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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08-23 14:58
한화에어로 사건으로 본 ‘사용자 중립의무’...여진 이어질 듯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441  
한화에어로 사건으로 본 ‘사용자 중립의무’...여진 이어질 듯

대법원이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쳐 교섭을 진행하더라도 사용자에게 중립유지의무가 있다는 해석을 받아들였다. 사용자가 교섭대표노조와의 교섭에서도 중립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 옛 삼성테크윈)에는 2개 노조가 있다. 산별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지회와 기업별 노조인 한화테크윈노동조합(기업노조)이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친 결과 기업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결정됐다. 기업노조와 한화에어로는 임금 및 단체협약 합의를 이뤄냈다.
 
이들은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지 않거나 취하하면 '통상임금 부제소 격려금'과 '무쟁의 장려금'을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통상임금 부제소 격려금은 1인당 300만 원, 무쟁의 장려금은 기본급의 100%를 지급하기로 했다. 무쟁의 장려금 지급 조건을 통상임금 소송 여부와 결부시킨 것이다.
 
지회는 반발했다. 지회 조합원들은 앞서 정기상여금을 포함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법정수당을 다시 계산한 뒤 차액을 지급하라면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지회 조합원 수는 이 합의 이후 급감했다.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할 당시 1267명이던 조합원은 2017년 5월 843명으로 400여 명 줄었다.
 
지회는 한화에어로가 기업노조 조합원들에게만 쟁의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무쟁의 장려금을 지급해 중립의무를 위반했다고 날을 세웠다. 한화에어로는 합의 내용이 지회 조합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면서 지회 측 주장을 일축했다.
 
엇갈린 1ㆍ2심...지회, 대법서 최종 승소
 
1ㆍ2심 재판부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한화에어로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합의 내용이 지회 조합원들에게도 적용되는 만큼 중립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고 부당노동행위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무쟁의 장려금 지급 조건을 통상임금 부제소 격려금 지급 조건과 결부시켜 지회 단결력을 약화하려는 의도라고 봤다. 한화에어로가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그대로 수용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지난 19일 지회사 한화에어로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판결문에는 2심 재판부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는 내용만이 담겼다.
 
상세한 내용은 2심 판결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심은 "합의 내용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해도 이는 통상임금 소송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었던 지회 조합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제 조건"이라며 "지회 조합원들에 대한 사실상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화에어로가 지회의 약체화를 의도해 지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전제 조건을 제안해 지회 조합원들의 불이익을 초래한 만큼 사용자의 중립유지의무 위반"이라며 "불이익 취급,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지회 조합원들도 합의 수용" vs "단결력 약화 의도"
 
재판 과정에서는 임단협 합의 내용이 지회에도 적용된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 지회 조합원들도 통상임금 소송에 참여하지 않거나 취하하면 무쟁의 장려금을 받을 수 있었다.
 
지회는 통상임금 청구금액이 800만 원 이상인 조합원들의 경우 소송을 유지하고 800만 원 미만이면 소송 취하 후 무쟁의 장려금을 수령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지회 조합원 총 732명이 소송을 취하하고 무쟁의 장려금을 받았다.
 
한화에어로 측은 이 대목을 파고들었다. 상고심에서 한화에어로를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회가 소속 조합원들에게 통상임금 소 취하에 합의하고 무쟁의 장려금을 받을지 선택하도록 했다는 점만 보더라도 합의 내용이 지회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회 측은 합의 내용 자체가 지회의 단결력을 약화하려는 의도를 갖는 만큼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고 맞섰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지회 측 손을 들어줬다.
상고심 최대 쟁점 '사용자 중립의무'...시각 차 뚜렷
 
전문가들이 상고심에서 가장 치열하게 맞부딪친 전선은 '사용자 중립의무'였다. 전문가들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쳐 진행되는 교섭에서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가 갖는 공정대표의무가 개별교섭에서 사용자에게 주어지는 중립의무와 동일한 성격인지를 놓고 다퉜다.
 
대법원은 한화에어로가 중립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쳐 진행된 교섭에서도 중립의무를 지켰어야 했다는 판단이다.
 
만약 교섭창구 단일화 이후 교섭에서는 중립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다면 대법원도, 2심도 법리를 오해한 꼴이 된다.
 
한화에어로 측 전문가로 나선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대표의무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통한 교섭에서 발생하는 의무이고 중립의무는 개별교섭의 경우 적용되는 것으로 명확히 구분된다"고 주장했다.
 
중립의무는 사용자가 여러 개의 노조를 상대로 개별교섭을 할 때 각 노조가 단체교섭권과 단체협약 체결권을 갖는다는 전제 하에 성립되는 의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로 보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교섭대표노조는 사용자 제안이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거부할 수 있는 만큼 사용자의 제안 자체를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소수노조에 대한 정보제공과 의견 수렴은 노조 내부 문제여서 사용자에게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적용될 여지가 더더욱 없다"고 했다.
 
지회 측 전문가로 나선 김미영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 설명은 다르다.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쳤더라도 중립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교섭창구 단일화 이후에도 소수노조가 단결권의 주체라는 지위는 변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김 전문위원은 "중립의무 법리의 주된 목적은 각 노조의 단결권을 평등하게 보장하는 것인 반면 공정대표의무는 법체계상 소수노조와 그 조합원의 단체교섭권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 장치"라며 "중립의무와 교섭대표노조ㆍ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는 각각의 제도적 목적을 위해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중립의무와 공정대표의무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개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지회 측 전문가로 의견을 낸 정영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는 조합 간 차별금지를 본질로 하는 것으로 사용자가 지는 공정대표의무의 본질은 중립의무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소수노조 간접차별 방지? 노사관계 악화?...여진 이어질 듯
 
사용자가 중립의무를 위반하면 그 자체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시각 차가 뚜렷했다.
 
김 교수는 중립의무를 위반했더라도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있었는지 입증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정 연구위원도 "우리나라 노동조합법 하에서 중립의무 위반이 곧바로 부당노동행위를 구성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했다.
 
반면, 김 전문위원은 중립의무를 위반하면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한다고 봤다. 중립의무가 불이익 취급과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판단하는 법리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대법원 판결 직후 노ㆍ사 반응은 온도 차를 보였다. 노동계에서는 교섭대표노조와의 교섭을 통해 소수노조를 간접적으로 차별하는 형태의 부당노동행위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회 측을 대리한 이환춘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사용자가 교섭대표노조와의 교섭을 통해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실질적으로는 소수노조를 차별하는 형태의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간접적 방식의 차별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에서는 사용자가 교섭대표노조와 책임 있는 교섭을 이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법원이 이런 판결을 계속 유지하면 사용자로서는 단체교섭 과정에서 교섭대표노조와 책임 있는 교섭을 진행하기 어렵다"며 "단체교섭을 타결하기 위한 다양한 제안들을 할 수 없게 되고 결국 교섭 결렬, 쟁의행위 발생 등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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