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독립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조직형태 변경이 가능하다"는 부분이다.
이를 두고 권 변호사는 "집단탈퇴 금지 조항은 해당 산별노조가 자신의 산하 지부, 지회의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결정하고 이를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통해 규약에 포함시킨 것"이라며 "집단탈퇴 금지 조항은 해당 산별노조의 지부, 지회가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독립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지, 노동관계법령에 위배하는 조항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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