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6-09-2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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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리뷰]‘안전투쟁’은 쟁의행위가 아니며, ‘경영사항’을 목적으로 한 파업도 정당하다는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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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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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현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대전지방법원 2026. 9. 3. 선고 2024가합204973 판결, 대전지방법원 2026. 9. 3. 선고 2025가합200819 판결
기자명김덕현 입력 2026.09.23 06:30
1. ‘안전투쟁’은 쟁의행위가 아니라는 판결
대상판결 1은 2023년 8월 철도노조가 행한 안전투쟁에 관한 판결이다. 철도노조는 철도민영화 정책 중단, 고속철도 통합, 수서행 KTX 운행, 4조 2교대 전면시행, 2023년 임협승리 등을 목적으로 투쟁 명령을 발령해, 운수·열차·운전·차량 등의 분야에서 조합원들이 안전 관련 규정을 준수하도록 했다. 한국철도공사는 2024년 4월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철도노조 조합원 17명을 징계했다. 열차 조성 및 정비작업을 방해하거나 업무를 지연해 열차 운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부당한 태업을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노조 조합원인 원고들은 이 사건 안전투쟁이 태업 등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근로자와 승객의 안전에 관한 철도공사의 규정을 준수한 것이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안전투쟁이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안전투쟁(법규준수형 준법투쟁)이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는 통상적인 사실상의 관행화된 업무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법률적 평가의 관점에서 적법 내지 정당한 업무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안전투쟁은 언제나 쟁의행위에 해당하게 되는 등 부당하기 때문이다.
둘째, 근로자들이 산업안전·보건 등 관련 법규 위반 상태에서 근로를 제공할 의무는 없으므로, 사용자의 노무지휘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해서 안전투쟁이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 원고들 스스로와 승객의 안전을 위해 철도공사의 안전규정을 준수한 행위이므로 철도공사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넷째, 안전투쟁을 쟁의행위로 보아 형사·민사상 책임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헌법이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대상판결은 구체적으로 ① 열차 운행 지연을 이유로 징계받은 기관사들에 대해, 열차 운행 및 승하차 승객의 안전 확보 등 관련 규정을 성실하게 준수하는 과정에서 열차가 다소 지연됐다고 하더라도 철도공사의 내부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규정상의 도착·출발시간 준수의무는 안전규정 등을 희생하면서까지 그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없다는 취지다. ② 열차 입환 작업 지연을 이유로 징계받은 입환 작업자들에 대해, 평상시와 달리 입환 관련 안전 규정을 준수하며 작업을 했다는 것이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③ 열차 정비작업에 철도공사가 투입한 대체인력을 막았다는 이유로 징계받은 철도노조 집행부들에 대해서는, 이들이 철도공사에 대체인력의 신분·직종·법정 안전교육 실시 여부·작업계획서 등 확인을 요구한 것이 철도공사 내규 등에 의한 정당한 요구였는바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④ 안전투쟁을 기획·주도했다는 이유로 징계받은 철도노조 간부에 대해서는, 안전투쟁이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이를 기획·주도했더라도 징계사유가 아니라고 봤다.
즉, 대상판결은 ‘안전투쟁’을 “산업안전·보건 등에 관한 법규 또는 단체협약, 취업규칙의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업무를 하거나 위반사항의 시정을 요구하면서 작업을 거부하는 형태의 법규준수형 준법투쟁”이라고 개념화하면서, 이는 쟁의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근로자가 사업장의 안전 규정을 준수한 것이 쟁의행위가 된다거나 징계사유가 된다는 것은 모순이다. 대상판결 선고를 5일 앞두고, 이 사건 쟁점이 됐던 입환 업무를 수행하던 철도노조 조합원이 이 모순 속에서 화물차량에 치여 숨졌다. 이러한 현실을 앞에 두고 안전투쟁을 ‘태업’이라고 할 수 있는가. 원고들과 대상판결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2. ‘경영사항·정부정책’을 목적으로 한 파업도 정당하다는 판결
대상판결 2는 2023년 9월 철도노조가 행한 파업(쟁의행위)에 관한 판결이다. 위 대상판결 1의 안전투쟁 직후에 있었던 파업에 관한 것으로, 철도노조는 ‘수서행 KTX 운행 관철’ 등을 파업의 목적으로 삼았다. 철도공사는 “수서행 KTX 운행과 고속철도통합 등은 원칙적으로 정부의 정책사항으로 노사교섭이나 쟁의행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히는 한편, 불법파업을 기획·주도 내지 이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2024년 9월~10월께 철도노조 조합원 175명을 징계했다.
철도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25명은 이 사건 징계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해 이 사건 파업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파업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첫째, 이 사건 파업의 목적에 2023년 임금협상 외에 ‘수서행 KTX 운행 관철’ 사항(이하 ‘현안사항’)도 포함돼 있다고 봄이 상당하지만, 임금 안건이 명목상의 것에 불과하다거나 이 사건 현안사항을 제외하면 파업에 이르지 않았을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 철도공사는 철도산업과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철도공사법에 따라 설립된 공기업인바, 철도 안전 및 공공성 또한 이 사건 파업 목적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고려할 요소라는 것이다. 그간 철도 노사가 철도 공공성 강화 등을 노사 합의 목적으로 포함시켜 왔고, 이 사건 현안사항 등도 철도운행 사업의 공공성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셋째, 대상판결은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 5호가 ‘노동쟁의’의 정의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도 포함하는 것으로 개정됐고, 그 개정이유가 헌법상 노동3권을 실질화하기 위함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대상판결은 “이 사건 파업이 노조법의 개정 전에 발생했더라도 파업 목적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개정 취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이러한 관점에서 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이 개정 이유에서 예시로 든 ‘정리해고, 구조조정’과 관련된 사업경영상의 결정으로만 한정된다는 피고의 주장 또한 타당하지 않다”라는 점도 지적했다.
넷째, 대상판결은 우리나라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과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의 결정 등을 고려해 파업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우리나라는 2021년 4월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기본협약(87호 및 98호)을 비준했고 헌법 6조 1항에 따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근로자가 파업권 행사를 통해 옹호하는 직업적·경제적 이익은 근로조건 개선이나 직업적 성격을 가진 집단적 요구에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에게 직접적인 관심사항인 기업이 직면한 경제정책 및 사회정책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과도 관련돼 있다는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의 결정 및 파업의 권리가 단체협약의 체결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노동분쟁에만 한정돼서는 안 되며, 필요하다면 근로자와 노조는 좀 더 넓은 맥락에서 조합원의 이익에 영향을 주는 경제·사회적 사안에 대한 불만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 내용을 고려해 파업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이처럼 대상판결 2는 이 사건 파업이 목적의 정당성을 갖춘 적법한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상판결은 주된 목적을 기준으로 쟁의행위의 목적을 판단하는 기존 판례의 입장에 더해, 철도공사 및 철도 운행 사업의 공공성, 개정 노조법의 입법 취지, 우리나라가 비준한 ILO 기본협약 및 이에 관한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의 결정 등을 파업 목적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요소로 삼았다. 최근 개정 노조법의 해석을 둘러싸고 경영사항과 정부정책을 목적으로 하는 파업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대상판결은 해당 사업과 사업장의 공공성, 입법자의 의도, 국제 규범 및 이에 대한 이행감독기구의 결정 등을 고려해, 헌법상의 노동3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방향의 해석을 내놓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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