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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4-03-13 09:43
“동종·유사 직종 법원이 결정” 파견법 공백 메운 대법원 불법파견 직접고용시 ‘동종·유사 직종’ 없을 때 법원이 만든다 … 대법원, 근로조건 적용 새 법리 제시
 글쓴이 : 동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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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이 한국도로공사가 외주용역업체 소속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을 직접 고용해야한다고 판결한 2019년 8월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맞은편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수납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동종·유사 직종 법원이 결정” 파견법 공백 메운 대법원
불법파견 직접고용시 ‘동종·유사 직종’ 없을 때 법원이 만든다 … 대법원, 근로조건 적용 새 법리 제시

원청이 불법파견 판결을 받은 하청노동자를 직접고용할 때 동종·유사 업무 노동자가 없는 경우 ‘법원’이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동종·유사 업무 노동자가 없을 때 근로조건에 관해 명시적인 조항이 없었던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의 ‘공백’을 메워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주로 비교대상이 비교적 명확한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의 불법파견 분쟁에서 새 법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원청 ‘직접고용의무’ 부인에 손해배상 공방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2일 한국도로공사 외주업체 소속 고속국도 톨게이트 수납원 A씨 등 596명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소송을 제기한 지 무려 9년4개월 만이다. 같은 쟁점으로 심리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3건도 이날 함께 선고됐다.

도로공사가 수납원에 대한 직접고용의무를 전면 부인해 원청의 ‘동종·유사 업무 종사자’를 특정하지 못한 것이 소송의 쟁점이 됐다. 파견법(6조의2 3항)은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원청 소속 노동자 중 파견노동자와 같은 종류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가 있는지에 따라 근로조건 적용을 달리하고 있다. 비교대상이 있을 경우에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에 따르라고 정했다.

하지만 동종·유사 업무 노동자가 없는 경우 ‘해당 파견근로자의 기존 근로조건 수준보다 낮아져서는 안 된다’고 규정해 조항이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수납원들은 원청 현장직 최하위직에 해당하는 ‘조무원(경비원·청소원·식당조리원)’이 적용받은 ‘현장직 직원 관리 예규’를 기준으로 임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공사측이 직접고용의무를 부인하면서 파견법 6조의2 3항 해석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대법원 “근로내용과 가치·근로조건 체계 고려해야”

1·2심은 조무원을 ‘비교대상’으로 봐야 한다며 수납원들 청구를 인용했다. 대법원은 원심에서 나아가 “동종·유사 업무 종사자가 없는 경우 법원이 근로조건을 직권으로 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근로조건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새롭게 제시했다. 세부적으로 △근로의 내용과 가치 △사용사업주의 근로조건 체계(고용형태나 직군에 따른 임금체계 등) △파견법의 입법 목적 △공평의 관념 △사용사업주가 직접 고용한 다른 파견근로자가 있다면 그 근로자에게 적용한 근로조건의 내용 등이 대법원이 내놓은 세부 기준이다.

다만 대법원은 “파견근로자에게 적용될 근로조건을 정하는 것은 본래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자치적으로 형성했어야 하는 근로조건을 법원이 정하는 것”이라며 “한쪽 당사자가 의도하지 않는 근로조건을 불합리하게 강요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사용사업주와 파견노동자가 ‘자치적으로’ 근로조건을 형성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했을 때 한해 불가피하게 사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새 법리를 기초로 대법원은 도로공사 ‘조무원’을 수납원의 동종·유사 업무 노동자로 판단했다. 2심은 “조무원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중 가장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로서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단순·반복적인 잡무를 처리하는 직종 전부를 지칭하므로 통행료 수납원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역시 도로공사가 수납원을 직접고용할 경우 적어도 조무원에 준하는 근로조건을 적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2014년 이후 현장직에 대해 직종과 관계없이 동일한 기본급표를 적용해 근로가치를 동등하게 평가한 점을 볼 때 수납원 업무가 현장직 업무보다 근로가치가 낮지 않다는 것이다.
엇갈린 판결 ‘상황실 보조원’은 패소

그러나 파업·결근·사직 등 수납원들이 근로제공을 하지 않은 기간에 관한 판단이 문제가 됐다. 2심은 파업 참가 기간을 제외하고는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근로제공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사용사업주의 책임 사유에 기인하는지 증명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근로 미제공의 구체적인 사유와 경위, 사유에 관한 파견근로자와 사용사업주의 태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도로공사 외주업체의 ‘상황실 보조원’ 36명이 제기한 임금 청구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의 대법원 결론은 달랐다. 하급심은 조무원 예규를 적용해 약 47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도로공사가 보조원들을 직접고용했다면 예규 중 조무원의 근로조건을 그대로 적용하는 데 동의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이어 “근무형태가 다른 조무원과 상황실 보조원의 노동강도가 동일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업무 내용의 차이까지 고려해 보면 상황실 보조원의 근로 가치가 조무원과 같거나 그보다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납원과 달리 보조원의 비교대상은 조무원이 아니란 의미다.

법조계 “최대한 유사한 근로조건 적용, 법적 근거 마련”

대법원 판결은 구체적인 근로조건 근거가 마련됐다는 데에 의미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기호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는 “기존 파견법 조항대로라면 직접고용의무가 인정되더라도 파견근로자가 정규직 지위만 획득할 뿐 손해배상 청구금액을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며 “이번 판결을 통해 동종·유사 업무 직종은 아니지만 최대한 유사한 근로조건을 적용하라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동등한 근로 가치의 업무나 직군의 원청 근로자에 적용 중인 근로조건을 파견근로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근거 법리를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며 “사용사업주 사업장의 취업규칙 체계에서 최대한 유사성을 발견해 근로조건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사실심에서 대법원 법리가 명확히 안착할지는 미지수라는 견해도 있다. 대법원이 제시한 법리에 따라 개별 사안을 판단할 파기환송심 결론에 관심이 쏠린다.

이환춘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동종·유사 업무가 사용사업자 정규직 중에 있다는 점을 입증하거나 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새로운 법리가 타당하지만,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던 파견근로자를 낮은 수준의 별도 직군으로 신설해 버리는 방식으로 사용자가 쟁점을 회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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