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업계 ‘알아서 콜차별’, 여성기사 생계 위협
고객 요구 없는데도 여성기사 배제 … 남성기사만 볼 수 있는 ‘블라인드’ 배차콜까지
매일노동뉴스>가 공론화한 대리운전업계 노골적인 배차 성차별 문제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성차별 금지 조항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여성 대리운전기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본지 2023년10월12일자 “삐~ 이 콜은 남성기사 전용 콜입니다” 기사 참조>
여성 대리운전기사들이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와 만나 대리운전업계 배차 성차별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고객이 요청하지 않아도 업체가 여성기사 배정을 임의로 배제하고, 콜(대리운전 요청) 자체를 발송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대리운전노조·위풍당당여성대리기사모임·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 국회 의원회관에서 을지로위원회와 간담회를 열었다. 여성기사들은 업체의 차별이 구조적이고 노골적이라고 강조했다.
‘남성전용콜’이라더니
정작 고객은 “여성기사 거부한 적 없어”
대표적인 성차별 유형은 고객이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콜을 남성기사에게만 배당하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가한 13년 경력의 여성 대리운전기사 ㄱ씨는 “저녁 늦게 진천 진양밸리CC(골프장)에서 분당으로 가는 콜을 잡았는데 상황실에서 여성기사라 배차가 안 된다고 했다”며 “그러나 해당 고객과 통화한 결과 여성기사 배차를 거부하거나 제한하지 않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ㄱ씨는 “상황실은 고객이 여성기사 배차를 제한한 게 아니라 고객관리 차원에서 남성기사를 먼저 배차한다며 여성기사가 골치가 아프다는 둥, 회사에서 아예 여성기사를 없애겠다는 둥 협박을 했다”며 “여자로 태어난 것이 한스럽고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아예 남성기사에게만 배차콜이 뜨는 유형도 있다.
간담회에서는 특정기업과 전속 배차계약을 체결한 법인대리운전업체의 차별 사례도 지적됐다. 법인대리운전은 일부 대기업이 법인대리운전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임원 등의 대리운전을 맡기는 방식이다. 법인대리운전업체 소속 대리운전기사는 제복을 입고 근무하고 주로 골프장 같은 공간에서 대기하다가 배차콜을 받는다.
20년차 여성 대리운전기사 ㄴ씨는 “같은 골프장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동료 남성 대리운전기사가 ‘ㄴ씨 그 콜 잡아요’ 라고 말을 해서 어플을 봤는데 콜이 없었다”며 “남성 대리운전기사에게만 뜨는 콜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ㄴ씨는 “특정업체는 아예 여성 대리운전기사 입사를 막는다”고 덧붙였다.
3·4차례 콜 놓치면 하루 벌이 날아가
이런 성차별은 대리운전기사 생계위협으로 이어진다. 한철희 노조 조직국장은 “여성 대리운전기사가 평균적으로 하루 3~4차례 정도 콜을 남성전용콜이라며 놓치는데, 이렇게 하면 4시간여를 공치는 셈”이라며 “배차콜로 수입을 올리는 대리운전기사에게 이런 상황은 생계의 위협으로 이어지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한 조직국장은 이어 “추측컨대 법인 간 계약에서 여성 대리운전기사 배차 등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방식의 계약은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시행 단계에서 법인대리운전업체가 고객관리라는 명목으로 ‘펜스룰’을 적용해 고의를 갖고 차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펜스룰이란 성희롱 또는 성폭력 사건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여성을 배제하는 것을 말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리운전기사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으로 알려진 산업안전보건법 41조는 전속성을 지닌 특수고용직에만 해당한다”며 “대리운전기사에 대한 해석을 강화하면 되는 문제이나 정부는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을지로위원회는 정부에 실태조사를 요구하고 표준계약서 적용과 관련법 개선 사항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 다만 21대 국회가 사실상 종료를 앞두고 있어 입법은 다음 국회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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