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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1-16 16:49
“인터넷 모니터링 요원도 근로자”...‘재택’으로 확장되는 지휘ㆍ감독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95  
“인터넷 모니터링 요원도 근로자”...‘재택’으로 확장되는 지휘ㆍ감독

자택에서까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을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자택에서 개인 PC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물을 관리하는 프리랜서의 근로자성이 인정됐다. 얼마 전에는 출장 엔지니어들이 자택에서 대기하는 시간도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이 미치는 근로시간이라고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근무형태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전향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기자 법원도 전통적인 근무형태를 넘어서 재택근무에 대해서까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특이한 사례일 뿐 법원의 판단을 확장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나온다. 그러나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 이미 확산된 만큼 관련 분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최근 재택근무에서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을 인정한 판결이 연달아 나왔다.
 
지난 17일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정용석)는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트 판' 관리 업체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근로자들은 도급계약에서와 같이 외부의 지시나 명령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일했다고 볼 수 없다"며 "참가인들은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는 SK커뮤니케이션즈로부터 콘텐츠 운영, PC 지원, 고객센터, 네이트 판 모니터링 업무 등을 위탁받은 회사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는 이 중 네이트판 모니터링 업무를 도급 계약을 맺은 '모니터링 요원'들에게 맡겼다.

모니터링 요원은 네이트판 사용자들이 등록한 게시물을 실시간으로 조사하고 회사가 정한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는 게시물에는 제재를 가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이들의 근무 시간은 평일 4~5시간, 주말에는 8시간 정도였다. 근무 장소는 자택이고 업무에는 개인 PC를 사용했다.
 
모니터링 요원이던 A 씨와 B 씨는 구두로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2년 이상 계약을 갱신해가며 일하던 중이었다. A 씨와 B 씨는 계약 형식은 프리랜서지만 실질적으로는 회사로부터 지휘ㆍ감독을 받는 근로자였다면서 노동위원회를 찾았다. 2년 이상 일했으니 무기계약 근로자에 해당하고 구두 계약 종료 통보는 해고 절차를 지키지 않아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서울지노위는 이들의 신청을 기각했지만 중노위는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는 중노위 판단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냈다.
 
법원 "모니터링 요원, 가이드라인 통해 지휘ㆍ감독 받아"
 
법원도 중노위와 같은 판단을 했다. 모니터링 요원이 회사로부터 지휘ㆍ감독을 받은 근로자라고 본 것이다.
 
우선 재판부는 회사가 매일 수행해야하는 구체적인 업무의 범위를 직접 정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회사는 사전에 모니터링 요원들이 담당할 판 서비스 모니터링 구역을 정했는데 시간대별 근무인력에 따라 근무구역을 나누고 근무표를 작성해 매일 사전 공지했다"며 "모니터링 요원들의 근무 중에도 회사의 판단에 따라 판 서비스 모니터링 구역을 임의로 조정해 요원을 재배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회사가 작성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정해졌다. 재판부는 "회사는 모니터링 업무의 지침이 되는 상당한 분량의 가이드라인을 작성해 제공했고 이는 계속 수정ㆍ보완됐다"며 "가이드라인은 모니터링 요원이 취해야 할 구체적인 조치 등을 비롯해 모니터링 프로세스, 근태규칙, 업무보고 등 업무 프로세스 등을 상세히 정하고 있다"고 했다.
 
회사는 특정한 이슈에 대해서는 추가 업무처리 지침을 배포했다. 4년간 배포된 추가 업무처리 지침은 100여개에 달했다. 모니터링 요원들은 이 지침들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야 했고 그렇지 않을 경우 회사로부터 지시를 받았다. 사실상 지침과 다른 방식으로는 업무를 행할 수 없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모니터링 요원들은 매일 수행한 업무를 보고해야 했다. 출근 전에는 회사 직원과 모니터링 요원이 함께 가입돼 있는 사이트에 들어가 출근을 보고하고 근무표를 확인했다.

업무 종료 후에는 퇴근 보고와 인수인계를 한 후 그날 수행한 업무 내용을 요약한 업무보고서를 작성했다. 회사 직원은 보고서를 토대로 업무 평가를 수행했고 요원들은 그 평가 내용을 확인한 후 다음날 업무를 수행했다.
 
근태 관리도 이뤄졌다. 회사는 요원이 쪽지에 10분 이상 응답하지 않거나 메신저 상태가 로그아웃ㆍ자리 비움ㆍ회의 중 등으로 전환돼 있는 경우 근무태도가 불량하다고 봤다. 근무태도가 불량하다고 판단된 모니터링 요원은 재계약을 하지 않거나 단기간 계약을 체결했다.
 
