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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4-07 15:02
‘요양병원 증축 현장 추락사’ 원청 대표, 징역 1년6월에 집유 3년 …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20  
중대재해 첫 판결 집행유예, ‘온정주의’ 여전했다
‘요양병원 증축 현장 추락사’ 원청 대표, 징역 1년6월에 집유 3년 … “의미 있지만 형량 너무 낮아”

▲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온유파트너스 대표가 6일 오전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징역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선고를 받은 뒤 법정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은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로 기록됐다. 원청 대표 처벌로 법이 실제 기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하한선에 가까운 형량이 선고돼 법원의 ‘온정주의’가 여전하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원·하청 책임자 모두 벌금형·집행유예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4단독(김동원 판사)은 6일 오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양시 소재 건설사 ‘온유파트너스’ 대표 A(53)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원청 법인은 벌금 3천만원을 선고받았다. 현재까지 기소된 14건 중 첫 선고로, 법 시행 1년3개월 만이다.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원청 현장소장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원청 공사현장 안전관리자는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하청업체 아이콘이앤씨의 현장소장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아이콘이앤씨 법인은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해 5월14일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요양병원 증축공사 현장에서 작업하던 하청노동자 B씨가 추락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같은해 11월30일 재판에 넘겨졌다. 상시근로자 40명으로 알려진 온유파트너스는 요양병원 증축공사를 약 81억원에 도급해 이 중 철골공사 등을 아이콘이앤씨에 하도급했다.

사고 현장은 공사금액이 50억원 이상이라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됐다. 상시근로자 50명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법원 “안전난간 임의 철거 관행, 책임 가혹해”

김동원 판사는 “사업주에게 보다 무거운 사회적·경제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에 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고, 그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기도 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들이 의무위반 행위에 나아가, 피해자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들에게 모두 책임을 지우는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며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는 건설근로자 사이에서 만연해 있던 안전난간의 임의적 철거 등의 관행도 일부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청노동자 B씨가 안전난간을 해체해 작업한 사실도 사고 원인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B씨는 사고 당일 병원 건물 5층(약 16.5미터 높이)에서 무게 약 94킬로그램의 고정앵글 5개를 안전대 없이 운반하던 중 추락했다. 작업 불편 등 이유로 안전난간을 해체하는 바람에 도르래에 묶인 앵글이 떨어지며 그 반동으로 함께 추락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임의적 철거’ 관행이라는 표현을 썼다.

선고형량이 낮아진 결정적인 이유로 보인다. 원·하청이 유족에게 각각 1억원과 5천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해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과, 원청 대표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운 점 등도 유리한 양형요소로 삼았다.

법조계 “보호구 착용 감독 의무 있어, 면죄부 준 것”

때문에 가해자에게 치우친 판결이라는 법조계 비판이 나온다. 박다혜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건설현장의 위험한 관행은 사업주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통해 통제할 의무가 있다”며 “그런데도 사고 책임을 피고인에게 묻는 것이 가혹하다고 판단했다. 법 시행에도 안전범죄 가해자에 대한 법원의 온정주의가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교수(안전관리학)는 “공사현장에서 ‘윈치’를 이용해 중량물을 올리는 작업을 하므로 해당 구간의 안전난간을 해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사업주는 중량물 작업계획서에 근로자가 안전대를 지급하고 착용을 관리·감독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향후 사건에 좋지 않은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작업계획서가 작성되지 않고, 작업지휘자가 지정되지 않은 등 안전관리체계가 없었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구체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손익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최근 대법원은 사업주가 보호구 지급뿐만이 아니라 착용 여부도 감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재판부 판시대로 관행을 없애는 것이 사업주 의무”라고 지적했다.

징역 2년 구형에 선고형 줄어, 하한선 근접

형량이 낮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산업안전보건법 양형기준과 비교해도 이날 선고형량은 가벼운 것으로 해석된다.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해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의 기본 양형기준은 징역 1년∼2년6월이다. 감경시 징역 6월~1년6월, 가중시 징역 2~5년을 선고할 수 있다. 원청 대표 A씨의 형량은 산업안전보건법 양형기준의 감경 영역에 속한다.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는 “산재 사망사고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대표에게 선고된 형량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정도였다”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선고와 형량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온유파트너스 법인에 3천만원이 선고된 부분도 부족한 형량이라고 꼬집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법인의 벌금형 기준을 50억원 이하로 정하고 있다.

이러한 형량에는 ‘낮은 구형량’이 떠받쳤다고 법조계는 비판했다. 검찰은 지난 2월28일 A씨에게 징역 2년을, 원청 법인에 벌금 1억6천만원을 구형했다. 권 변호사는 “(이번 사건과 함께 유이하게 검찰 구형이 나온) 한국제강 사건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을 구형하면서 선고형량이 자연스럽게 낮아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원청 대표 책임 지운 것은 의미 분명”

다만 원청 대표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권 변호사는 “김용균 노동자 사건에서 보듯이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원청 대표를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종전에 실질적·최종적인 결정권을 행사하는 경영자가 책임에서 벗어났던 점을 고려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왜 필요했는지가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손 변호사도 “과거 초범은 벌금 500만원 정도가 선고되는 틀을 깨고, 징역형이 선고됐다는 부분에서 의미는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규탄했다. 한국노총은 입장을 내고 “이번 판결은 경영계가 처벌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던 주장이 ‘과장된 엄살’임을 증명했다”며 “기업들은 ‘사망 재해가 발생해도 집행유예로 풀려난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에 불과한 형량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법원 양형위원회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망에서도 2~5년을 양형기준으로 삼고 있는 현실에서 너무도 낮은 형량”이라고 밝혔다.

‘온유파트너스 사건’은 당초 주목받지 않았지만, ‘한국제강 사건’ 선고공판이 이달 26일로 변경되며 ‘1호 선고’ 사건이 됐다. 원청 대표 A씨는 선고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변호사에게 얘기하라”고 말하며 법원을 빠져나갔다.

온유파트너스측을 변호한 김찬영 변호사(법무법인 사람&스마트 서울분사무소 대표)는 선고 이후 <매일노동뉴스>에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내년이면 법 적용 대상이 확대되는데, 영세한 사업장일수록 사고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신경 쓰고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판결문 검토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출처: 매일노동뉴스 2023.4.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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