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4-20 08:14
해외파견 복귀 뒤 퇴사한다고 4억원 청구, 대법원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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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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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복무 미이행시 임금·체재비 반환 약정 … 대법원 “위약 예정 금지 위반”[2022다208755 약정금]
파견 이후 의무적으로 근무하지 않고 퇴사하면 파견비용을 청구하도록 정한 규정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노동자가 근로계약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위약금이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면 근로계약의 ‘구속’에 묶일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비용 반환 약정은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정한 근로기준법(20조) 입법목적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원자력통제기술원 직원, 전문가로 IAEA 파견
파견 직후 사직의사 내자 파면에 위약금 청구
1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이 퇴사한 파견 직원 A씨를 상대로 파견비용을 돌려달라며 낸 약정금 소송 상고심에서 지난 15일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20조’에 관해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서 나아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근로기준법 20조는)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직장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서도 이러한 법리가 적용됐다. 기술원은 사내공모 절차를 거쳐 A씨를 2016년 8월부터 2019년 6월까지 2년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파견 비용 부담 전문가(CFE)’로 파견했다. 그러면서 IAEA에 예산 지원 명목으로 30만4천 유로(한화 약 4억9천만원)를 지급했다. A씨는 고용 휴직 상태로 IAEA에서 근무했다.
그런데 A씨가 파견에서 복귀한 직후인 2019년 7월 퇴사 의사를 밝히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기술원이 IAEA에 지급한 비용을 반환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 파견전문가에 대한 고용 휴직(파견) 관리요령’을 근거로 내놨다. 관리요령은 ‘파견기간 2배에 해당하는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기술원이 국제원자력기구에 지불한 비용을 반환해야 한다’고 정했다.
A씨는 ‘관리요령을 위반하면 보증인(장인·장모)과 연대해 환급금을 반환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하고 IAEA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기술원측은 A씨가 파견 이후 사직서를 제출해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30만4천 유로 반환을 요구했다. 또 A씨가 파견기간을 임의로 변경하고 IAEA에서 가족 체재비 등을 받아 관리요령을 위반했다며 2019년 8월 A씨에 대한 파면을 결정했다.
1심 “정당” 2심 “회사가 원래 부담 비용”
“연수나 교육훈련 받았다고 보기 어려워”
사건은 소송전으로 번졌다. A씨는 기술원을 상대로 해고 무효를 확인하는 민사소송을 냈고, 반대로 기술원은 A씨에게 약정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파면이 정당하다고 판단하면서 A씨가 파견비용(환급금)을 기술원에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환급금 반환 규정은 사용자가 연수비용을 우선 지출하고, 근로자는 실제 지출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는 의무를 부담하기로 하되 장차 일정 기간 근무하는 경우에는 상환의무를 면제해 주기로 하는 취지로 보인다”며 “이러한 약정은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2심은 파견비용 반환 약정은 효력이 없다며 1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비용 반환 약정은 A씨에게 일정 기간 근로자로 일할 의무를 부여하고 약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면 그로 인해 기술원에 어떤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했는지 묻지 않고 바로 A씨가 받은 임금 상당액을 반환하기로 하는 것”이라며 “근로기준법 20조 입법목적에 반해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으로 2심은 A씨가 IAEA에서 받은 보수와 체재비는 기술원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기술원이 IAEA에 기여금을 지급함으로써 A씨의 보수와 체재비 등을 실질적으로 부담했다”며 “A씨가 받은 보수와 체재비 등은 원래 A씨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기술원이 우선해 부담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IAEA 근무 중 전문가 역량을 높였더라도 A씨가 IAEA에서 연수나 교육훈련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해석했다.
실제 기술원은 파견 기간에 A씨에게 월별·분기별 보고와 자료 제출을 수시로 지시했다. 재판부는 “기술원이 A씨를 IAEA에 파견한 것은 기술원의 목적 사업인 ‘원자력 통제에 관한 국제협력 지원’ 업무를 수행하기 위함”이라며 “A씨는 기술원의 관리 아래 근로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 “위약금 약정, 불리한 근로계약에 구속”
해외파견 비용 반환 약정 무효 판단 추세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의무근로기간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급된 비용을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은 무효라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이 사건 반환약정이 무효라고 본 원심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근로기준법 20조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해외 파견 기간에 회사가 파견노동자에게 지급한 비용을 반환받을 수 있는지는 논란거리였다. 하지만 법원은 ‘비용 반환 약정’을 무효로 보는 추세다. 대법원은 1996년 임금 반환 약정은 사실상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예정해 무효라고 판결했고, 2003년에도 해외파견근무의 실질이 회사의 명령에 따른 근로장소 변경에 불과한 경우 회사가 임금 외에 지출한 비용도 경비라고 판단했다.
또 대법원은 2004년 4월 ‘아남반도체 경비반환’ 사건에서 약 3년1개월간 미국 법인에 파견됐다가 퇴사한 직원에 대한 경비반환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당시 대법원은 “해외근무의 실질이 연수나 교육훈련이 아니라 단순한 근로장소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해외근무기간 회사가 직원과 동반가족을 위해 지급한 체재비 또한 장기간 해외근무에 대한 대가이거나 업무수행에 있어 필요불가결하게 지출할 것이 예정된 경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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