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업 구조조정 칼바람에 비정규직 43% 이직 경험
금속노조 조사 결과 3명 중 1명 임금체불 겪어 … "임금 원청 책임·하도급 금지 종합대책 필요"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최근 1년 사이 조선소 비정규직 10명 중 4명 이상이 한 번 이상 회사를 옮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 명 중 한 명은 임금체불을 겪었다. 조선업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밑바닥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칼바람을 맞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 노동자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속노조 조선소 비정규직 대상 구조조정 실태조사
금속노조 조선업종 비정규 노동자 노동실태조사 연구조사팀은 올해 5~6월 목포·울산·거제·통영·창원에서 일하는 조선업종 비정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조선소 1차 하청업체 비정규직을 일컫는 본공과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하는 물량팀, 하청업체 일용직 등 500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하청업체와 초단기 계약을 맺는 물량팀을 부르는 은어인 '돌발팀' 혹은 '돌관팀'(돌격해 관철시킨다는 의미) 노동자도 응답자에 포함됐다.
조사 결과 조선업 구조조정 논란이 본격화한 최근 1년간 업체를 옮긴 경험이 있는 비정규직이 42.76%나 됐다. 회사를 한 번 옮긴 사람은 24.9%였고, 2회(10.64%)·3회(6.02%)·4회(1.20%) 순으로 응답했다.
업체를 옮긴 이유로는 업체 폐업이 39.78%로 가장 많았다. 임금인상 목적은 24.54%, 감원이나 구조조정 사유로 업체를 옮긴 경우는 13.38%였다. 조선업 불황과 구조조정 여파가 비정규직 고용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체불임금 발생 여부를 조사했더니 32.95%가 "있다"고 답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아래에 있는 비정규직일수록 체불임금 발생률이 높았다. 물량팀 노동자의 51.77%가 임금체불을 경험한 데 반해 하청업체 본공은 27.78%를 기록했다. 일용직이나 돌발·돌관팀 노동자의 25%도 임금체불 경험이 있었다.
고용불안 이어 임금삭감도 심각 … 1년 동안 13.2% 감소
물량(일감) 감소로 인한 처우악화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최근 1년 사이 임금삭감을 경험한 비정규직이 44.1%였다. 임금이 1년 전에 비해 평균 13.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 임금이 100만원이었다면 최근에는 86만8천원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임금 외에도 상여금 삭감(25.2%)·복지 삭감(38.8%)·노동시간 감소(31.5%)가 발생했다.
조선업 구조조정 국면에서 고용불안을 호소하는 비정규직 비율이 높았다. 현재 일하고 있는 업체의 고용안정성을 묻는 질문에 "불안하다"거나 "매우 불안하다"고 대답한 노동자들이 56.4%나 됐다. "안정" 혹은 "매우 안정"이라고 답한 노동자는 13.73%에 그쳤다.
민주노총과 김경수·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지원·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노회찬·이정미 정의당 의원, 김종훈 무소속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해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조선하청노동자 구조조정 실태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는 조선소 비정규직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인원감축 압박·불안 공포에 짓눌려"
이은주 마창거제산업재해추방운동연합 운영위원은 "조선업 구조조정 1순위가 물량팀 노동자고 다음이 하청 본공 노동자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조선소 비정규직들은 대규모 인원감축이 있을 것이라는 압박과 공포 속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조선업 비정규직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고용불안·체불임금에 대해 정부가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며 "원청의 임금체불 연대책임, 실업급여 지급기간 연장, 물량팀 고용 금지 같은 종합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하창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장은 "정부의 조선산업 정책 부재와 경영진 무능이 조선업 위기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그 대책은 노동자들을 자르는 것으로만 귀결되고 있다"며 "하청노동자의 임금과 고용을 원청이 책임지고, 정부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조선업종노조연대에 따르면 조선업 종사자는 지난해 12월 20만5천여명에서 올해 5월 19만4천여명으로 1만1천여명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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