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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4-03-27 11:08
법원, 삼성 노조파괴 손해배상 인정 “1억3300만 원 지급하라”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34  


▲지난 2019년 12월 17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1심 판결 선고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노조에 대한 노동조합법 위반 등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돼 삼성 경영진 및 협력업체 등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사진=뉴시스)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노조파괴에 대해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삼성의 노조파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삼성 미래전략실 임직원을 비롯한 삼성전자, 삼성물산,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이 전국금속노동조합에 총 1억33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재판장 정현석)는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등 41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성전자 등에게 1억33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애초 금속노조가 청구한 금액은 6억6000만 원이었지만, 재판부는 일부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지난 16일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상급단체로서 단체교섭권 등의 권한을 갖게 되는 금속노조에게 단결력 저하, 대내적ㆍ대외적 평가 저하와 같은 무형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삼성 '무노조 경영' 방침으로 탄생한 '그룹노사전략'

삼성은 '무노조 경영' 방침을 토대로 해마다 그룹노사전략을 수립했다. 그룹노사전략은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인사지원파트는 삼성그룹 내 노사관계 사령탑 역할을 하면서 각 계열사의 노사문제를 수시로 지휘ㆍ감독했다. 삼성은 그룹노사전략에 따라 노조 설립 문제인력에 대한 동향을 파악하고, 노조가 설립되면 복수노조를 설립해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획득하는 방법으로 노조를 와해했다.

타깃이 된 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금속노조 삼성지회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전자 협력업체 근로자들로 구성된 노조, 삼성지회는 삼성물산에서 일하는 근로자들로 조직된 노조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설립 시도가 확인되자 미전실과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가 공모해 노조 대응 전략을 수립했다. 노조 설립 후에는 직장폐쇄 및 폐업 유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통한 단체교섭 지연, 주동자 및 적극 가담자 징계 조치, 그린화(노조 와해) 등을 실행했다.

에버랜드 인사지원실은 노조 설립 의사를 밝힌 리조트사업부 소속 조장희 씨를 문제인력으로 지정하고 조 씨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미전실에 보고했다. 노조가 설립되고 나서도 노조와 노동청 등의 동향을 파악했으며, 이 같은 대응은 상황실을 통해 이루어졌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삼성지회에 대한 회사의 노동조합법 위반 등 부당노동행위는 각각 2021년과 2022년 이미 유죄가 확정됐다.

법원 "금속노조, '단결력 저하' 무형적 손해 발생"

법원은 금속노조에 대한 회사 측의 손해배상을 책임을 인정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설립 이후 미전실,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등을 포함한 회사 측은 조합원들의 노조 탈퇴를 종용했고, 노조 가입을 이유로 임금 삭감 등 불이익을 줬다.

재판부는 "이러한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인해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상급단체로서 단체교섭권 등의 권한을 갖게 되는 금속노조에게는 단결력 저하, 대내적ㆍ대외적 평가 저하와 같은 무형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눈에 띄는 건 경총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했다는 점이다. 당시 경총은 회사로부터 삼성전자 협력업체에 대한 교섭을 위임받았는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교섭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단체교섭을 지연하는 등 회사 측의 부당노동행위에 공모ㆍ가담했다. 법원은 이 사실을 인정하고 경총에게도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경총은 금속노조와의 부제소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2014년 12월 있었던 '노조 활동으로 인한 고소ㆍ고발 등 민ㆍ형사상 문제는 노사 상호 항목을 확인하고 취하한다'는 금속노조와 경총의 합의는 둘 사이의 부제소합의로 보기 어렵고, 경총 입장에서 금속노조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거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갖게 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지회에 대한 부당노동행위와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삼성노조 조합원에게 이루어진 각 징계는 개개인에 대한 불이익한 취급을 넘어 삼성노조에 대한 압박이고, 노조를 와해하기 위해 대항노조인 에버랜드노조를 설립해 대항노조와 단체교섭을 체결한 후 계속적으로 대항노조에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부여한 것은 삼성노조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다만, 두 사건 모두 노조가 설립되기 이전의 손해배상 청구는 인정되지 않았다.

또한, 금속노조는 삼성전자지회 노조파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합원과 조합원 장례를 노조장으로 치르지 못하게 회사 측이 방해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도 청구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족에게 망인의 장례를 노조장으로 치러야 할 의무가 없고, 망인의 장례가 가족장으로 치러졌다고 해서 이를 망인의 시신을 탈취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망인의 장례가 노조장으로 치러지지 못한 것이 금속노조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종적으로 재판부는 금속노조가 청구한 6억6000만 원 중 1억3300만 원만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했다.

금속노조 "법원, 노조파괴 범죄에 관대"

금속노조는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을 환영하면서도 금속노조가 제기한 청구액 전체가 인용되지 않은 것엔 유감을 표했다.

금속노조는 선고 직후 성명을 내고 "법원은 원고 금속노조가 제기한 청구액 전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일부 감액해 범죄의 심각성을 덜어냈다"며 "법원이 노조파괴 범죄에 대해 여전히 관대하고, 범죄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삼성은 금속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 경제적 불이익, 불법사찰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며 "이는 삼성 사업장 내 다른 노동자로 하여금 금속노조에 가입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꺼리게 만들어 금속노조의 단결권 행사에 심각한 침해를 끼쳤다"고 덧붙였다.

금속노조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에도 삼성의 반노조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창사 이래 무노조 경영 원칙을 유지해 왔지만, 지난 2020년 5월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던 이재용 회장은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했다.

금속노조는 "지금도 삼성 노동자는 성과급제 폐해, 위험한 작업 환경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은 지난해 8월 삼성 노조파괴 범죄자에 대한 특별 사면을 단행해 노조파괴 형사 범죄를 저질러도 벌을 면할 수 있다는 신호를 남겼다. 기업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셀프 사면'에 오히려 노조를 탄압할 기회로 삼을 것이란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노조파괴와 관련된 법원 판단이 잇따라 나왔다. 지난 14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노조파괴를 공모한 신촌 세브란스병원 및 용역업체 태가비엠 주식회사 관계자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이들의 노조 탈퇴 종용 등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해 벌금 200~12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노조 측은 신촌 세브란스병원 및 용역업체 태가비엠 주식회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1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삼성 노조파괴와 마찬가지로 '선 형사 소송(노동조합법 위반 혐의) 후 민사 소송(손해배상 청구)' 수순을 밟는 셈이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노조 탈퇴 종용으로 인해 탈퇴한 노동자 107명의 8년 상당의 조합비, 정신적 위자료, 법률 비용을 포함해 1억 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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