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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1-25 16:38
법원 “직원 과반 찬성했어도 ‘집단토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은 무효”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533  
법원 “직원 과반 찬성했어도 ‘집단토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은 무효”


학습지 회사 대교 ‘저성과자 퇴출’ 목적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 무효 판결


회사가 취업규칙을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이 있는 쪽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변경에 찬성한다는 개별 노동자 과반 이상의 동의서가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노동자들의 찬반의사를 집단적으로 토의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면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부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이 노동자 과반의 동의가 없어도 변경할 수 있다고 안내해 사용자에 유리하도록 손쉽게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줬다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노동자들의 의사 표현을 더욱 적극적으로 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어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김상환)는 학습지 회사인 대교 노동자들이 회사가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도입한 ‘직급별 정년제’가 위법하므로 이에 따른 임금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대교는 2009년 소속 노동자들의 직급별 정년(최하 44살)을 정한 뒤, 직급정년에 도달한 노동자들은 다음 해 임금을 80%로 감액하고, 그 다음해는 70%, 그 다음해부터 퇴직 때까지는 60%로 감액하는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를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도입했다. 2년 뒤인 2011년엔 한 차례 더 취업규칙을 바꿔 임금 감액의 폭을 70%, 60%, 50%로 정했다.
 
이에 따르면 승진이 되지 않아 직급정년에 도달하면 원래 300만원을 받던 노동자는 그 다음해에 210만원으로 깎이고, 그 다음해에는 180만원, 150만원으로 깎이게 된다. 회사는 “저성과자들 사이에 학습지 회원을 늘려 성과를 높이기보다 적은 회원수만 관리하고 보직도 수행하지 않으면서 ‘버티자’는 인식이 만연돼있어 회사에 부담을 주었다”는 점을 도입배경으로 내세웠다.

2012년 10월 인사·성과위원회에서는 “해당 제도는 나이에 따른 퇴출프로그램으로 급여를 원상 복구시키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회사는 2009년 사내 인트라넷 공지, 노조 간담회, 노사협의회 등을 거치고 노동자 개인의 동의 여부를 묻는 동의서 작성 절차를 통해 84.4%가 찬성했다는 것을 근거로 적법한 취업규칙 변경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취업규칙 변경이 적법하려면 △변경내용을 노동자들이 주지할 수 있도록 적당한 방법에 의한 공고·설명절차가 있을 것 △노동자들이 회의를 개최해 찬반 의견을 교환할 것 △이에 따라 노동자들이 집단적 의견이 찬성일 것이라는 요건이 필요하지만, 회사는 이 요건을 지키지 못했다고 봤다.

실제로 회사는 취업규칙을 변경하기 열흘 전에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변경내용을 공지했다고는 하지만 임금삭감제도 내용은 일절 나오지 않았고, 12일 전과 11일 전 노동조합과 노사협의회를 통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주장했지만, 전체 직원 3331명 가운데 노조 조합원은 90여명에 불과했다.

또 노조 임원들에게도 변경된 제도에 대한 자료를 배포하지 않았다. 회사는 이같이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주말 이틀을 포함한 5일 안에 전국에 흩어진 지역별 조직 794개 팀원에게 “‘집단적 토의 방식’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본사로 취업규칙 변경 동의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직원이 3331명이고 조직이 794개 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회사가 제시한 ‘집단적 토의’엔 평균 4.2명이 참여하는 셈이다.

재판부는 “업무 특성·사업규모·사업장 산재 등의 사정으로 전체 근로자들이 모이기 어려운 경우 부서별로 모이는 방식도 허용될 수 있으나 근로기준법이 ‘회의 방식’에 의한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요구하는 이유는 ‘집단 의사의 주체로서 노동자’의 의사를 허용하기 위함이므로, 사용자는 부분적 모임을 통한 의견 취합을 하더라고 전체 노동자의 모임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이 집단 의사를 확인·형성할 수 있도록 조처할 의무가 있다”며 “회사는 평균 4.2명 단위로 토의를 하도록 한 셈인데, 이는 노동자 전체의 집단적 의사 확인을 위한 의미 있는 최소단위로 기능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취업규칙 변경 동의서에 84.4%의 노동자들이 ‘찬성’난에 서명한 것은 사실이지만, 노동자들 전원이 해당 제도에 대해 회의를 통해 찬반 의견을 교환한 뒤 동의서에 찬반 서명을 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찬성의 집단적 의견을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의 소송을 대리한 김태욱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대법원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집단적 동의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하면서도 개별 부서 단위의 동의를 폭넓게 허용해줌으로써 사실상 집단적 동의의 의미를 몰각시키는 판결을 여러 차례 선고해왔던 점에 비춰보면, 이번 판결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때 집단적 동의를 요구한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되살린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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