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1-21 13:18
[현대차 사내하청 특별협의 잠정합의 도출] 10년 넘은 현대차 불법파견 공방 사실상 종료
|
|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785
|
[현대차 사내하청 특별협의 잠정합의 도출] 10년 넘은 현대차 불법파견 공방 사실상 종료
노사 27일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항소심 선고 앞두고 의견접근 … 비정규직지회 22일 찬반투표
현대자동차·사내하청업체와 금속노조·현대차지부·현대차비정규직지회가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일해 온 사내하청 노동자 2천명을 내년 말까지 정규직으로 특별채용하는 방안에 의견접근을 이뤘다.
비정규직지회는 22일 조합원총회를 열어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벌인다. 가결될 경우 지회는 현대차를 상대로 진행 중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취하해야 한다. 현대차 불법파견을 둘러싼 법정공방이 막을 내리는 셈이다.
◇사내하청 근속경력 절반만 인정=‘현대차 사내하청 특별협의’에 참여한 5개 노사 조직은 20일 오후 울산공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골자로 한 잠정합의를 도출했다.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천200명, 내년 80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를 특별채용 형태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노조활동을 이유로 채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잠정합의안에 포함됐다. 올해 안에 지회 조합원이 우선 채용되도록 노력하고, 특별채용 과정에서 탈락한 조합원의 경우 별도 조치를 강구하기로 했다.
특별협의에서 가장 논란이 된 문제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근속인정 범위다. 잠정합의안에는 입사연도에 따라 최소 1년에서 최대 9년까지 단계적으로 경력을 인정하는 방안이 담겼다. 하청업체 2년 근무경력을 현대차 1년 근무경력으로 인정해 주는 방식이다. 지난해 9월 부결된 잠정합의안에는 1년에서 8년까지 경력을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그에 비해 경력 인정기간이 다소 길어졌다.
정규직 전환자의 공정배치는 "인력 수요를 감안해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기로 했다. 해당 노동자가 희망하는 공정 또는 유사한 공정에 배치하는 방안이다. 이 밖에 △기본급 인상과 제 수당·자녀학자금 지급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취하자 일시금 지급 △노사 쌍방 민·형사상 소송 취하 △해고자 본인이 원할 경우 해당업체 재입사 등의 내용이 잠정합의안에 포함됐다. 지난해 9월 부결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력 인정기간과 정규직 전환자에 대한 금전보상이 다소 늘었다.
이날 잠정합의는 27일로 예정돼 있는 현대차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집단소송)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나왔다. 2014년 9월 서울중앙지법은 현대차가 완성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해 부품을 만들고, 조립하고, 색칠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모든 공정에 불법적으로 파견노동자를 투입해 왔다고 판단했다.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공장 안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하청노동자가 현대차 지시를 받으며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아 왔다는 것을 인정한 판결이다.
1심 재판부가 노동자들의 주장을 전폭적으로 반영한 판결을 내렸다면, 항소심 재판부는 불법파견 범위를 원심보다 좁게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공정에서 근무했느냐에 따라 노동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 만큼 비정규직지회는 “불법파견 철폐”라는 대의와 현실적 상황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처지다. 노동계 안팎에 잠정합의안 가결을 점치는 목소리가 우세한 이유다.
◇아쉬울 것 없는 현대차=노동계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10년 넘게 이어져 온 현대차 불법파견 공방은 국내 제조업체에 만연한 불법적 고용관행을 환기시켰다. “왼쪽 바퀴는 정규직, 오른쪽 바퀴는 비정규직”이라는 표현이 함축하듯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무너지고,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이 당연시되는 현실에 경종을 울렸다. 아울러 완성차업계는 물론 철강·수리서비스·케이블통신 등 다양한 업종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 나오라”고 외치며 투쟁에 나서도록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런 상황에서 현대차의 이번 잠정합의는 동종업계나 다른 업종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크다. 이번 합의를 간접고용 불법파견 문제의 모범답안으로 보기는 힘들다.
현대차가 사내하청 특별협의에 나선 이유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일단 베이비붐 세대에 속하는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의 은퇴행렬이 예고돼 있다.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과 이에 따른 비판여론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현대차 입장에서 이번 잠정합의는 숙련인력을 취하면서 비판여론을 잠재우는 효과가 있다.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더구나 정규직 전환자가 빠져나간 자리에 또 다른 사내하청 노동자를 투입할 여지도 남겼다. 불법파견 문제가 말끔히 해결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번 잠정합의를 놓고 “현대차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