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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9-04 15:17
[현장스케치 - 2차 울산희망버스 동행기] 현대차로 다시 간 희망버스, 다시 희망을 이야기하다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633  


지난달 31일 오전 11시께, 버스는 출발했다. 철탑농성은 끝나고 국가정보원 정국 등 굵직한 사건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 중에도 2차 울산희망버스는 출발했다. 이날 서울 8대를 포함해 전국에서 총 25대의 버스가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울산으로 향했다. 이전보다 규모는 줄었지만 대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채웠다. 버스들은 각자 “언론왜곡보도 마침표”, “알바노동자 느낌표” 등 이름을 달고 불법파견 철폐 인간띠 잇기, 풍선 나눠주기와 같은 과제를 받았다. 1호차는 “불법파견 10년 마침표” 버스로, 울산대공원에서 정몽구 회장에게 물총 쏘기 퍼포먼스를 벌이고 영화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를 합창하는 과제를 받았다. “노래가 너무 어렵다”며 승객들이 투덜거렸다. 노래는 쉬이 합창이 되지 않았다.

“불법파견 10년 마침표” 1호차 출발

1호차 승객 박호준(41)씨는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기사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 안양지회장으로 열심히 뛴다. 지회는 기본급 인상 등을 요구하며 이달 첫 주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파업을 앞둔 바쁜 시기에 희망버스를 탄 이유는 뭘까. 박 지회장은 “이런 시기니까 서로 힘을 주고받아야 한다”며 “일하면서 원형 탈모가 왔는데 노조활동 하고 연대하러 다니면서 머리가 조금씩 나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현대차는 제일 큰 기업이니까 여기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되면 사회 곳곳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연소 승객 최귀석(20)씨는 “지금 힘들지만 (투쟁을) 아직 하고 있지 않느냐”고 자신이 희망버스에 올라탄 의미를 설명했다. 최씨는 지난 2008년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 중에 암으로 사망한 고 권명희씨의 아들이다. 그는 “싸움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본다”며 “전체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오후 4시20분께 경찰이 울산 톨게이트 앞에 도착한 버스를 세웠다. 검문을 위해서였다. 승객들은 “영장 없는 무단검문은 부당하다”고 항의했다. 결국 운전기사의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말에 못 이겨 검문에 응했다. 울산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희망버스 때 큰 폭력이 있었기에 쇠파이프 같은 시위물품이 있을까 봐 검문한다”고 말했다. 경찰들이 짐칸을 열었다. 파란색 아이스박스 하나만 덩그렇게 놓여 있었다. “저건 뭐야? 안에 뭐 들었어?”라는 경찰의 질문에 운전기사가 심드렁히 “아이스박슨데 내 것”이라며 심드렁히 답한다. 승객들이 픽 웃으며 말했다. “아휴, 다음엔 뭐 좀 실을까? 너무 없으니까 X팔리다.”

경찰 희망버스 검문 긴장 속 울산 도착

30분 뒤인 오후 4시50분께 울산에 도착한 희망버스는 울산 남구와 중구 시내 곳곳에 도착해 시내를 돌며 시민들에게 불법파견의 부당성을 호소했다. 1·6호차 승객들은 울산대공원에서 퍼포먼스를 벌였다. 박호준 지회장이 정몽구 현대차 회장 가면을 쓰고 능청스레 ‘불법파견’ 쪽지를 뿌리는 폼이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물총을 쏘던 승객들도 웃음이 터졌다. “야, 너무 잘해서 진짜 얄밉다.”

한편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주변엔 긴장이 감돌았다. 인근엔 경찰병력이 배치돼 있었다. 정문 건너편엔 “희망버스 물러가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 앞뒤로 ‘시민참관단’ 어깨띠를 두른 시민 150여명이 승객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무대 주변엔 지역 언론 취재진이 다수 포진해 있었다. 모두 충돌을 대비하는 모양새였다.

정작 정문 앞 희망버스 무대가 문화제로 진행되면서 분위기는 다소 풀어졌다. 사회자가 “울산 시민 여러분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보냈다. ‘시민참관단’ 중 몇몇이 크게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김아무개(64·울산 동구)씨는 “난리가 날까 봐 (참관단으로) 왔는데 평화로워서 좋다”며 “노조도 그렇지만 회사도 너무 일방적으로 (노조를) 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몇몇 택시는 경적을 울리며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전국서 모인 2천여명 “정몽구 사죄하라”

저녁 7시께 전국에서 2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1부 행사로 민주노총 울산본부 결의대회와 고 박정식 금속노조 현대차사내하청아산지회 사무장과 최근 충북에서 사망한 학교비정규 노동자 추모 결의대회가 진행됐다.

