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4-10 07:52
‘해 바뀌어도 똑같은 노조탄압’ 대법원 “계속된 부당노동행위” 첫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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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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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인사고과 부여·승격 탈락에 임금 불이익 … 대법원 “유사한 방식, 기간 달라도 부당노동행위”[대법원 2023두41864]
하위 인사고과 부여나 승격 탈락 등이 유사한 방식으로 지속돼 발생한 임금 불이익은 기간이 달라도 하나의 부당노동행위가 계속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당노동행위의 ‘계속 기간’에 대한 최초의 대법원 판단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계속하는 부당노동행위일 경우 노동자나 노조는 종료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대법원이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임금 불이익도 구제대상에 포함해 노동자 권리구제의 폭이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테크윈 노조탄압, 노동위 “구제신청기간 지나” 기각
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지회)와 조합원 242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최근 “구제신청기간을 넘겼다”며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소송 제기된 지 4년8개월 만이다.
사건은 2014년 12월께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에 복수노조가 생기면서 시작됐다. 기업노조인 ‘삼성테크윈노조’가 설립되자 사측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삼성테크윈지회 조합원들에게 하위 인사고과를 부여하고 승격을 누락시켰다. 지회는 사측이 단체교섭권을 박탈하기 위해 조합원에게 하위 인사고과를 부여하고 승격을 누락시키는 방식으로 실질적 임금을 하락해 노조 탈퇴를 유도했다고 봤다.
이에 지회는 하위 인사고과 부과와 승격 누락이 불이익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2019년 8월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하지만 경남지노위는 구제신청 제척기간(가능기간)이 지났다며 지회의 구제신청을 각하했다. 구제신청을 한 날짜(2019년 8월)가 인사고과 통보일(2019년 1월 말)과 승격일(2019년 3월 초)로부터 3개월을 경과했다는 이유다. 중노위 역시 회사의 하위 인사고과 부여와 승격 누락은 ‘계속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초심을 유지했다. 지회는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2020년 8월 행정소송을 냈다.
상반된 하급심, 2심 “임금 불이익 특정 안 돼”
재판 쟁점은 노조법(82조2항)이 정한 부당노동행위의 ‘계속하는 행위’에 대한 해석으로 압축됐다. 하나의 부당노동행위가 계속될 경우 종료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구제신청을 해야 한다. 다만 여러 개의 부당노동행위 사이에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단일성 △동일성·동종성 △시간적 연속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부당노동행위가 계속됐다는 게 기존 판례 태도다. 지회는 “하위 인사고과 부여와 승격 누락 및 이에 따른 저임금 지급은 구제신청 당시까지 계속하는 하나의 행위”라며 제척기간이 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은 중노위 판정을 취소하고 지회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측에) 반노동조합 의사의 단일성이 존재할 개연성이 있는 이상 하위 인사고과 부여와 승격 누락 및 차별적 임금지급 행위는 동일성·동종성 및 시간적 연속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지회가 ‘하위 인사고과 부여와 승격 누락’만 부당노동행위 대상으로 주장할 뿐 ‘임금 불이익’ 자체에 대한 구제신청은 특정하지 않았다며 지회 청구를 기각했다. 구제신청기간이 지났는지는 부당노동행위로 특정해 주장한 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충분하므로, 구제신청 대상으로 특정하지 않은 ‘임금 불이익’에 대한 기간을 부당노동행위 종료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계획 따른 부당노동행위, 불이익 연관돼”
대법원은 2심을 다시 뒤집었다. 부당노동행위 ‘계속 기간’에 대한 첫 법리가 제시됐다. 대법원은 “단위 기간을 달리하는 인사고과 부여 등과 이에 따른 임금 지급은 원칙적으로 하나의 ‘계속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사용자가 여러 단위 기간 동안 단일한 의사와 유사한 방식으로 미리 수립한 계획에 따라 일련의 부당노동행위를 실행했다는 등 사정이 드러난 경우 단위 기간을 달리하는 인사고과 부여 등과 임금 지급 사이에서도 ‘계속하는 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하위 인사고과 부여나 승격 탈락에는 임금상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으므로, 해가 바뀌어도 비슷한 부당노동행위가 지속된다면 구제신청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부당노동행위의 ‘대상 특정’에 관한 해석도 나왔다. 노동위원회 규칙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서에 ‘구제받고자 하는 사항’을 기재하도록 정하고 있고, 대법원도 그동안 구제신청 대상을 ‘구체적 사실’에 한정한다고 판단해 왔다. 구제신청 대상의 구체적인 특정에 따라 구제신청기간 도과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구제받고자 하는 사항은 민사소송 청구취지처럼 엄격하게 해석할 것은 아니고 신청 취지를 봤을 때 어떠한 구제를 구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면 된다”고 했다.
“인사고과 부여로 임금 불이익 계속, 구제신청기간 준수”
이를 토대로 대법원은 지회의 구제신청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삼성테크윈이 2018~2019년에 실시한 인사고과 부여와 승격 통보를 기초로 2019년 3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임금을 지급한 행위는 하나의 부당노동행위가 계속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2020년 2월까지 임금 차별이 있었기 때문에 지회가 구제를 신청한 2019년 8월은 구제신청기간이 지나지 않은 셈이 된다. 대법원은 “2018년 인사고과 부여 등과 2019년 임금상 불이익은 원고들이 이를 노동위원회 구제절차에서 부당노동행위로 주장했다면, 그 전부가 구제신청기간을 준수한 것이 된다”고 밝혔다.
나아가 지회가 구제신청 당시 ‘임금 불이익’을 특정했다고 봤다. 구제신청서에는 ‘부당한 평가로 지급받지 못한 임금 상당액 지급’이 명시돼 있었다. 또 지회는 2018년 하위 인사고과 부여와 승격 탈락에 대한 임금 불이익 시정을 구제신청서에 적시했다. 대법원은 “원고들은 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서면을 통해서도 인사고과 부여 등으로 인해 임금 불이익이 지속되고 있다는 주장을 충분히 개진했다”며 “원고들은 구제신청 절차에서 2018년 인사고과 부여 등과 2019년 임금 지급을 모두 부당노동행위를 구성하는 구체적인 사실로 주장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사용자가 노조를 탄압할 목적으로 지속해서 유사한 방식으로 행한 부당노동행위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다. 지회를 대리한 김두현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매년 반복되는 하위 인사고과나 승진 차별을 개별로 종결된 부당노동행위가 아닌 ‘계속하는 행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그간 노동위원회는 제척기간을 좁게 해석해 왔다”며 “부당한 인사고과나 승진 차별로 인해 발생하는 임금 불이익은 계속하는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고 대법원이 판결해 제척기간은 물론 구제대상도 넓어졌다”고 분석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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