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동구 울산과학대학교 정문 앞에 설치된 청소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을 울산지방법원 집행관들이 강제 철거하고 있다. 이번 강제 철거는 울산과학대학교 측이 울산지방법원에 농성장 철거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이뤄졌다. 이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970일 동안 농성을 벌여왔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파업 970일만에 농성장 강제 철거 본관서 쫓겨나 이젠 천막까지 뜯겨…“반드시 복귀할 것”
법원, 학교측 가처분신청 수용 큰 충돌 없이 1시간만에 종료 청소노동자 “이게 법이냐” 눈물 대학-업체 계약도 만료된
상황
정치권도 조율 나섰지만 무산 노조, 정문 앞 연좌농성 돌입
“손 대지 마라!” “니들은 애미, 애비도 없나!” “이 한겨울에 얼어 죽으까…”
9일 오전 7시 40분께 울산 동구 울산과학대학교 동부캠퍼스 정문 앞.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청소노동자들이 파업농성을 시작한지 970일째.
날이 밝자마자 울산지법 집행관과 용역원 등 30여명이 천막 농성장 강제철거를 시작했다. 청소노동자들과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농성장 앞에 서로 팔짱을 끼고 이를 막아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촤악-’ 정문 기둥에 묶인 현수막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찢어졌다. 추위를 피해 몇겹씩 둘러싼 비닐천막도 ‘후두득’거리며 힘없이 뜯겼다. 철거가 시작된지 10여분만에 농성장 속살이 훤히 드러났다. 천막을 지탱하고 있던 알루미늄 파이프도 속절없이 꺾였다.
“짐만 좀 꺼내자”며 농성장 주변을 막아선 용역원들 사이를 비집던 오순남(61·여)씨는 한 용역원의 허리춤을 붙잡은 채 주저앉았다.
허탈한 표정으로 두어걸음 물러난 조현선(61·여)씨는 “이게 법이냐”며 목소리를 높이다가 끝내 눈물을 훔쳤다. 잠시 뒤 무너진 농성장에서 집기류 몇가지를 들고 나오던 그는 주전자를 바닥에 내던졌다. 해가 뜨기 전만 해도 추위 속에서 다른 이들과 나눈 커피를 끓이던 주전자였다.
철거는 1시간여만에 종료됐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경찰이 배치됐지만 다행히 다치거나 경찰에 연행된 이는 없었다. 노동자들과 집행 용역원들 사이에서 “옷깃을 잡지마라” “몸에 손대지 마라” 등 실랑이가 있었지만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날 철거는 대학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집행됐다. 청소노동자들이 대학 부지를 불법 점거하고 천막을 치는 등 학습 환경을 해치고 있다는 이유였다.
청소노동자들은 2014년 6월 16일 시급을 기존 5,210원에서 7,910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청소용역업체에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대학 본관 안에서 시작된 농성은 퇴거 명령에 따라 본관 밖으로 옮겼다가 결국 현 위치까지 쫓겨났다.
그 사이 이들을 고용했던 기존 업체 2곳과 대학과의 계약은 만료됐다. 대학은 새로운 청소용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들 청소노동자의 고용 승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청소노동자들은 대학 측에 적극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지난해에는 동구청에서 간담회를 통해 합의점을 이끌어내는듯 했지만 끝내 조율에 실패했다. 지난달에는 정치권에서 중재에 나서면서 노조와 대학 측의 협상 테이블이 다시 꾸려지는 듯했다. 그러나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3자 중재단 구성’에 대한 의견이 모아지지 않으면서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 측은 “그동안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를 이어왔고 재고용 기회를 제공하는 등 충분히 적극적으로 나섰다”며 “교육 분위기를 저해하는 행위를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천막 농성장을 잃은 청소노동자들은 대학 정문 앞을 떠나지 않고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노조 측은 “천막은 뜯겼지만 이 자리는 끝까지 사수해 학교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천막 농성장이 사라진 곳에는 대형 화단 2개가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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