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6-10-2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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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저임금 기댄 돌봄노동 “더는 버틸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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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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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일해도 최저임금, 인력 공백 불가피 … 노정협의 ‘빈손’에 노동계 공동대응 본격화
이수연 기자 입력 2026.10.29 06:30
13년째 보육대체교사로 일하는 50대 임상훈씨도 한때는 대체교사를 기다리는 담임교사였다. 5년간 어린이집에서 일하며 보수교육을 받으러 갈 때면 자신의 반 아이들을 맡아 줄 대체교사가 있어 든든했다. 그 고마움을 알기에 기꺼이 대체교사가 됐다. 낯선 어린이집에 가서 처음 만나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자신을 의지하는 아이들이 좋다. 상훈씨는 지금도 “이 직업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13년의 경력에도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영아부터 취학을 앞둔 아이들까지 돌보지만 수당은 가장 낮은 영아반 기준으로 받는다. 보육교사가 받는 장기근속수당도 없다. 매번 다른 어린이집으로 출근해야 하는데 교통비는 18년째 월 10만원에 묶여 있다. 채용 조건도 차량이 있는 교사로 제한된다.
60대 가사관리사 김영숙씨는 남의 집에서 일하는 동안 밥 한 끼 먹는 일도 눈치가 보인다. 한때는 일하는 틈틈이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지만, 요즘은 5분 안에 먹을 수 있는 셰이크로 점심을 대신한다. “사람이 있는 것보다 CCTV가 더 무섭죠.”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잠시 쉬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아프거나 다쳐도 생계 부담은 고스란히 자신의 몫이다. 산재보험 적용도 정부 인증 기관에서 일하지 않으면 남 일이다. 영숙씨는 최근 출근길 버스에서 넘어져 4주 동안 일을 하지 못했다. 일을 쉬는 동안 수입이 끊겼고, 치료비도 스스로 부담해야 했다. 20년 넘게 오랜 가사노동을 하며 허리와 무릎, 어깨까지 성한 곳이 없지만 일을 그만둘 수는 없다.
낮은 보상이 키우는 돌봄 공백
“지금 조건으론 안 한다”
현재 우리나라 돌봄서비스는 상훈씨나 영숙씨 같은 5060 여성의 노동에 기대고 있지만, 그 뒤를 이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문제가 아니라 열악한 노동조건이 인력 유입을 막는 원인이라고 말한다. 상훈씨처럼 오랜 경력을 쌓아도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고, 영숙씨처럼 아프거나 다쳐 일을 쉬면 생계마저 위태로워서다. 인력난과 저임금이 공존하는 기이한 현상 뒤에는 임금과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정부가 정작 책임은 지지 않는 ‘사용자성의 공백’이 있다.
한국은행 고용분석팀은 간병·육아를 포함한 돌봄인력 공급 부족 규모를 2032년 38만~71만명으로, 2042년 61만~155만명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인력난은 수요 증가가 가장 가파른 노인돌봄에서 두드러진다. 권정현 KDI 연구위원은 지난 4월 ‘노인돌봄서비스 인력의 전망과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근로 요양보호사 규모가 2023년 7만1천여명에서 2034년 80만6천여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할 것으로 보고, 현 수준의 업무 부담을 유지하려면 2043년까지 99만명이 더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고학력화와 경제활동 확대에 따른 유보임금 상승을 고려하면 5060 여성의 참여가 더 줄어 공급 감소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자는 311만1천837명이지만 실제 일하는 사람은 69만9천584명(22.5%)에 그친다. 40대 이하 취득자의 활동률은 전체 7.8%에 불과한 반면 현장 인력의 70%는 60대 이상이다.
올해 3월 시행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로 재가서비스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인데, 문제는 이곳의 임금이 가장 낮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지난해 실시한 장기요양실태조사에 따르면 재가급여 종사자의 월평균 임금은 111만3천원으로 시설급여 종사자(222만7천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윤자영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회서비스 노동자 처우개선 토론회’에서 “돌봄인력 부족을 인구 고령화의 불가피한 결과로만 볼 수 없다”며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지금 조건으로는 일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1차 베이비붐 세대가 75세 이상이 되는 2030년대 수요 급증에 대비하려면 처우개선으로 노동조건을 바꿔 다음 세대가 돌봄을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정협의에도 처우개선 ‘요원’
일반적으로 인력 부족은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지만 돌봄부문에서는 인력난과 낮은 보상이 공존한다. 박영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정부가 수가·보조금·사업지침으로 임금과 인력배치 등 핵심 노동조건을 정하고 있어 개별 기관과의 단체교섭만으로는 개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노정협의는 성사됐지만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올해 8월 보건복지부·성평등가족부·교육부·고용노동부는 민주노총 돌봄공동교섭단과 노정협의체를 꾸려 기본급을 최저임금 인상분 3.7%에 5%를 더하고, 교통비를 10만원 증액하는 안에 합의했지만 최종 정부 2027년 예산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처우개선을 미루는 자체가 비용이라고 봤다. 윤 교수는 “처우개선은 미리, 단계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사회 전체로 보면 덜 비싼 선택”이라며 “기본급에 돌봄노동의 숙련·책임·업무부담을 반영하고 경력과 추가 역할에 따른 보상을 더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대기 등 업무 수행에 필요한 시간까지 조사해 재정 산정에 포함하고 기관 지원금 증가가 실제 노동자 임금이나 인력배치 개선으로 이어지는 집행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영민 연구원도 “돌봄노동자의 희망 근무시간과 이용 가구의 수요가 맞지 않아 인력은 부족한데 노동시간은 불충분한 역설이 나타난다”며 “이를 개인 간 매칭에 맡길 것이 아니라 최소 유급시간을 보장하고 서비스 취소시 소득을 보전하는 제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당국인 기획예산처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최근 경제현안간담회에서 뒤늦게 돌봄노동자 처우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후속 작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 26일 열린 ‘사회복지 일자리 등 공공분야 재정지원 일자리 확충을 위한 간담회’에서 돌봄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풀려면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참석자들과 뜻을 모았다.
노동자 연대체 잇따라 출범 “직접 맞선다”
돌봄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노동계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국제 돌봄의 날을 앞둔 26일 한국노총 산하 돌봄 관련 노조들은 ‘돌봄노조연대’를 출범했다. 직종과 소속 기관에 따라 제각각인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돌봄정책 결정 과정에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28일에는 여성·노동·법률단체 21곳이 참여한 ‘가사노동연대’가 발족했다. 이들은 가사 사용인을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11조 개정 등 가사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입법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산하 요양지부와 장애인활동지원지부 등이 통합한 사회서비스지부가 29일 출범한다. 서로 다른 돌봄 현장의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공공돌봄 확대와 국가책임 강화, 노동권·건강권 보장을 요구한다는 취지다. 같은날 민주노총도 돌봄노동자 처우개선 예산 증액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이수연·우다영 기자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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