재판부는 근무장소 선택에도 제약이 있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계약서상 모니터링 요원의 근무장소는 '원하는 장소'였지만 실제 근무는 자택에서 이뤄졌다. 채용 공고에는 '재택근무(지정된 장소에서만 근무 가능)'라고 명시돼 있었고 업무 지침에도 "해외 IP 접속이나 잦은 IP 변경은 불가하니 지정된 장소에서 업무를 진행하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모니터링 요원은 다른 사람에게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도 없었다. 모니터링 요원이 서버에 접속하기 위해 부여된 계정은 타인과 공유가 불가했다. 다른 모니터링 요원과 업무시간을 변경하려면 회사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법원 "자택 대기 시간도 근로시간"
 
지난 9월 29일에는 자택 대기 시간도 근로시간이라고 본 법원 판단도 나왔다. 자택에서 대기하는 시간까지 근로시간으로 인정한 건 첫 사례다.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재판장 정봉기)는 한국오라클 전현직 엔지니어 11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들은 고객사에 설치된 장비에 문제가 발생하면 고객사에 방문해 유지ㆍ보수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평소에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자택에서 대기하다 업무를 할당받으면 고객사에 방문하고 다시 자택으로 돌아왔다.
 
근로자 측은 자택 대기시간도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하에 있는 근로시간이라고 주장하면서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회사는 고객사를 방문하는 시간을 제외한 대기시간과 이동시간, 교육ㆍ회의 참여시간 등은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시간을 제외하면 소정근로시간인 하루 8시간을 넘겨 근로한 게 아니어서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근로자 측 손을 들었다. 고객사가 서비스 장애를 신고하면 2시간 이내 방문해야 한다는 회사 방침상 자택에 있더라도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이 미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근로자들은 소정근로시간인 평일 9시부터 회사 담당자의 연락을 기다리면서 대기하고 있다가 어디에 위치한 고객사이든 2시간 이내에 방문을 마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며 "평일 9시 이후 자택에서의 대기시간 역시 회사의 실질적인 지휘ㆍ감독이 미치는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가 2015년 이후 본사에 엔지니어들이 근무할 수 있는 공간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고 자택을 대기 장소로 지정하고 있는 이상 자택 역시 근무지에 해당한다"며 "근로자들은 회사가 고객사에 약속한 2시간 이내 방문 서비스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신속히 이동해야 했고 이 이동시간 역시 근로자들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시간이 아니어서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택'으로 확장되는 지휘ㆍ감독..."유사 분쟁 이어질 것"
 
일반적으로 자택은 업무 장소보다는 사적 장소로 여겨져 왔다. 사용자가 지정하거나 제공한 장소에서 근무를 하는 전통적인 근무형태에서 자택은 사용자의 지휘ㆍ영역이 미치는 영역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자택에서 근무한 시간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려면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이 있어야 한다.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자택에서 근무를 한 것이 아닌 이상 근로자는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사용자가 지정한 근무 장소가 자택이라고 하더라도 모두 근로시간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자택에서의 대기시간이나 소정근로시간을 넘는 초과근로시간의 경우 그 시간에 평소 업무와 유사하게 근무가 이뤄졌는지도 살펴야 한다.
 
사용자가 제공한 특정 장소에서 일하는 전통적인 근무형태 하에서 재택근무는 일반적이지 않을뿐더러 자택에서의 사용자의 지휘ㆍ명령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두 판결은 눈여겨볼만 하다. 두 판결 모두 근무 장소가 자택이었음에도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이 있었다는 점이 인정된 것이다.
 
오라클 사건에서 근로자 측을 대리한 김하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 변호사는 "오라클 사례에서 자택에서 근무한 대기 시간도 전부 근로시간으로 인정된 만큼 원격 방식으로 사용자가 지휘ㆍ감독하는 사례에 있어서도 보다 법원이 전향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이번 사건을 확대 해석하기는 이르다는 시선도 나온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판결은 다른 근로자성 사건과 특별히 다를 것 없다는 의견을 냈다.
 
실제로 재판부는 근로자성을 판단하면서 '재택근무'라는 근무 방식보다는 A 씨와 B 씨가 일하는 장소에 대한 선택권이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택근무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을 인정한 게 아니라 재택근무를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이 있었다고 본 것이다.

다만 향후 이 같은 분쟁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하는 방식을 바꿨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근로자들은 각자 자택으로 흩어져야만 했고 원하든 원치 않았든 재택근무를 받아들이게 됐다. 정부는 이 상황에 맞춰 재택근무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을 제작했고 이를 시행하려는 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내놨다.
 
지난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취업자 중 재택근무를 한 사람의 비중은 17.7%로 전년보다 1.1%포인트 늘었다. 전체 응답자의 45.6%는 코로나19로 인한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지만 40.2%는 현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답했다. 14.3%는 재택근무 확산이 가속될 거라는 데 표를 던졌다.
 
김 변호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근무장소가 바뀌거나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향후 유사한 분쟁이 다수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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