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6-09 08:11
중고령 고용 ‘양질의 비정규직’이 모순이 아닌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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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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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정년연장 논의 바깥 실재하는 고령노동 정책요구 … 55~60세 이후 일자리 선택 요인은 ‘일의 시간과 양’
정년을 둘러싼 사회 갈등이 손쉽게 세대 간 문제로 치환된 사이 역설적이게도 적용 대상인 고령노동자는 외면받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나 고용 안정성을 제공하기 위한 방법론은 무엇일까.
국회미래연구원은 5일 펴낸 ‘정년연장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중고령 노동시장 정책의 재구성 보고서’에서 외화된 정년연장 논의 아래 침전한 중고령 노동자를 ‘양질의 비정규직’으로 포섭해 노동환경 저하를 막고 경력의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질의 비정규직은 형용모순으로 다가오지만 연금제도의 개혁과 사회보험의 확대 등을 통해 상상 가능한 미래라고 설명했다.
정년 전 퇴직자 다수, 정년연장 논의의 협소함
양질의 비정규직 논의의 출발은 정년연장 제도 효용성의 한계에서 비롯한다. 우리나라는 법정 정년을 60세로 정한 법률을 운용하고 있지만, 고령층의 실제 퇴직 나이는 이보다 낮다. 1차 베이비부머세대로 부르는 1955~1963년생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평균 나이가 52.9세로 법적 정년보다 7.1세나 어렸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1969년생)는 이보다도 낮아 46.9세에 주된 일자리를 퇴직했다. 법정 정년보다 13.1세나 어리다. 모두 지난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다.
주된 일자리란 부업이나 임시직이 아니라 생계의 중심에 됐던 본업이다. 1차 베이비부머세대는 주된 일자리에서 평균 16.4년을,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13.2년을 일했다. 이들은 주된 일자리에서 나올 당시 주로 사업부진·조업중단·휴폐업·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 등 비자발적 사유로 일터를 나왔다. 1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37.7%가,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44.4%가 이런 사유로 퇴직했다.
여성의 퇴직 사유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1차 베이비부머 세대 여성노동자는 27.3%가 38세에 가족 돌봄을 이유로 퇴직했고, 2차 베이비부머 세대 여성노동자도 29.4%가 37.2세에 가족돌봄 때문에 직장을 떠났다. 정혜윤 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년을 연장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쟁점으로 접근한 정년 논의의 범위가 실제 노동시장 현실에 비해 지나치게 협소했음을 드러낸다”며 “정년 논의의 중심에 있는 정년까지 일한 노동자는 소수이며 정책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광범위한 중장년 퇴직자, 특히 여성의 현실이 보다 적극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직 후 20년 이상 일하는 삶, 한국 사회 새 표준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난 중장년 노동자는 당연히 더 일한다. 지난해 기준 55~60세 중고령노동자의 ‘현재 일하고 있음’ 비율은 76.2%로 2014년 대비 4.3%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61~64세도 3.5%포인트 늘어난 64.1%로 나타났다. 65~69세 7.6%포인트, 70~74세 8.6%포인트 등 중고령 노동자의 일하는 비율은 늘고 있다. 정 부연구위원은 “이제 퇴직 이후에도 10년, 길게는 20년 이상 일하는 삶이 한국 사회의 새로운 표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정년이 60세인 나라에서 ‘주되지 않은 일자리’의 질이 높을 리 만무하다. 중고령층 노동자 상당수가 보건 및 사회서비스업으로 진입했다. 경제활동인구 전체 연령대에서 보건 및 사회서비스업 종사자 비중은 2014년과 비교해 2024년 3.8%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65~69세 비중은 4.5%에서 12.3%로 7.8%포인트 늘었고 70~74세는 10.7%포인트, 75~79세는 8.9%에서 26.5%로 무려 17.6% 증가했다.
또 최근 플랫폼노동 확산 영향도 드러났다. 2023년 플랫폼 종사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60대 이상 플랫폼 종사자는 2022년 7만1천명에서 22.5% 증가한 8만7천명에 달한다. 정 부연구위원은 “플랫폼노동은 기존의 전통적 중고령자 일자리 외에 중고령층 노동시장 참여의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고령화가 심화할수록 중고령자 일자리 정책의 핵심 고려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전일제보다 짧고 무리 없는 업무 선호 명확
이런 가운데 중고령 노동자의 주된 일자리 퇴직 후 일자리 선택시 고려 요인 가운데 가장 중점은 일의 양과 시간대다. 고려 요인을 나이별로 살펴보면 55~60세 26.5%가 일의 양과 시간대를 중요하게 여겨 26.8%를 차지한 임금에 이은 두 번째 고려 요소로 꼽혔다. 다른 나이대에선 일의 양과 시간대가 1위로, △61~64세 28.2% △65~69세 30.3% △70~74세 38.2% △75~79세 43.5%다. 생계를 위한 임금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요소를 고려할 때 업무의 시간과 일의 양 등에서 유연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정 부연구위원은 “은퇴 직후에는 여전히 임금이 중요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일의 내용, 시간대, 지속 가능성 같은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 조건을 고려한다”며 “전일제보다 짧고 유연한 시간, 무리 없는 업무를 선호하는 경향은 이제 명확한 흐름으로 예외적 사례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중고령 노동자를 위한 정책도 정년연장이냐 아니냐를 넘어서 실재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개념이 양질의 비정규직이다. 다만 내용적으로는 비정규직의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자는 기존의 논의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를테면 △국민연금 임의계속가입 제도 실효성 제고 △고용보험 65세 이상 가입 확대 △산재보험 적용 확대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 등이다. 또 고령노동으로의 이행구간을 55~60세, 61~65세 등으로 세분화해 대응할 것도 주문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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