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방영된 <한국방송>(KBS) 드라마 <근초고왕>에 출연한 보조출연자들이 전남 나주 촬영장에서 맨땅에 앉아 밥을 먹고 있다. 전국보조출연자노조
검찰, 엑스트라 공급업체 3곳 벌금
“회사 소속 아닌 노조 지원은 불법”
부당행위 막는 조처가 되레 발목 노동조합법 기계적 적용 비판 일어
방송국에서 기획사로, 기획사에서 제작사로, 제작사에서 다시 인력공급업체로 이어지는 계약 관계의 가장 아래에 있는 보조출연자(엑스트라)들에게도 노동조합이 있다. 2006년 만들어진 ‘전국보조출연자노조’는 긴 싸움 끝에 주요 공급업체들과 각각 단체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 단체협약에 따라 인력공급업체가 보조출연자노조에 운영비를 지원한 것은 불법이라는 검찰 판단이 나왔다. 해당 인력공급업체의 노조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파견·용역 등 ‘회사 밖 노동자’, ‘회사 밖 노조’가 일반화 한 상황에서 노동조합법의 한계가 드러난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송강)는 지난 6일 단체협약에 따라 2011~2014년 보조출연자노조에 전임자 급여 등의 명목으로 운영비를 지원한 혐의(노동조합법 위반)로 인력공급업체 3곳을 각각 벌금 7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이들 업체는 각각 1160만~1450만원을 노조에 지원했는데, 검찰은 “회사 소속 노조의 전임자 급여는 단체협약을 통해 지급할 수 있지만, 보조출연자노조처럼 회사 소속이 아닌데도 회사가 급여를 지급하면 현행 법 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다만 검찰은 직접적으로 노조 쪽에 돈이 지급되지 않은 사무실 운용비나, 조합비 일괄 공제 등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노조 전임자 급여나 노조 운영비를 회사가 지원하는 것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사용자가 돈의 힘으로 노조 운영에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이번 검찰 수사는 2012년 드라마 <각시탈> 보조출연자 사망 사건 이후 보조출연자노조와 갈등을 빚어왔던 인력공급업체 <태양기획>이 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은 다른 업체들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이규선 보조출연자노조 사무국장은 7일 “이 회사의 고발로 그나마 노조와 협약을 맺고 어느 정도 우리를 인정해 준 다른 업체들로부터 조금씩 나오던 노조 운영비마저 끊겨버렸다”고 했다.
하해성 노무사는 “회사 밖 노조이지만 인력공급업체와 자율적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이행한 것을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제약을 가하는 것은 모순이 있다. 이 경우 열악한 처지의 많은 비정규직 노조들이 제대로 활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7만여명 정도로 추산되는 보조출연자 중 조합원은 3500여명 가량이다. 보조출연자들은 일용직 노동자처럼 인력공급업체 여러 곳에 등록한 뒤 일이 있을 때만 불려가 일한다. 이규선 사무국장은 “인력공급업체가 불러주지 않으면 일자리 자체가 없는 보조출연자들은 업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자체적으로 노조 가입률을 높여 조합비를 걷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기존 판례나 노동위원회 해석에 따라 엄격하게 법리적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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