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2-05 08:31
사업장 내 코로나19 집단 감염에 대한 사용자의 과실 책임을 최초로 인정한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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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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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방법원 2025. 1. 15. 선고 2021가합109118 판결]
1. 사실관계
2020년 5월, 쿠팡 부천신선물류센터(이하 ‘이 사건 물류센터’)에서 84명의 노동자가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고, 가족 등 추가 전파자 68명 포함, 총 152명이 코로나19 확진 피해를 입었다. 쿠팡 풀필먼트서비스 유한회사(이하 ‘쿠팡’ 또는 ‘피고’)는 사업장 내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 사건 물류센터에 대한 방역 조치를 게을리했고 정부의 방역지침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 쿠팡은 심지어 5월24일 아침 이 사건 물류센터에서 일한 두 명의 노동자가, 5월25일 다른 층에서 일하던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방역 당국으로부터 전달받아 인지하였다. 그러나 쿠팡은 확진자의 동선 및 감염 경로가 파악도 안 된 상황에서 이들과 함께 일하던 노동자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쿠팡은 5월25일 19:00까지, 사업장 내 확진자 발생 사실을 최초로 인지한 때 무려 36시간 동안 물류 공정을 계속 운영하였고, 노동자들을 감염 위험에서 그대로 방치하다가 대규모 코로나19 확진 사태를 초래했다. 지금은 코로나19가 제1급 감염병에서 해제됐으나, 2020년 5월 이 사건 당시만 하더라도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 등이 전혀 도입되지 않아 대증치료만이 실시되고 있었다.
이 사건 물류센터 노동자 원고 A는 5월26일 02:00경 이 사건 물류센터에서 일한 사람은 모두 관할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긴급 문자를 받고, 같은 날 11:00경 관할 보건소에 방문하여 진단검사를 받았고, 18:20경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21:00경 의료원으로 격리 입원되었고, 6월17일까지 입원 치료를 받았다. 원고 A의 배우자 원고 B 역시 5월26일 21:00경 관할 보건소에서 진단검사를 받았고, 다음 날 02:00경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의료원으로 격리 입원되었다. 원고 B는 입원 치료 도중 6월7일 급성 호흡부전 증세가 악화되어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던 중 심정지가 발생하여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고,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2025년 1월15일 원고들이 쿠팡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해, 쿠팡의 보호의무 및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을 최초로 인정하고, 이 사건 물류센터 노동자 원고 A에 대한 위자료 300만원을 인정하는 내용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원고들이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지, 무려 4년6개월 만에 나온 1심 결과이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법원은 “원고 A의 피고 회사에서의 근무 시간, 근무 환경, 업무 내용, 휴게시간 등의 정황 등을 더하여 살펴보면, 원고 A를 비롯한 피고의 근로자들이 피고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에 쉽게 감염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 A의 업무 부담을 경감시키고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인정되고, 나아가 피고의 위와 같은 의무 위반으로 인해 원고 A가 이 사건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했다.
대상 판결의 구체적인 논거는 아래와 같다. ① 이 사건 물류센터의 구내식당은 1시간 이내에 1천200명의 대규모 인원이 밀접하게 모여 식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② 이 사건 작업장의 근무 환경은 작업자별 지정된 작업장소가 없이 작업 상황에 따라 라인을 옮겨가며 작업을 하였다. 노동자들은 비좁은 휴게실을 별도의 휴식 시간 지정 없이 공동으로 사용하며, 방한복, 신발, 모자 등의 공용물품을 공동으로 사용하였다. 이렇듯 이 사건 사업장은 정부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기 어려운 환경이었고, 피고는 이 사건 작업 환경, 업무 프로세스 등을 개선하려고 노력하였다거나, 근로자들에게 간격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으며, 마스크 미착용에 관하여 특별히 제지하거나 관리?감독하지 않았다.
법원은 “이 사건 당시 역학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물류센터에서 총 152명(피고 직원 84명)의 대규모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것은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라는 감염관리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하였는데, 이 사건 물류센터 집단 감염 이후 피고의 다른 물류센터 내 코로나19 감염 사례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와 같이 사업주로서 이 사건 사업장 거리두기 지침에 따른 감염병 예방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였더라면 이 사건 물류센터에서 대규모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비말 또는 비말이 묻어있는 매개체의 접촉으로 감염되는 코로나19 특성상 원고 A은 2020년 5월17일경부터 5월21일경 사이에 이 사건 물류센터에서 작업 중 코로나19 감염자를 밀접 접촉함으로써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보았다.
피고는 이 사건에서 원고 A가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이 사건 물류센터 내 집단 감염 피해자로 인정받고, 심지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로 인정받았음에도, 피고의 사업장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 아니고, 가사 이 사건 사업장에서 감염되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들이 개별적으로 방역지침을 준수하지 아니한 것 때문이지 피고의 주의의무위반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이 사건 물류센터 내 코로나19 집단 감염의 원인이 오로지 근로자들의 개별적인 영역에 있다고 한정하기는 어렵다”면서, 피고 회사의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법원은 원고 A의 배우자 원고 B의 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가 부담하는 안전배려의무는 피고의 사업장에 출근하여 노무를 제공하는 원고 A에 대한 의무이고, 그 가족인 원고 B에 대한 직접적인 의무는 아니며, 피고의 주의의무위반이라는 과실과 원고 B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이 부분 청구를 기각하였다.
3. 대상 판결의 의의 및 한계
대상 판결은 사업장 내 코로나19 집단 감염 및 확산에 대한 회사의 과실 책임을 최초로 인정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용자는 사업장 내 감염병 전염 및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그 위험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고, 사용자가 그 감염병 예방 의무를 제대로 다하지 않아 감염병 감염 및 확산에 기여했다면,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 대상 판결은 공기 매개 감염병에 대한 회사의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 위반의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나아가 비가시적 속성을 지닌 바이러스의 특성을 고려하여 집단 감염의 원인을 오로지 근로자의 개별적인 영역에 있다고 한정하기 어렵다면, 회사의 책임을 결코 부정할 수 없음을 확인했다는 점도 가치가 있다.
다만 대상 판결은 원고 A가 이 사건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인해 한 달 이상 격리 입원돼 겪은 생활상의 피해와 두려움, 가족들에 대한 전염 가능성 등에 대한 정신적 고통을 모두 인정했음에도 턱없이 부족한 위자료 금액을 인정한 점, 다른 피해자들과 비교해 원고 A의 증상발현 시점이 다소 상대적 이르다는 이유로 피고 회사의 2020년 5월24일 이후 여러 조치 의무 위반에 대해 구체적으로 판시하지 않은 점, 원고 A의 코로나19 감염 피해 이후 확진 판정을 받아 입원 치료 중 합병증으로 인해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원고 A의 배우자 원고 B의 피해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보지 않은 채 원고 B의 청구를 기각한 점은 지극히 유감스럽다.
이렇듯 대상 판결은 노동자의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될 수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 쿠팡은 그동안 법원에서 이 사건이 다퉈지고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코로나19 집단 감염에 대한 책임을 모두 부정해왔다. 대상 판결은 쿠팡의 과실 책임을 분명하게 인정한 만큼, 쿠팡은 이 사건 코로나19 집단 감염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합당한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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