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3-18 07:46
“카카오택시로 근로시간 줄었다?” ‘소정근로시간 단축’ 탈법 지적한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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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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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택시회사 9곳 기사들 ‘무더기’ 임금소송 … 대법원, 택시기사 승소 취지 파기[대법원 2024다287790, 2024다287820, 2024다289888, 2024다287813]
카카오택시 등 모바일 호출 서비스가 활성화됐기 때문에 택시업체들이 택시기사들의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은 정당하다고 본 하급심 법원 판단을 대법원이 바로잡았다. 하급심은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면서 대기시간이 줄어 실제 운행시간 변동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에 대법원은 ‘대기시간’까지 근로시간에 포함해야 한다며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이 명백하다고 봤다.
최저임금법 회피 목적 소정근로시간 단축
1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전남 목포시의 택시회사 3곳 소속 전·현직 택시기사 26명이 각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같은 쟁점으로 목포시 소재 택시회사의 택시기사 100명이 제기한 임금 소송 3건도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 됐다.
대규모 소송은 목포시 택시회사들이 2010년 7월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이 시행된 뒤 택시기사들의 소정근로시간을 점점 단축한 게 발단이 됐다. 2007년 12월 개정된 최저임금법에는 ‘사납금제’ 폐해를 없애기 위해 ‘하루 운송수입금 중 사납금(기준운송수입금)을 제외한 나머지 초과운송수입금(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내용의 특례조항이 신설됐다.
이후 택시회사 3곳은 하루 소정근로시간을 2006년 기준 6시간40분에서 점차 단축했다. 특례조항이 시행되자 A사는 소정근로시간을 5시간(2011년)→4시간40분(2017년)→4시간(2018년)→3시간40분(2019년)으로 줄여 나갔다. B사와 C사 역시 2018년까지 많게는 약 2시간을 단축했다.
택시기사들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목적이었기 때문에 무효라며 2006년 소정근로시간(6시간40분)을 기준으로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2019년 9월 제기했다. 이미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실제 운행시간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하기로 노조와 합의한 경우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2019년 4월) 판단이 나온 뒤였다.
‘카카오택시’ 근거 든 하급심 “대기시간 감소”
그런데 1·2심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강행법규인 특례조항 적용을 잠탈할 목적의 탈법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택시기사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택시 운행 실정을 잘 알고 있는 택시기사들과 회사가 소정근로시간을 정했으므로 합리적이라고 봤다. 또 초과근로는 택시기사의 ‘자율’에 맡겨져 초과근로시간 확인이 불가능하고, 택시기본요금이 인상돼 짧은 운행시간으로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카카오택시 호출 서비스가 소정근로시간 단축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활성화됨에 따라 택시기사들이 승객을 탑승시키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상당히 감소했다”고 해석했다. 사납금은 인상되지 않은 반면, 평균 주행거리와 영업거리는 줄어 실제 근로시간이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실제 근로시간과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이 불일치할 가능성이 크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택시회사들은 최저임금이 계속 상승하자 임금협정을 통해 1일 소정근로시간을 지속적으로 단축해 2019년 임금협정상 A사는 3시간40분, B사는 4시간27분, C사는 4시간으로 각각 단축하기에 이르렀다”며 “이렇게 단축한 소정근로시간을 기초로 산정된 시간급 비교대상 임금은 법정 최저임금의 상승 정도와 대체로 비슷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카카오 자료 없어, 실제 근로시간 감소했나”
특히 카카오택시 활성화가 소정근로시간 단축에 영향을 미쳤을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목포시에서 카카오택시 등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활성화된 시기나 정도에 관해 아무런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설령 모바일 서비스로 인해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했더라도 소정근로시간의 단축 비율 및 급격성, 택시기사의 운행실태 등을 고려하면 실제 근로시간의 감소가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에 부합할 만큼 충분한 것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실제 근로시간의 변동 정도에 맞는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실제 근로시간에는 ‘대기시간’을 포함해야 한다고 봤다. 단축된 소정근로시간만으로는 하루 사납금을 마련하는 데에 현저히 부족하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목포시 의뢰로 수행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목포시 일반택시의 2019년 2월부터 4월까지 운송수입금은 근무시간 1시간당 평균 1만2천575원 정도로 나타났다”며 “그런데 휴게시간 등을 감안하더라도 2019년 임금협정상 1일 소정근로시간은 1일 기준운송수입금을 마련하는 데에도 현저히 부족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택시기사의 운행실태·고정급 수준·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볼 때 실제 근로시간과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은 다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6월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탈법 판단을 위한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판결에 기초해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구체적인 경위와 시기 △단축 전후의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할 경우 시간급 비교대상 임금과 법정 최저임금의 객관적 차이 및 변동 추이 등을 고려해 위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단축 비율 상당, 대법원 “탈법행위 해당 가능성”
재판부는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이 추가로 반영된 임금협정을 하급심이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점도 질책했다. 2심에서는 하루 소정근로시간을 4시간27분으로 단축한 2019년 임금협정서가 증거로 추가 제출됐다. 이를 반영하면 특례조항 시행 이후 2019년까지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은 총 2시간13분(6시간40분-4시간27분)에 달한다. 대법원은 누적 단축 비율(약 33%)이 낮다고 단정하기 어려운데도 소정근로시간을 2018년 임금협정(4시간56분)을 기준으로 판단한 1심을 그대로 2심이 인용했다고 지적했다. 2018년과 2019년 사이에 소정근로시간은 29분 차이가 난다.
대법원은 결국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해 무효라고 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그런데도 원심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단정했다”고 지적했다. 택시기사들을 대리한 김성진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광주사무소)는 “최저임금법 잠탈을 위한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무효라는 판결로 일부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건이 법원에 계류 중”이라며 “법원이 택시회사의 잠탈 의도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택시 업계의 고질적인 임금체계 문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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