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체불 ‘빨간불’] 에스크로 시행에도 다단계 하도급 구조 ‘구멍’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300명 밀린 임금 5억원
경남 거제 조선 하청노동자 임금체불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정부는 조선업 상생협약에서 임금체불 대책으로 도입한 에스크로 지급제도를 확대해 대처할 계획이지만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한화오션 1차 하청을 포합한 탑재공정 업체 4곳가량에서 노동자 300명 임금 약 5억원이 체불된 것으로 확인됐다.
물량팀장 기성금 못 받아 임금체불
경남지역의 크고 작은 조선소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체불이 점증하는 추세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관계자는 “2022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당시와 비교하면 줄었지만 최근 꾸준히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있다”며 “물량팀장이 기성금을 받지 못해 임금체불이 되는 사례 등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하는 사례도 있어 한화오션뿐 아니라 지역의 다른 조선소에서도 하청업체 임금체불은 계속 있다”고 덧붙였다.
임금체불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에스크로 지급제도다. 에스크로 제도란 원청이 하청노동자 임금을 하청업체가 아니라 은행 등 3자에게 예치하고, 하청업체가 급여명세서 등을 작성해 지급을 요청하면 에스크로 계좌에서 하청업체를 거치지 않고 노동자에게 바로 입금하는 방식이다.
건설업의 직불 제도와 같은 방식으로, 하청업체가 노동자 인건비를 유용해 운영비로 쓰거나 착복하는 방식을 차단하는 게 목적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조선업 상생협약을 체결하면서 이 제도를 조선업에 도입하기로 했다.
효과 있지만 확산 더뎌
다만 확산은 더디다. 경남 통영과 거제 조선소는 에스크로 제도에 많이 들어와 있지만 울산에서는 이제 시작 단계다. 하청업체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생협약에 따른 에스크로제도는 하청업체가 동의해야 활용할 수 있다. 소규모 업체가 많은 조선업 하청구조의 특성상 인건비를 제하면 이윤을 남기기 어려워 가입을 꺼린 경우가 많았다. 이와 달리 관급공사에 한하지만 건설업은 건설산업기본법에 직불제도를 명시하고 있다.
에스크로제도를 도입해도 임금체불을 모두 막는 것 역시 어렵다. 실제 이번 한화오션의 사례처럼 에스크로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도 체불이 발생했다.
이는 조선업의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조선업 노동자는 원청 정규직과 ‘본공’이라고 부르는 1차 하청 상용직, 1차 하청으로부터 재하청을 받은 물량팀 등 다단계 하도급 구조다. 물량팀 등은 사실상 실체가 없어 불법·탈법소지가 크지만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에스크로 시스템을 도입해도 물량팀까지 적용될 수 없다. 정부는 상생협약을 통해 이들을 이른바 ‘프로젝트 협력사’로 양성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이주노동자 도입 정책과 맞물리고, 조선업 경기가 호황을 앞두면서 인력이 부족해 되레 물량팀이 늘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성금 불투명성, 제도로 극복 어려워
또 다른 문제는 불공정한 기성금이다. 공사 진척상황별 소요된 비용을 의미하는 기성금은 원청이 일방적으로 정한다.
게다가 기성금을 정하고도 실제 지급시에는 능률과 시수를 자의적으로 판단하다 보니 정해진 기성금도 깎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조선업 상생협약은 원청이 적정 기성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지만, 얼마가 ‘적정 금액’인지 결정하는 것은 원청이다. 통영지청 관계자는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해 임금체불을 줄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지만 기성금 자체의 불투명성 문제가 있다”며 “기성금 책정과 운용 등에 관이 개입하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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