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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2-12 08:55
평택항 ‘사람장사’, 법원 제동 “불법 근로자공급”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98  
2021년 고 이선호씨 사망에 근로관계 논란 … 인력업체 노동자 5명 임금 소송 승소[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가합71894]

평택항에서 2021년 4월 컨테이너에 깔려 목숨을 잃은 청년노동자 고 이선호(사망 당시 23세)씨 사고로 불거진 평택항 인력공급 의혹과 관련해 ‘불법 근로자공급’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없는데도 인력업체가 노동자를 공급해 원청의 지시·감독을 받게 하는 이른바 ‘사람장사’에 제동을 걸었다.

우리인력, 평택항 운영 ‘동방’에 인력공급

평택항에서 인력을 공급받은 중견물류 전문기업 ‘동방’의 인력공급계약을 불법으로 판단한 첫 사례다. 이선호씨가 숨진 뒤 약 5년여 만에 직업소개업체 ‘우리인력’ 소속 노동자들은 묵시적 고용관계를 인정받게 됐다.

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재판장 김도균 부장판사)는 우리인력에서 일했던 이선호씨 부친인 이재훈씨 등 5명이 동방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지난 6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1심 심리만 1년8개월이 걸렸다.

사건은 이선호씨가 ‘우리인력’과 ‘동방’의 인력공급계약에 따라 일하다가 개방형 컨테이너에 깔려 숨지면서 근로계약관계 문제로 번졌다. 당시 우리인력 소속이던 이선호씨 부친 등 노동자 일부는 퇴사했다. 이후 우리인력의 인력공급이 불법파견과 불법 근로자공급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이선호씨 등 우리인력 노동자들은 동방과의 인력공급계약에 따라 평택항에서 근무했다.

문제는 ‘근로자공급’은 근로자파견계약에 따라 사용사업주(원청)의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사업’과 달리 고용계약 없이 공급계약에 따라 노동자를 타인에게 사용하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근로기준법은 일을 소개한다는 명목으로 노동자의 근로 대가를 중간에서 착취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근로자공급사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직업안정법(33조)은 근로자공급사업을 고용노동부 허가 없이 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무허가 근로자공급사업 업주에게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파견사업주(인력업체)와 노동자간 고용계약을 유지하는 ‘파견업’은 제한된 업종에 한해 정부 허가 아래 허용하고 있다.

노동부는 ‘불법파견’ 법원은 ‘묵시적 근로관계’

사고 이후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이선호씨가 우리인력과 고용관계를 맺지 않아 우리인력이 직업안정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평택지청은 이선호씨가 우리인력과 고용관계를 체결했지만,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허용 업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 결과, 이선호씨를 사용한 동방 평택지사장과 우리인력 대표는 파견법 위반 혐의로 2022년 7월 각각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는 데 그쳤다.

우리인력 노동자 5명은 ‘불법 근로자공급’에 해당해 동방과 묵시적 근로관계가 성립한다며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각종 수당을 지급하라며 2023년 6월 동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우리인력이 동방에 인력을 공급한 것이 근로자공급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위법한지로 모아졌다.

법원은 공급된 노동자들과 동방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인력공급계약에 의해 피고(동방)의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우리인력으로부터 임금을 받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인력은 업무수행의 독자성 등을 갖추지 못한 채 피고의 일부 역할을 대행했을 뿐”이라고 판시했다. 동방이 사실상 우리인력 소속 노동자들로부터 근로를 제공받아 실질적으로 임금지급을 책임지고 있었다는 취지다.

실제 우리인력 대표 A씨는 직업안정법이나 파견법상 허가 없이 회사를 운영한 점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특히 A씨는 노동부 수사 과정에서 파견·도급·용역의 법적 개념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동방 협력업체인 동방티에스 사장이 부탁해 이선호씨 부친 등 노동자 5명을 동방 평택지사에 공급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다.

“동방·우리인력 모두 근로계약 없었다”

우리인력의 권한은 없었다. A씨는 작업반장 역할을 했던 이선호씨 부친이 동방 직원들로부터 직접 지휘·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했다는 취지로 노동부에서 진술했다. 일례로 동방 직원이 SNS 단체대화방에서 동식물검사와 세관검사를 담당할 인력을 주문하면 이선호씨 부친은 해당 노동자들에게 전파해 일했다.

무엇보다 우리인력과 동방 모두 노동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노동자들은 건강보험은 물론 고용보험·산재보험도 가입하지 않았다. 임금은 우리인력이 동방에서 받은 대금에서 수수료 1만5천원과 식사비 5천원을 공제한 금액이 지급됐다.

우리인력이 동방에 인력공급대금을 청구하면 동방은 공급한 노동자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반면 우리인력은 노동자에게 일주일 단위로 인건비 내역을 정산해 지급했다. 이러한 형태를 재판부는 묵시적 근로관계로 인정했다. 노동자 5명에 대해 미지급 임금 차액·미지급 연차수당·복지포인트·퇴직금 등 합계 3천500만원에서 4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조계는 고용계약 없이 횡행하는 근로자공급사업에 ‘동방 사건’ 법원 판단을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지난해 6월 화재로 노동자 23명이 숨진 ‘아리셀’의 경우에도 불법적인 인력공급이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동방에 공급된 노동자들을 대리한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두율)는 “평택항은 물론 아리셀과 이주노동자들이 많은 시흥·안산시 등에 불법적인 인력소개와 인력공급이 난무하는데 당국은 거의 손을 놓고 있다”며 “파견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불법파견으로 규정해 업체 간 문제로 좁혀 처벌하는 시늉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당국의 불법파견 판단은 ‘불법 근로자공급’에 관한 사법부 판단이 드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권 변호사는 “불법 직업소개나 불법 근로자공급일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법파견과 구분하지 않고 만연히 불법파견으로 잘못 적용하는 사례가 많을 수 있다”며 “중간착취가 일어나고 사용자가 누군지 모르는 노동법 사각지대의 문제가 드러나지 않고 불법파견 문제로 치부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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