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2-03 08:06
공사장 ‘십장’도 근기법상 근로자, 법원 “산재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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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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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대금 받고 인부 고용해 노임 제공 … 법원 “건설사 정한 작업 방식에 구속”
건설현장의 ‘십장’도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건설사로부터 대금을 받고 인부를 고용해 노임을 제공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회사의 지휘·감독에 따라 작업했으므로 사용자로 봐선 안 된다는 취지다.
출근 첫날 홀로 작업하다 옥상서 추락
공단은 “독립 사용자” 쟁점은 근로자성
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고법 10-1행정부(부장판사 오현규·김유진·하태한)는 공사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미장공 A(사망 당시 70세)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공단이 상고하지 않아 2심이 확정됐다.
A씨는 2021년 5월 서울 양천구의 도시형생활주택 신축공사현장 6층 옥상에서 콘크리트를 단단하게 다지는 방수 작업을 하다가 슬라브와 비계 사이에 빠져 약 17미터 아래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출근 첫날이었다. 당시 현장에 아무도 없었던 탓에 A씨 행방을 찾던 가족에 의해 11시간 만인 다음날 새벽 발견됐다.
유족은 공사를 시공한 상시근로자 10명의 건설사 T사에서 지시한 업무로 인해 사망한 것이라며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A씨는 독립된 사용자에 불과하고 회사에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다”며 부지급 결정을 했다. 유족은 2022년 4월 소송을 냈다.
쟁점은 A씨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로 모아졌다. 유족측은 “고인은 회사와 근로관계를 갖는 근로자에 해당하고, 추락은 업무 수행 중에 발생한 것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단이 부지급 결정한 근거는 A씨의 ‘수입 방식’이었다. A씨는 개인사업자 형태로 일하다 폐업한 후 미장공으로 일당을 받거나 작업량에 따라 인부를 모집해 대가를 받았다. 사고가 난 공사 전에도 T사가 진행하는 다른 2곳의 공사현장에서 미장작업을 하고 있었다.
또 ‘미장 팀장’을 맡았던 A씨는 인부를 동원해 미장 작업을 한 대가로 각 공사현장마다 2천200만원을 받기로 했다. 직접 모집한 인부에게는 하루 15만~23만원의 노임을 지급했다. A씨는 T사에서 받은 대금 중 인부들 노임을 제외한 금액을 수익으로 벌어들였다. 이를 두고 공단이 A씨를 ‘독립된 사업자’로 해석한 것이다.
1심 뒤집고 2심 “상당한 회사 지휘·감독”
인부 노임 지급 “인부들 대표 역할 불과”
1심은 A씨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회사는 고인을 포함해 공사현장에서 대가를 받기로 하고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해 상당한 지시·감독을 했다”고 판시했다. 인부는 물론 A씨도 회사 안전관리책임자로부터 지시받아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 A씨는 사고 당일 회사가 미리 짜놓은 작업일정에 따라 콘크리트를 붓고 방수 작업을 실시했다. 재판부는 “고인은 작업 일자, 시간은 물론이고 작업을 수행할 장소와 구체적인 방법까지 회사의 지시 내용에 엄격히 구속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A씨가 대금을 받고 인부를 고용해 노임을 지급해 사용자라는 공단측 주장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고인은 일종의 인부들 대표로서 다른 인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액수를 보수로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사용자로서 이윤을 획득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회사 상무이사와 현장소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형사사건에서 법원이 A씨를 근로자로 판단해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를 인정한 점도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업무상 재해의 발생 원인이 된 위험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 해당 위험이 구체화하는 것을 통제할 지위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즉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함이 마땅한지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족을 대리한 김용준 변호사(법무법인 마중 대표)는 “통상 십장 보수 지급은 작업면적이나 수량에 따라 정해져 근로자성이 부인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2심은 회사의 지시·감독을 구체적인 정도가 아닌 ‘상당한’ 정도로 완화해 판단해 근로자성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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