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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8-28 13:13
꼬일 대로 꼬인 현대차 불법파견, 무엇이 문제인가] 불법고용 해소 없는 신규채용, 또 다른 갈등 양산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3,556  
노노갈등이 아닙니다. 3천명 신규채용은 회사가 교섭에서 제시한 안일 뿐이에요.”

지난 24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지부장 문용문) 임시대의원대회가 열린 울산공장 문화회관에서 만난 지부 관계자는 최근 언론보도에 불편한 심기부터 내비쳤다. 문용문 집행부는 현대차에서 처음으로 노사 간 불법파견 특별교섭을 이끌어 냈지만 현재 비정규직 문제 해결방식을 놓고 진퇴양란의 위기에 놓였다. 특히 이달 16일 회사가 사내하청 3천명을 2016년까지 신규로 채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현대차지부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다. 지부가 교섭에서 회사가 제시한 안을 그대로 수용하려 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정규직 이기주의’라는 비판도 나왔다.

“비정규직 관련 요구안을 본교섭에서 떼어내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논의하자”는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의 요구가 이날 임시대의원대회에 안건으로 상정된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부는 이날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해법을 찾는 데 실패했다. 꼬일 대로 꼬인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과 대책은 무엇일까.

결단한 현대차, 출국한 회장님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 3천명 신규채용 계획을 밝힌 것은 이달 16일이었다. 이날 노사 간 교섭이 예정돼 있었는데, 금속민투위 등 일부 현장조직이 주간연속 2교대제 협상 내용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교섭장을 봉쇄해 교섭이 열리지 못했다. 회사는 교섭이 불발되자 이례적으로 불법파견·사내하청과 관련한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만들어 언론사에 배포했다.

“현대차는 정부기관 및 법원 판결 취지를 존중해 2016년까지 사내하도급 근로자 3천여명을 정규직화하기로 했다”고 시작하는 보도자료에서 회사는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불법파견 논란을 해소하는 결단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합법적인 사내하도급 운영을 위해 공정 분리 등 작업공정의 합리적 개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그동안 파견이냐 도급이냐를 두고 법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직영과 하도급의 혼재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소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민법에서 정당하게 보장하고 있는 사내하도급을 법적 테두리 내에서 공정개선 등을 통해 안정적을 운영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한 안”이라고 자신 있게 설명했다.

스스로 "결단을 내렸다"고 표현한 것처럼, 회사측은 불법파견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사내하청 문제 해결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2010년 대법원이 현대차에 불법파견 판결을 내리고, 현대차를 교섭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해 비정규 노동자들이 열흘 가까이 공장을 점거하는 파업농성을 벌인 후 2년 만에 나온 안이다.

회사는 21일 열린 교섭에서 ‘사내협력업체 인원 직영화 관련 사측 제시안’이라는 이름으로 3천명 신규채용안을 제출했다. 당초 2016년까지 3천명을 신규채용하겠다는 입장에서 2015년까지로 1년 앞당겼다.

그런데 교섭 하루 전날인 20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미국으로 출국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부터 3교대제를 실시하고 있는 기아차 조지아공장을 22일 방문하고, 23일에는 다음달부터 3교대제로 들어가는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정규직과 현대차 관리자들이 밤샘대치 하며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갔던 그때, 정 회장은 주간연속 2교대제에서 3교대제로 전환한 미국 공장을 찾은 것이다. 국내 노사관계 안정보다 해외 생산물량 확대에 무게를 싣고 있는 현대차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 준 셈이다.

“불법고용 해소가 문제 해결의 출발점”

현대차의 사내하청 3천명 신규채용 안에 대해 정규직지부와 비정규직지회 간의 입장은 엇갈려 있다. 현대차지부 관계자는 “일단 올해 3천명이라도 현대차가 직접고용할 수 있는 물꼬를 트고, 앞으로 발생하는 자연감소분이나 신규 소요인원을 모두 사내하청 노동자에서 채용한다면 몇 년 내에 사내하청 노동자가 공장에서 사라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반면 비정규직지회는 “이번에 노사가 합의한다면 진성도급화로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박헌제 현대차비정규직지회장은 “(신규채용 대상이) 3천명이면 괜찮지 않느냐고들 하는데 채용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회사가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10년을 넘게 맞아가며 싸워 얻은 법적 권리를 박탈당하고 비정규직이라는 굴레에서 영원히 벗어나기 힘들어진다”고 우려했다.

불법파견에 대한 인정이나 사과 없이 신규채용 방식으로 직접고용한다면 그동안의 불법적 고용에 대한 은폐로 직결된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신규채용 대상자를 선별하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해결방식으로 접근할 경우 회사가 노조원 배제전략을 활용할 여지가 그만큼 커져 비정규직지회 존립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외적 변수 작용할까

비정규직지회는 불법파견과 관련한 사측 제시안을 폐기하고 원·하청 공동투쟁과 비정규직 주체가 참여하는 특별교섭을 통한 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안 해 본 것이 없다”고 말하는 비정규직지회는 노사 간 협상을 통한 불법파견 문제 해결에 더 이상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2010년 점거파업과 노사 간 비정규직 특별교섭 등을 실시했지만 특별한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 여부나 여소야대로 구성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 같은 외적 변수가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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