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6-23 09:31
“정규교사 복직시 기간제교사 중도계약해지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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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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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노위 “계약해지 가능성 당사자도 인지, 근기법상 정당한 사유”[서울2024부해28]
정규교사의 복직으로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 기간제교사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는 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다.
서울지노위 “전임자 복직으로 계약해지 불가피해”
1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서울의 한 공립학교에서 계약기간보다 2개월여 일찍 해고된 기간제교사 A씨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A씨는 학교와 1년 계약을 맺고 교과교사 겸 부장으로 일했지만 해당 교과 정규교사의 갑작스러운 복직으로 계약해지됐다. 학교는 전임자 복직을 알리는 인사발령 통지 나흘 만에 A씨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했고, A씨는 가르치던 학생들과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나야 했다. 학교는 30일 이전에 해고를 통보하지 않아 A씨에게 근로기준법상 해고예고 수당과 퇴직금을 지급했다.
A씨는 서울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지노위는 “A씨에 대한 계약해지가 해고이지만 해고 사유에 불가피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절차도 적법하다”며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정했다. A씨가 계약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이유였다.
A씨는 계약해지 사유인 원직자의 복직이 A씨가 잘못해서 발생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지노위는 A씨가 교육공무원법 32조(기간제교원)에 따라 정규직 교원의 결원을 대체하기 위해 채용됐고, 정규교사가 직위해제 사유가 소멸돼 복직하면서 부득이하게 해지된 것에 “사회통념상 계약해지 사유의 상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채용공고에 정규교사 수급에 따라 계약해지 가능성이 안내돼 있어 A씨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고, 정규교사의 복직이 교육공무원법 44조의2(직위해제) 1항과 2항에 따라 이뤄진 점도 고려했다. 서울지노위는 “정규교원의 일시적 공백에 따른 기간제교원 채용의 취지나 교원 정원 운영의 현실 및 기간제 교원 지위의 특수성(교육공무원법과 근로기준법이 모두 적용) 등을 감안하면 전임자 복직에 따른 계약해지사유를 (기간제교원 운영지침에) 규정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해고 사유는 사회통념상 ‘부득이한 사정’의 상당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 23조(해고 등의 제한)의 정당한 이유에 해당된다”고 판정했다. 당사자인 A씨는 판정을 수용했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지 않았다.
전문가“근기법 미달하는 근로계약은 무효”
서울지노위가 이번 판정에서 계약해지 사유 등의 사정을 고려해 근로기준법 23조의 ‘정당한 이유’를 인정한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윤지영 변호사(직장갑질119 대표)는 “(기간제교원은 정규교원 결원시 채용한다는) 교육공무원법의 32조는 임용에 관한 사유이고, 이를 계약해지 사유로 확대해석할 수 없다”며 “인력 조정에 관한 책임은 교육감과 교육부의 문제이지 이 책임을 기간제교사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변호사는 “2018년 대법원은 판결(2014다9632)로 ‘사용자가 어떠한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 사유로 정하고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 달리했더라도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은 성질상 해고로서 근로기준법에 정한 제한을 받는다’고 판시했다”며 “당사자가 근로계약에 동의해도 근로기준법에 미달하는 계약은 효력이 없다. 계약서를 이유로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면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이 무력화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기간제교사노조 자문을 맡고 있는 정태권 공인노무사도 “교육현장에서 기간제교사가 차지하는 인적 비율과 역할이 이미 상당한 수준인데도 국가가 예산 편의를 이유로 고용불안 책임을 기간제교사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이번 판정은 근로기준법의 해고금지 원칙을 너무도 느슨하게 적용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조기계약해지 지침 폐기” 권익위 권고했지만…
기간제교사들은 이번 판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기간제교사가 교육청을 상대로 구제나 쟁송에 나서는 일이 흔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청과 교육부가 나서서 지침과 관련 법을 손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의 10년차 기간제교사 이선희(가명)씨도 수년 전 정규교사의 갑작스러운 복직으로 계약 만료 두 달 전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마침 명절을 앞둔 때라 명절 상여금과 두 달 치 월급을 못 받는 상황에 놓였다. 학교에 해고예고 수당을 요청했지만 관리자가 거부해 노동청 근로감독관이 중재하기도 했다. 이씨가 받지 못한 금액은 1천만원에 달했지만 결국 30일치 해고예고 수당만 받는 데 그쳤다. 이씨는 “계약해지를 당일 통보받고 경제적 손해나 심리적 타격이 막심했지만 학교와 지역에 소문이 날까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기간제교사는 거쳤던 학교를 모두 기재해 제출하고 평판조회도 만연해 법률대응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박혜성 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은 “기간제교사들은 학교에서 부당한 일을 겪고 난 뒤 항변하고 문제 삼으면 블랙리스트에 오른다는 두려움이 크다”며 “교육청 지침을 보면 중도계약해지된 교사들을 이어서 채용되도록 인재풀에 등록한다는 안내가 있지만 채용 시기가 아닐 때 올라오는 공고에 무슨 실효성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박영진 전교조 기간제교사특별위원장은 “중도계약 해지를 명시한 채용공고 자체가 문제“라며 “1997년 기간제교사 제도가 시작한 이래로 해당 조항은 30년째 있었지만 이것을 한 번이라도 깨보려고 시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아쉽다. 교육당국을 만날 때마다 이 조항이 독소조항이라고 뺴 달라고 요구하는 데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17개 시·도 교육청은 2025년 기간제교원 운영지침에 모두 “정규교원이 복직시 기간제교원 계약해지가 가능하다”고 안내한다. 심지어 인천시교육청은 “조기복직 등에 따른 계약해지로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고·계약서에 반드시 명시하고, 충분히 안내하며 계약기간 보장에 대한 약속을 금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기간제교사와 학교 간 계약기간이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데도 계약기간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하지 말라는 황당한 지침을 내리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20년 전국 교육청에 “교원 조기복직에 의한 기간제교원 자동계약해지 조항을 기간제교원 운영지침에서 폐지하라”고 권고했지만 해당 조항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계약기간을 구두로 약속해도 구두계약이 돼 관리자 실수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명시한 것”이라며 “당연히, 무조건 있어야 하는 안내”라고 해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장 개선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권익위 권고는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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