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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4-02 07:54
“중대재해 위헌” 헌재 넘긴 법원 “사용자 주장 복사”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57  
“도급인에게 가혹할 정도의 형사책임” … 법원 인용 최초 사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게 됐다. 법원이 경영책임자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인용해 헌재로 넘어간 것은 처음이다. 헌재의 위헌 여부 결정이 있을 때까지 해당 형사재판이 정지되므로 헌재 판단이 주목된다. 법원이 재계 주장을 사실상 그대로 받아들여 중대재해처벌법 취지를 왜곡해 인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하도급 업체의 중대재해까지 원청이 책임지도록 한 조항은 과도하다고 법원이 해석해 노동계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집유 선고’ 성무건설 신청, 법률조항 대거 심판

31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부산지법 형사4-3부(재판장 김도균 부장판사)의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이달 13일 부산 연제구 소재 성무건설측이 신청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헌 여부가 형사사건 재판의 전제가 될 뿐만 아니라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책임주의, 평등 원칙, 명확성 원칙에 반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다.

이번 신청 사건은 2022년 3월25일 부산 연제구의 한 신축공사 현장에서 주차타워 내부 단열공사를 맡은 하도급업체 소속 중국 국적의 노동자가 3톤이 넘는 균형추에 머리가 끼여 숨진 사고와 관련한 사안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성무건설 대표 A씨는 2023년 12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해 2심이 진행되는 상태였다. A씨측은 2심 선고를 앞둔 지난해 8월 중대재해처벌법이 비례 원칙, 책임주의·평등 원칙, 명확성 원칙을 위반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위헌법률심판제청 심판에 오른 대상은 사업주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규정하고 처벌을 명시한 조항이다. 재판부는 △사업주(경영책임자)의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 의무(4조1항1호) △도급·용역·위탁 관계에서의 안전보건 확보의무(5조)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사망자 1명이 발생한 사업주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부과(6조1항) 조항을 헌재 판단에 맡겼다. 원청 사업주의 하청노동자에 대한 안전조치의무 등이 포함된 조항은 전부 심판 대상에 오른 셈이다.

교통사고처럼 중대재해 ‘어쩔 수 없다’는 법원

중대재해처벌법을 바라본 법원 시각이 논란이다. 재판부는 사실상 재계가 우려하는 시각을 결정문에 모두 반영했다. 먼저 중대재해처벌법 5조에 대해 민법상 ‘사적자치 원칙’을 근거로 도급계약에 대한 판단은 신중해야 한다고 단정했다. 재판부는 “도급인 지위에 있다는 것만으로 수급인의 업무를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거나 우월적 지위에 있을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산업계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전문 기술이 부족해 수급인에게 업무를 맡긴 도급인에게 모든 중대재해에 ‘가혹할 정도의 형사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도급계약의 존재 의의를 몰각한다고 했다.

나아가 중대재해 예방효과가 의심스럽다는 의견까지 냈다.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산재사고 사망자수가 증가했다”며 고용노동부의 산재 통계자료를 언급했다. 교통사고와 비교하며 산재사고도 일정 비율로 발생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대부분의 경영책임자가 형사책임을 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며 “유능한 경영자가 경영현장에서 축출되거나 심지어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결과를 야기할 것은 충분히 예상된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산재는 기본적으로 과실책임이 문제 되는 영역”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충격적이고 가혹한 형벌을 가해 ‘근시안적 목적’에 지나치게 경도돼 있다고 보기도 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도급인’ 처벌 규정이 이미 있는데도 중대재해처벌법이 법정형만 대폭 상향했다는 판단도 들어갔다.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 5조는 도급인에게 일반적·포괄적으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과하면서 단서에서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모든 도급인 등을 잠재적 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도 피해 보상만 충분하다면 피해를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것이 현실적인 피해구제 방법일 것”이라고 밝혔다. 재해발생에 보다 직접적이고 큰 책임이 있는 수급인 소속 노동자에 대한 처벌과의 형평이 맞지 않다는 취지다.

법조계 “입법취지 몰각한 결정, 기업 논리만 반영”

중대재해 전문가들은 사업주 ‘책임’ 구조인 법률 취지를 무시한 결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민변 노동위원장인 신하나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법원이 중대재해 사망사건의 발생 원인과 책임구조에 대한 입법 취지를 무시하고 법 자체가 모두 위헌적이라고 판단한 것이 놀랍다”며 “기업을 경영하는데 사고가 조금 날 수 있다고 사장을 처벌하는 게 말이 되냐며 사적자치 원칙을 들이댄 것이 알량하다”고 날을 세웠다. 조재민 변호사(법률사무소 조안전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원청 사업주에게 자신들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종사자들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는 이익책임·위험책임이라는 법원칙에 기초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법체계에서는 산재사고 사망자 유족들이 민사배상을 통해 원청 사업주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재계 주장만 일방적으로 반영한 결정문이라는 견해도 많다. 문은영 변호사(법률사무소 문율)는 “중대산업재해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하는 결정문”이라며 “기업 논리를 바탕으로 위헌적이라는 논리를 들고 있는데, 판사의 의견서이지 결정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박다혜 변호사(법률사무소 고른 대표)는 “재판부가 민법상 계약자유 측면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을 주되게 논하고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이 노동법으로서의 성격과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완전히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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