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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10-31 11:15
펌 한겨레> 고객만족을 못시킨 죄 ‘한밤의 인민 재판’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790  


▲ 마음을 짓밟는 감정노동. 일러스트레이션 유아영


마음을 짓밟는 감정노동
① 질식: 회사와 고객 사이 숨이 막힌다

삼성서비스 해피콜 ‘보통점수’땐
고객에게 한대로 상황 재연극
감정질식·트라우마 고통 겪어

회사는 그것을 ‘롤 플레이’라고 했고, 직원들은 ‘인민재판’이라고 불렀다.

밤 9시, 셔터가 내려진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안에서는 역할극이 시작된다. 한명은 서비스 기사 역할을 맡고 다른 한명은 고객 역할을 맡아 ‘문제가 된’ 서비스를 재연한다. “따르르릉.” 누군가 전화벨 소리까지 낸다. “고객님 지금 집앞인데요,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하나하나 재연하는 사람은 서비스 만족도를 확인하는 고객들의 평가인 해피콜에서 ‘보통’ 이하의 평가를 받은 서비스 기사다.

한명의 점수가 낮으면 같은 조의 서비스 기사 12~13명이 모두 남아야 했다. 아침 8시에 출근해 이미 12시간 넘게 일한 동료들 얼굴에선 짜증과 피로를 숨길 수 없다. 누구나 한번씩 당하는 자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야, 빌기라도 했어야지. 왜 점수를 그 따위로 받냐”는 모진 말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역할극은 보통 밤 11시까지 계속됐다.

출장설치나 수리 뒤 “해피콜이 오면 잘 답해달라”고 부탁할 때 기사들의 마음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고객들은 몰랐을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선 보통 한 기사마다 한달에 20번 정도 해피콜을 한다. 고객이 매우 불만이라고 답하면 1점, 매우 만족이라고 하면 10점이다. “8점만 되어도 앞으로 어떻게 서비스를 개선할지를 밝히는 ‘대책서’를 써야 하고, 5점이라면 인민재판에 오를 각오를 해야 한다”고 복수의 직원들이 말했다.

회사가 ‘시에스(CS) 롤 플레이’라 부르는 이 역할극은 지난 6월 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출범하며 설명 없이 대부분 잠정 중단됐지만 대책서 관행은 여전하다. 경상남도 지역 한 센터에선 대책서를 아침 조회 때 전 직원 앞에서 읽으며 ‘자기비판’을 해야 한다. 정신교육 명목의 강제산행도 여러 센터에서 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충청남도 한 지역 기사는 “점수가 낮은 동료가 있는 조는 모두 새벽에 불려나와 산으로 올라가 정상에서 확인사진을 찍어 와야 했다”고 말했다. 울산시 한 센터에는 여러대 카메라가 설치된 역할극 방이 따로 있어 독방에 들어가 재연하는 동료를 밖에서 다른 이들이 카메라로 지켜보기도 했다. 이곳 기사 정상호(가명·34)씨는 “인간적으로 늘 비참했다.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는 그 방은 공포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쪽은 “역할극은 일부 센터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본사가 지침을 내린 적은 없다”고 30일 해명했다.

기술직이면서도 늘 고객들로부터 친절도를 평가받는 수리 기사들은 일터에서 자신의 감정 상태를 통제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다. 심리치유 전문기업 마인드프리즘(대표 정혜신)이 최근 3회째까지 직군별 감정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중인 ‘직장인 마음건강 캠페인’-정혜신의 공개상담실 자리와 <한겨레>가 개별 인터뷰에서 만난 이들은 감정질식, 트라우마, 감정마비 같은 심리 상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2012년 현재 취업자 2468만1000명 중 51.6%인 1266만9000명이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등을 포함해 감정노동으로 분류되는 직군에 종사한다고 추산한다. 대한민국 취업자 2명 중 1명이 감정노동자라는 시대, 일하는 이들의 마음이 병들어가고 있다.

남은주 임지선 기자 mifoco@hani.co.kr



감정노동(emotional labor)

항공기 승무원이 무거운 기내식 카트를 끄는 일은 육체노동이다. 비상착륙에 대비하는 것은 정신노동이다. 하지만 승객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승무원이 미소를 짓거나 불쾌한 감정을 억누르는 일은 감정노동이다. 알리 러셀 혹실드 캘리포니아대 사회학과 교수가 1983년 처음 언급한 개념으로 일터에서 자신의 감정 상태까지 조정해 서비스의 한 부분으로 제공해야 하는 노동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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