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상식

최신판례

Home|노동상식|최신판례

 
작성일 : 26-04-07 09:15
독감 약 먹고 출근하다 신호위반 교통사고도 ‘산재’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73  
울산지법 “졸음·집중력 저하 속 발생한 사고 … 통상적 위험”

김미영 기자 입력 2026.04.07 08:00

울산지법 2025구단5199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울산 울주군의 한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던 홍아무개씨는 2023년 4월 심한 독감에 걸렸다. 3인1조로 주간 4일, 휴무 2일, 야간 4일을 반복하는 3조2교대 근무형태였는데 홍씨 근무조 전원이 감기 증상을 겪고 있었다. 4월28일 새벽 5시 홍씨는 “오늘 출근하냐?” “내가 좀 쉴게. 나도 감기 걸려가 죽겠다”는 동료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오토바이 시동을 걸었다. 앞서 이틀 동안 연차를 내고 꼬박 앓았던 홍씨는 감기약을 복용한 채 오토바이 운전을 하다가 이날 새벽 5시18분께 울산 남구 두왕사거리에서 그만 차량과 부딪히며 두개골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그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신호위반이라는 범죄행위가 원인”이라며 불승인했다. 이에 홍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방법원은 “이 사고를 두고 쉴 수 없는 근무환경 속에서 발생한 통상적 위험”이라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아파도 쉴 수 없는 교대근무 속 출근 선택

쟁점은 신호위반이라는 위법행위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상 ‘범죄행위’에 해당해 업무상 재해에서 제외되는지 여부였다. 울산지방법원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된 경우라도 업무수행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인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단순한 교통법규 위반만으로 업무상 재해를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홍씨의 근무환경과 사고 전 상황을 함께 고려했다. 교대근무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였고, 독감 치료 과정에서 타미플루를 포함한 여러 약을 복용했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에서는 감속이나 회피 시도가 없었다. 법원은 “전방 신호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졸음운전이나 집중력 저하,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신호를 위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홍씨 역시 “사고 당시 기억이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교통사고 위험은 출퇴근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 업무로 인한 과로나 피로가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이 사건 사고는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산재보험 급여를 박탈할 정도로 불법성의 정도가 매우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단의 불승인 처분을 취소했다.

재판부 “산재 급여 박탈할 정도로 불법성 중대하지 않아”

이번 판결은 독감 등 건강 이상 상태에서도 쉬기 어려운 노동환경을 배경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경기도 부천의 한 사립유치원에서 독감에 걸린 채 출근하다 숨진 교사 사례가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다. 노동계에서는 “아파도 출근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사고와 질병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혜영 변호사(루트법률사무소)는 “이번 사건의 경우 3인1조 근무 구조에서 인력 공백이 곧바로 생산 차질로 이어져 출근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인력 여유가 없는 현장에서는 건강 상태를 고려한 작업배치나 보강이 어려워 사고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허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신호위반이라는 형식적 위법성보다 교대근무와 인력 운영 구조,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오늘의 방문자 1 | 총 방문자 382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