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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3-21 08:13
‘책임전가’ 논리 받아들인 중대재해처벌법 네 번째 무죄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89  
[2025. 3. 6. 선고 2024고단205]

1. 사안의 개요

에스케이멀티유틸리티 주식회사(이하 SKMU)는 울산에서 화력발전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유한회사 대덕씨엔에스(이하 대덕)는 2017년경 SKMU로부터 석탄 반입 및 수송작업 일체를 연간 단위로 도급(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받아 수행하는 노무관리 용역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이 사건 도급계약은 SKMU로 물적분할 되기 전 에스케이케미칼과 주식회사와 대덕의 전신인 대덕기공 주식회사 사이에 체결돼 계약당사자가 SKMU와 대덕으로 변경돼 유지됨).

SKMU는 한일인터내셔널과 석탄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한일인터내셔널은 CJ대한통운과 운송위탁계약을 체결했으며, 주식회사 코엠(이하 코엠)은 상시근로자 2명을 사용해 석탄 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으로서 CJ대한통운으로부터 운송위탁업무(이하 이 사건 운송위탁계약)를 하도급받았다.

대덕 소속 재해자는 2022년 12월20일 오후 12시10분경 울산시 SKMU 석탄 반입 사업장에서 석탄 수송패널을 조작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엠 소속 덤프 트레일러 운전기사가 재해자가 위험한 장소에서 작업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적재함 후방 게이트를 개방하지 않고 적재함을 계속 상승시킨 과실로 과적된 석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유압 실린더가 꺾여 적재함이 전도된 결과 재해자가 낙하한 석탄에 매몰되도록 해(이하 이 사건 사고), 재해자는 같은 날 오후1시18분경 질식으로 사망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가. 하청 코엠 소속 피고인들

1) 덤프 트레일러 운전기사 : 유죄

법원은 하청업체 코엠 소속 덤프 트레일러 운전기사에게 사회상규상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법원은 운전기사가 석탄 하역작업시 주변에 하역 작업의 관계 근로자가 아닌 사람이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주의를 주거나 위험상황 발생시 차량이동 및 기계장치의 작동을 중단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해 대덕 소속 재해자에게 대피를 요청하거나 주의를 주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석탄 하역작업을 했다고 판단했다.

2) 코엠 대표이사 및 법인 : 유죄

법원은 코엠 대표이사 및 법인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위반[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 제173조 제2항 및 제38조 제1항 제2호] 및 법률규정에 따른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코엠 대표이사는 화물적재시 최대적재량 초과 금지 조치 및 차량계하역운반기계 사용작업시 작업계획서 작성 조치 의무를 부담했으나, 코엠 소속 운전기사가 최대적재량 25.6톤을 초과한 석탄 38톤을 적재하고, 작성한 작업계획서에 따라 낙하 등의 위험을 예방할 작업지휘자를 현장에 배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역 작업을 하도록 했다.

나. 원청 SKMU 소속 피고인들

1) SKMU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및 법인의 고용노동부 일반감독시 지적사항 : 유죄

법원은 노동부가 2023년 4월27일 SKMU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 확인한 4가지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노동부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산업안전보건) 제9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일반감독했고, 추락방지조치 3가지(안전보건규칙 제43조, 제20조 제1호, 및 제14조) 및 끼임방지조치 1가지(안전보건규칙 제87조)에 대해 위반 사항을 지적했다.

2) SKMU 대표이사,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법인의 재해자 사망에 관한 혐의 : 무죄

법원은 원청 SKMU 대표이사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의 산안법 등 법률상 의무 위반과 재해자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 사건 사고 현장에 “하역중 절대출입금지”라고 벽면에 기재돼 있어서, 피고인들이 의무위반 등이 일부 있어도 그러한 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구체적으로 ①낙하물에 의한 위험 방지조치(안전보건규칙 제14조) 규범의 목적 범위는 낙하물의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석탄을 청소하는 작업자들이지 재해자와 같은 석탄운송설비 조작원을 포함하지 않고 ②이 사건 사고의 가장 직접적이고 결정적 과실은 코엠 소속 운전자가 적재함의 후방 게이트를 열지 않은 채 적재함을 들어 올린 오조작의 과실이고, 재해자로서도 하역장소에 있었던 잘못이 있으며 ③이 사건 사고와 같은 유형의 사고는 15년 동안 선례가 없어 피고인들은 재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없어 근로자들의 출입통제 등의 예방조치까지 할 의무가 있다고 하기 어렵고, 일부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민사책임으로 해결할 문제에 불과하며 ④이 사건 사고 장소는 덤프트럭이 균형을 잃어서 전도될 위험이 없으므로 덤프트럭의 전도사고까지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까지 할 필요성이 낮은 장소라고 판단하며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해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다. 하청 대덕 소속 피고인들 : 무죄

법원은 위 나의 2)항에서 살폈듯이 하청 대덕 소속 피고인들의 의무 위반과 재해자 사망의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판시하며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법원은 원청 SKMU와 재해자가 소속된 하청 대덕이 코엠에 이 사건 사고의 책임을 전가하는 논리를 받아들여 전면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취지를 무시했다.

①규범의 목적 범위는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규정의 목적 범위를 살필 것이지 안전보건규칙 제14조 보호 대상을 살필 것이 아니다.

국회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개정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함으로써 보호대상을 산업안전보건법 영역의 근로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영역의 종사자로 확대했다. 이는 안전 형법 규범의 목적 범위를 근로관계에서 파생하는 사업에 부수하는 관리책임에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지배·운영·관리책임으로 확대한 것이다. 또한 검찰은 안전보건규칙 제14조의 의무를 사고 유형(깔림)에 따라 적용했으나, 이 사건 사고에 대해서는 안전보건규칙 제20조의 출입금지조치를 적용하는 것이 적확할 것이다.

②사고의 가장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원인을 운전자의 오조작으로 단정해 그 책임만 추궁할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에 기여한 다른 과실도 결과 발생에 기여했는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

부작위자인 SKMU, 대덕 소속 피고인들은 그들의 책임 영역에서 그들이 보호해야 할 종사자가 사망한 것인바, 이 사건 사고 발생에 대해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할 수 없어서 그 결과 발생을 귀속시키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이유가 없다. 제3자의 사정이 개입한 경우에도 제3자의 고의 또는 불가항력적 천재지변이 개입한 것이 아니라면, 과실은 경합해 중한 결과에 기여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③피고인들의 예견가능성은 선례가 있는지 여부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중한 결과 발생을 예상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석탄 하역작업이 이뤄지는 장소가 위험하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누구나 알 수 있으며, 피고인들도 출입금지 주의사항을 벽면에 기재했다.

④ 이 사건 사고 장소는 평편하고 단단한 콘크리트이지만 그러한 사정이 출입금지조치 미이행에 대해 유효한 항변일 수 없다. 안전보건규칙 제20조 단서 규정의 취지를 고려할 때, 형식적인 출입금지 조치는 사고의 주요 원인이 되는 안전조치의무의 미이행으로 판단함이 타당하다.

대상판결은 사고 전례, 주요 원인을 기준으로 인과관계 인정 여부를 판단했으나, 이익책임, 위험책임이라는 법원칙을 관철하기 위해 입법된 중대재해처벌법 취지는 사고 전례가 없다는 우연한 사정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이익을 향유한 자가 누구인지, 위험을 창출한 자가 누구인지 고려한 상소심 판결을 기대한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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