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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1-15 08:09
배전전기원 갑상선암의 근거 부족 판단은 산재보험 취지에 어긋난다는 판결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302  
[대법원 2025. 1. 9. 선고 2024두45979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1. 사건의 개요

원고는 1995년부터 2015년 11월까지 한국전력공사(주)의 협력업체에서 배전전기원으로 근무하던 중 갑상선암을 진단받았다. 배전전기원으로 근무한 기간 중 18년간은 활선공법을 활용하여 전기가 통하고 있는 상태의 전신주에서 송·배전선로의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했다.

활선공법이란, 전기가 통하는 전신주에서 송·배선전로의 유지·보수를 하는 공법이다. 활선공법은 배전전기원이 직접 충전부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직접활선공법과 전기원의 안전을 위해 스틱을 사용하는 간접활선공법으로 구분되는데, 주로 간접활선공법을 이용하는 미국·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직접활선공법이 널리 이용되었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을 비롯한 전기 노동자들이 감전 등 사고 위험성과 전자파로 인한 직업병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한국전력공사는 2016년부터는 직접활선공법을 폐지하고 간접활선공법으로 단계적 전환을 해 나가기로 하였다.

원고는 활선 작업차에 혼자 탑승하여 배전공사를 수행하였고, 근무일마다 기자재 교체 작업의 경우 전봇대 2~30개, 전선 교체 작업의 경우 전봇대 7~8개를 점검하였다. 2009년 전에는 주 6일, 2009년 이후에는 주 5일 근무하고 있다. 원고는 배전전기원으로 일하던 중인 2015. 11.경 갑상선 유두상암을 진단받고 수술 및 방사선 치료를 하였는데, 이 사건 상병 진단 전에 관련된 기저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다.

2. 쟁점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17년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활선 상태에서 케이블을 교체하거나 연결하는 작업을 하는 배전작업자의 작업환경에서 측정된 극저주파 자기장은 산술평균 1.3?T로 측정되었고, 최고노출수준 값의 범위는 8.5~1,671?T로 측정되었다. 이는 일반 회사원의 평균값 내지 반도체 공장 근로자, 변전소 근무자의 노출값과 비교하여도 월등하게 높은 수치이다.

그런데 갑상선암의 대표적인 위험인자로 알려진 전리방사선(X-선, 감마선 등)과 달리 비전리방사선인 극저주파 전자기장이 갑상선암의 발병·악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만한 뚜렷한 연구결과는 현재까지 없다. 다만 국제암연구소는 극저주파 전자기장을 발암 가능물질(Group 2B)로 분류하고 있고, 일부 극저주파 전자기장에 노출된 그룹에서 갑상선 호르몬수치가 대조군에 비해 낮게 나타나는 등 소수의 연구결과가 존재하는 정도이다.

원심판결은 갑상선암은 내분비계 암 중에서 가장 흔한 암이라는 점, 극저주파 자기장 노출과 갑상선암 발생과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이를 뒷받침할 연구가 부족한 점을 근거로 원고의 요양급여 불승인처분이 적법하다고 보았다.

결국 상고심에서도 이러한 배경을 고려하여 원고의 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극저주파 전자기장 노출과 갑상선암 사이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할 만한 인과관계가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3. 대상 판결의 요지

대상 판결은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긍정할 여지가 있고, 원심판결이 이유로 든 사정들은 상당인과관계를 부인할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보아 파기하였다. 첫째, 극저주파 전자기장 노출과 갑상선암 발병·악화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원심 판단의 주된 근거는 극저주파 전자기장 노출이 이 사건 상병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에 관하여 상반되는 연구결과가 존재하는 등 명확한 상관관계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에 비추어 보았을 때,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

둘째, 근로복지공단은 배전전기원이 다른 직업군과 비교하여 갑상선암 발병률이 특별히 높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인과관계 부정의 근거로 들고 있으나, 국내에서 직접활선공법은 1990년대 후반에 시작되어 그 위험성을 이유로 2016년경까지만 시행되었고, 원고와 같이 직접활선공법으로 십수 년 동안 일한 근로자의 수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배전전기원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다른 직업군에 비하여 유의미하게 높은지 여부를 제대로 연구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바, 이러한 이유로 극저주파 전자기장에의 노출이 이 사건 상병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확인할 만한 자료 자체가 없는 것을 두고 의학적·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해석하여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판단하는 것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

셋째,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보더라도 극저주파 전자기장의 유해성을 고려하여 이를 ‘명백한 발암물질’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극저주파 전자기장이 갑상선 호르몬에 영향을 미친다는 취지의 연구결과도 존재하는 점, 제1심 감정의도 극저주파 전자기장으로 인한 활성산소 발생과 산화 스트레스가 암유전자의 발현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데에는 많은 과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소견을 밝힌 점을 고려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넷째, 제1심 감정의는 한편으로 ‘극저주파 전자기장이 조혈기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2010년경 이루어진 건강검진 결과 원고에게서 경미한 백혈구감소증이 나타나는데, 이는 장기간의 극저주파 전자기장 노출이 원고의 신체에 전신적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소견도 제시한 점에 비추어, 장기간 높은 수준의 극저주파 전자기장에 노출된 것이 원고의 신체 상태에 악영향을 주고 이것이 원고의 체질이나 기초질병 등 다른 요인과 결합하여 상병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 누적해 작용하였을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고압의 전류가 흐르는 활선 상태의 전선을 다루는 배전전기원은 상시로 감전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추락 사고의 위험도 적지 않아, 근로시간 내내 정신적 긴장이 큰 상태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다. 원고도 필연적으로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과도한 스트레스는 그 자체로 질병을 촉발하거나 신체의 면역력을 저하해 질병의 발병·악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섯째, 갑상선암이 내분비계 암 중에 가장 흔한 암이기는 하나, 원고와 같은 성별로 한정하면 발병한 해 기준 남성 갑상선암 발생자는 전체 암 발생의 5.7%이고, 발생 순위도 6위에 그칠 뿐이며,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 관련 병력이나 유전적 소인, 가족력이 있지도 않다.

4. 대상판결의 의의

종래 대법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근로자를 보호할 현실적·규범적 이유가 있는 점,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이른바 ‘희귀질환’ 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연구 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 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바 있다(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등).

이 사건의 경우에도, 고수준 위험인자에 노출된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다툼이 없으나, 위험인자와 상병 사이 인과관계에 관한 연구 결과가 부족하여 문제가 되었다. 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해 ‘아예 극저주파 전자기장에의 노출이 이 사건 상병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할 만한 자료 자체가 없는 것을 두고 의학적·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해석하여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판단하는 것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하게 설시함으로써, 다시 한번 산재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해야 할 산재제도의 역할과 목적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이로써 오랜 시간 위험 업무에 종사해 온 배전전기원의 갑상선암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기에, 매우 환영할 만한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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