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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3-27 09:46
노래·춤 가르치는 ‘실버강사’도 노동자, 첫 인정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73  
‘프리랜서 계약’ 실버강사, 임금체불 엄포 뒤 해고 … 지노위, 부당해고 판정[경북2024부해1031]

노인요양기관에서 노래와 체조 등을 교육하는 ‘실버강사’들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노동위원회의 첫 판단이 나왔다. 실버강사가 프리랜서 위촉계약을 체결하고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을 했더라도 실질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했다는 취지다. 외관상 ‘프리랜서’로 여겨지는 노래강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년여 만에 계약종료, 대표 “싹 죽여버린다”

2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경북 칠곡군 소재 D교육이 운영하는 한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다가 해고된 실버강사 A씨 등 2명이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서 지난달 21일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사건은 실버강사 A씨와 B씨가 지난해 10월1일 계약이 종료되면서 시작됐다. 2023년 6월부터 체조 놀이 프로그램을 담당한 A씨는 1년4개월 만에 일터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노래강사로 일한 B씨도 2023년 3월부터 근무했지만 해고됐다.

실버강사들의 독특한 계약형태가 논란이 됐다. 시설이 장기요양기관과 ‘맞춤형 프로그램 계약’을 체결하고 강사를 지정해 수업을 진행하며 소개비를 제외하고 강사료를 지급하는 형태였다. 실버강사들은 ‘실버강사 채용계약서’를 쓰고 근무시간별로 소정의 강사료(시간당 4만5천원~5만원)를 받으며 일했다. 시설측은 실버강사들의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했다.

프리랜서 계약은 시설 대표의 ‘갑질’을 부추겼다. 지난해 8월 대표 C씨는 갑자기 부대표에게 “(실버강사들을) 싹 죽여 버린다”며 A·B씨 등의 임금을 체불하고 해고하겠다고 엄포했다. 9일 뒤 대표는 A·B씨를 업무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이윽고 대표는 다음날 SNS를 통해 “2024년 9월 말로 계약 종료한다”는 내용을 부대표에게 보냈다. 일방적인 해고 통보였다.

“합의 해지 약속이행 서명해야 급여 지급” 종용

대표는 A·B씨에게 조건부 월급 지급을 지속해서 종용했다. ‘합의 해지’ 문구가 적힌 약속이행서에 서명을 요구한 것이다. 약속이행서에는 ‘시니어수업을 9월30일까지 잘 마무리하는 것으로 한다. 위 사항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 서로 잘 마무리하며 위반시 법적조치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강사들이 사무실로 오기 전까지는 강사료를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A·B씨는 “무슨 약정서를 쓰라는 건지, 명백한 부당해고” “왜 잘려야 하는지 이유를 말해 달라” 등 항의하며 약속이행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결국 대표는 지난해 10월1일 사유 10가지를 들어 A씨와 B씨를 해고했다. 해고사유에는 “징계 여부가 3회 이상 지속됐다”는 등 내용이 적혔다. A씨 등은 지난해 12월 경북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실버강사의 근로자성을 두고 해고자와 시설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해고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하고, B씨에 대해선 서면통지의무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설측은 “명칭은 채용계약이지만 중개·알선계약과 유사하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실버강사 14명에게 프리랜서 강사란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받아냈다.

지노위 “시설이 실버강사 근무 지휘·감독”

쟁점은 △법인의 사용자 여부 △실버강사의 근로자성 △해고 존재 여부 △부당해고 해당 여부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등으로 모였다. 먼저 지노위는 개인사업자가 등록돼 있다는 시설측 주장을 배척하며 법인이 당사자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실버강사들도 사용종속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판정했다.

구체적으로 시설측의 상당한 정도의 지휘·감독이 있었다고 봤다. 지노위는 “실버강사들이 장기요양기관 입소자들에게 맞춤형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연간·월간 운영계획서를 작성해 수업했다고 하더라도 직접 수업을 진행하는 실버강사들이 수업 내용을 세세하게 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실버강사들이) 운영계획서를 작성했더라도 곧바로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요소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시설측이 운영계획서를 취합해 장기요양기관에 제출하면 요양기관의 요구사항은 시설을 통해서만 전달받도록 해 실버강사들의 자율성이 없었다는 의미다.

또 실버강사들의 근무장소와 근무시간도 구속됐다고 판단했다. 지노위는 “(시설이) SNS 단체대화방에 수업 전후 수업장소 도착과 종료를 알리는 등 실버강사들의 업무내용에 대한 지휘·감독 정황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대체인력 역시 실버강사가 아닌 시설측이 섭외해 강사들이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등 위험성을 스스로 안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지노위는 “사용자가 사업소득세 등 33%를 원천징수한 점 등은 시설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초고령화 사회 실버강사, 차별 지대 해소해야”

이를 전제로 지노위는 실버강사들의 계약을 ‘기간제 근로계약’으로 해석한 다음 갱신기대권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갱신을 거절할 합리적 이유도 없는데도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해 일방적인 해고를 단행했다고 봤다. 시설측의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신청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요양병원이나 시설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여 권리구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직업소개업체 소속인 병원 간병인도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라는 대법원 판결<본지 2025년 3월20일자 “‘사각지대’ 인력업체 간병인, 대법원 “근기법상 근로자”” 참조>이 나왔지만, 사례마다 달라 정부와 사법기관의 적극적인 해석이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실버강사들을 대리한 이미소 공인노무사(노무법인 HRS 대표)는 “노래강사는 프리랜서 인식이 강해서 지노위 심문 과정에서 인식의 틀을 뒤집는 데 중점을 뒀다”며 “초고령화 사회에 증가하는 실버강사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괴롭힘과 해고를 당해도 대응할 수 없다. 이번 판정은 차별 지대의 실버강사들을 보호지대로 옮겨야 한다는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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