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4-29 07:47
‘생산공정 전체 외주화’ 현대모비스 사내하청, “불법파견” 첫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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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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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공정 전체 위탁계약 관행에 제동 … 법원 “사내하청 노동자에 지휘·명령”[서울중앙지법 2020가합523219]
현대모비스가 생산공정을 전부 ‘외주화’한 사내하청업체의 노동자들도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사내하청이 독자적으로 생산시스템을 구축했더라도 원청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생산 업무에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다면 근로자파견 관계가 성립한다는 취지다. 원청은 관리 업무만 맡고 하청이 생산공정을 담당해 ‘불법파견’을 피하는 제조업체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모비스, 소송 제기 뒤 자회사 설립·채용
2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재판장 김도균 부장판사)는 현대모비스 사내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A씨 등 4명이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에서 지난 24일 “현대모비스가 원고들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1심만 약 5년1개월이 걸렸다.
A씨 등은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에서 각각 2016~2019년 사이에 근무하기 시작했다. 현대모비스는 사내하청업체와 도급계약 또는 부품생산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생산공정 일체를 도급했다. 공정은 ‘자재 입고-부품 생산-품질 관리-출하’ 순으로 진행됐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라인 조립·검사·엔진 성능 관리 등을 담당했다.
하지만 A씨 등은 현대모비스 지시에 따라 업무를 했으므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근로자파견 관계에 해당한다며 2020년 3월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사내하청과의 계약은 ‘도급’이라며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지휘·명령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현대모비스측은 전산관리 시스템(APS)과 생산관리 시스템(MES) 사용 권한을 사내하청에 넘겨 생산공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대모비스는 소송이 제기된 뒤 2022년 11월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유니투스’를 설립해 사내하청이 하던 충주공장 업무를 맡겼다. 그 결과, 애초 소송을 제기했던 원고 247명 중 대부분이 자회사 정직원으로 채용되면서 소를 취하했다.
“원청이 관리계획서 작성해 관리, 작업 시간 설정도”
법원은 현대모비스에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고용의무가 있다며 A씨 등의 청구를 인용했다. ‘관리계획서’에 따른 작업지시가 주요 징표가 됐다. 재판부는 “피고(현대모비스)는 협력업체에 ‘관리계획서’를 배포했고, 협력업체는 관리계획서에 기초해 ‘작업표준서’를 작성했는데, 작업표준서 내용은 관리계획서 내용을 옮긴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가 설정한 공정 흐름과 설비명, 관리항목 등을 사내하청이 그대로 이행했다는 것이다.
현대모비스가 생산계획을 정해 작업을 지시한 점도 인정됐다. 법원은 현대모비스가 충주공장의 5개월 치 생산계획을 미리 세워 사내하청에 전달했다고 봤다. 현대모비스는 공장의 월·일 단위 생산계획표를 작성해 사내하청에 전달했다. 재판부는 “각 협력업체 생산계획은 피고 사정에 따라 조정·변경됐고 협력업체는 피고가 정해 준 일정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또 ‘사이클타임(생산 정 작업 단위가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에 현대모비스가 관여하기도 했다고 판단했다. 사이클타임을 조정하면 작업 속도와 제품 생산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도급계약 주장에 법원 “생산공정 실질적 관리”
사내하청이 ‘현장대리인’을 선임해 도급업무에 관해 연락했을 뿐이라는 현대모비스측 주장 역시 일축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근로자들은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협력업체 현장대리인과 소통하고 이들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했다”며 “협력업체 현장대리인들은 대부분 피고의 작업지시를 소속 근로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거나 작업에 반영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대모비스 관여 없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현장대리인에게 자체적인 작업지시를 받은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아울러 부품 생산공정은 현대모비스의 ‘직접 공정’이므로, 도급계약은 외관에 그친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형식적으로는 협력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취했다”며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충주공장 생산공정 자체를 직접 관리했고,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피고의 생산조직 및 생산시설에 완전히 편입돼 근로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현대모비스 직원들이 사내하청과 함께 업무를 수행한 점도 근로자파견 관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이밖에 재판부는 사내하청의 △독자성 △전문성 △기술성도 미미하다고 봤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제조업체의 ‘외주화’에 경종을 울렸다고 본다. 현대모비스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대리한 고재환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제조업계에서 생산공정을 협력업체에 외주화하고, 원청은 관리 업무만 수행하는 방식의 생산시스템이 늘고 있는데도 기업들은 전형적인 도급계약에 해당한다면서 협력업체 근로자들과의 근로자파견 관계를 부인한다”며 “이번 판결로 향후 유사한 생산시스템에서 근무하고 있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근로자파견 관계를 판단하는 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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