고 박정식 사무장의 어머니 이춘자씨가 무대에 올라 호소했다. “우리 정식이 장례 치르게 도와 달라”며 “정몽구가 대법 판결 이행하고 정식이한테 사죄하게끔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요양보호사 박정애(55)씨도 “비정규직 처우개선비도 못 받았다”며 “비정규 노동자들이 당하는 부당한 대우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촉구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노동자는 하나다,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없다”며 “거짓을 노동자의 겨드랑이에서 나오는 신바람으로 몰아쳐 없애자”고 말했다.

2부 행사 ‘슈퍼갑 현대차와 정몽구에 맞서는 을들의 외침’은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과제 발표에 이어 현대차전주지회 노래패와 연영석·지민주씨 등 민중가수들의 공연으로 채워졌다. 대학생들은 ‘비정규직 철폐’라고 쓰인 카드섹션을 선보이고, 알바연대 회원들은 아르바이트 노동자 착취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며 무대 주위를 행진했다. 대학 1학년생 문지현(20)씨는 “오기 좀 무섭기도 했지만 같은 뜻을 같고 많은 사람들이 모인 걸 보니 힘이 난다”며 즐거워했다. 문씨는 “이제 대학 나온다고 정규직 되는 시대는 아니지 않냐”며 “대학생이나 사회 구성원들이 지금부터 함께 문제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정솔라(40·전남 순천)씨는 한송(9), 한나(7) 남매를 데려왔다. 그는 “학부모 모임에서 여기 얘길 듣고 왔다”며 “아이들한테도 이런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실 이정씨도 비정규직이다. 초등학교에서 방과후학교 강사 일을 한다. “매년 명절 때마다 강사들은 교장, 교감선생님께 돈을 모아 줘요. 자르지 말고 잘 봐달란 거죠.” 그는 “가진 자들의 횡포를 함께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송군이 자신이 직접 쓴 손피켓을 들어 보였다. “정몽구 회장 때문에 화가 납니다. 열심히 일했는데 월급 조금만 주는 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 “다시 와 줘서 고마워요”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희망버스가 다시 온 것에 고마움을 표했다. 모형규(38)씨는 1차 희망버스 이후 간부의 구속·수배 등 지회가 겪은 고충을 한 마디로 정리했다. “힘들죠. 하지만 우리 싸움이잖아요.” 그러면서 그는 “그간 우리가 다른 곳에 연대 못 했던 거도 되게 미안하다”며 “앞으로 연대 잘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인화(37씨)씨와 쿠니모토 카오리(34)씨도 한 달 만에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은 2011년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때 만나 연인이 됐다. 쿠니모토씨는 일본 나카마 유니온 청년지부장이다. 말보다 마음이 통한 배경이었다. 두 사람은 기소된 울산지회 조합원을 만나고, 최병승씨의 병문안을 다녀왔다고 했다. 쿠니모토씨는 “일본에선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여 투쟁하지도 않고, 철탑에 올라가면서까지 싸우는 일도 없다”며 “현대차 투쟁도, 희망버스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황씨는 “일본은 정규직이 거의 없을 정도로 비정규직이 만연하다”며 “일본 비정규직 투쟁에도 희망을 줄 수 있도록 꼭 이기고 싶다”며 웃었다.

입원 중이던 최병승씨도 무대에 올라 희망버스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나약하지 않다. 법 위에 군림하는 현대차를 이기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 위해 끝까지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수배 중인 박현제 지회장도 전화통화를 통해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응원과 관심을 보내 달라”고 말했다.

이튿날인 1일 0시40분께 마침내 희망버스는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각자의 집을 향해 출발했다. 1호차 안에선 조촐한 뒤풀이가 열렸다. 참가단을 통솔하는 1호차 차장 윤종희씨가 ‘민중의 노래’를 다시 한 번 같이 불러보자고 제안했다. “들리는가 저 노래, 민중의 함성소리가…” 이번엔 서로의 음정도 박자도 얼추 맞았다. 다음엔 더 크고 분명한 합창이 돼 들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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