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법 2025. 4. 24. 선고 2020가합523219 판결
1.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의 생산시스템
현대모비스는 충주공장 이외에도 진천, 창원, 울산, 아산 등 전국의 13개 지역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진천, 창원, 울산 공장에서는 현대모비스가 직접 근로자들을 고용해 생산하고 있고, 나머지 공장들에서는 생산공정을 모두 협력업체에 외주화해 운영하고 있다.
충주공장에서는 자동차 전동화 부품과 수수연료전지를 생산하고 있는데, 생산공정은 모두 협력업체에 외주화했고, 현대모비스는 관리조직과 인원만을 두고 생산공정을 관리했다.
현대모비스는 이 사건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22년 11월 자회사인 생산전문사(유니투스 주식회사)를 설립해 협력업체가 수행하던 생산업무를 모두 이관했고, 대부분의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고용도 생산전문사로 승계했다.
2. 대상 판결의 내용 ? 현대모비스의 지휘·명령권 행사 여부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기 위한 가장 주요한 요소는 원청 사용자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업무수행에 대해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사유들을 들어 현대모비스가 협력업체 소속인 원고들의 업무에 대해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고 판단했다.
(1) 현대모비스는 관리계획서를 작성해 협력업체에 배포했는데, 관리계획서에는 공정의 흐름과 설비명, 관리항목, 관리기준, 이상 발생시 조치사항 등이 공정별로 기재되어 있어서 원고들이 수행해야 할 작업의 순서, 세부적인 작업방법을 상세하게 정하고 있다.
그리고 협력업체는 각 공정별로 작업표준서를 작성해 비치했는데, 작업표준서는 관리계획서의 내용을 해당 공정별로 구분해 작성한 것이고, 현대모비스는 관리계획서를 변경하거나 작업표준서를 수정할 필요가 있을 경우 협력업체에 작업표준서를 수정할 것을 지시하는 등 협력업체가 작성하는 작업표준서를 관리했다.
현대모비스는 관리계획서는 도급인으로서 일의 완성에 대한 지시일 뿐이고, 작업표준서는 협력업체가 독자적으로 작성해 시행하고 있는 것이므로 지휘·명령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관리계획서가 근로자들의 작업내용과 작업방법을 상세하게 정하고 있어 근로자들이 그 내용에 사실상 구속되어 업무를 수행했고, 작업표준서는 관리계획서의 내용에 구속되어 작성됐으며, 현대모비스가 작업표준서의 작성과 변경에 대해 관리했으므로 현대모비스는 관리계획서와 작업표준서를 통해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작업 수행에 관한 지시를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2) 현대모비스는 충주공장의 생산계획을 월, 일 단위로 수립해 협력업체에 배포했고, 협력업체가 자율적으로 생산계획을 수립하고 결정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3) 현대모비스는 생산공정의 특정 작업에 소요되는 사이클 타임(Cycle Time, C/T)을 설정함으로써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작업속도와 제품 생산량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실질적으로는 전체 생산공정 자체를 직접적으로 통제, 관리했다.
(4) 현대모비스의 근로자들은 카카오톡이나 이메일을 통해 협력업체 현장대리인에게 작업지시를 했는데, 현장대리인은 현대모비스 근로자들의 지시를 그대로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반복해 전달했고, 독자적이고 자체적인 작업지시를 하지는 않았다.
3. 대상 판결의 의미
근래에 제조업계에서 생산공정 중 일부 부문 또는 이 사건처럼 생산공정 전부를 협력업체에 외주화하고, 원청은 관리업무만 수행하는 방식의 생산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 기업들은 이와 같은 생산시스템은 협력업체가 독립적으로 생산공정을 운영하고 있어 전형적인 도급계약 관계에 해당한다면서 협력업체 근로자들과의 근로자파견 관계를 부인한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이처럼 생산공정을 모두 외주화한 생산시스템의 경우에도 원청이 전반적인 관리업무를 수행하면서 이를 통해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생산업무에 관해 실질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다면 근로자파견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향후 유사한 생산시스템에서 근무하고 있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근로자파견 관계를 판단하는 데에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업무 외주화해도 협력업체에 지휘·명령권 행사하면 불법파견
판결 요지
피고는 생산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모두 협력업체가 독자적으로 수행했으므로 근로자파견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고는 공정별로 공정에 대한 관리방법과 관리기준 등을 기재한 관리계획서를 작성해 협력업체에 배포했고, 협력업체로 하여금 관리계획서를 근거로 작업방법을 상세하게 기재한 작업표준서를 작성하게 해 관리했다. 또 충주공장의 월, 일 단위 생산계획표를 작성해 협력업체에 송부했고, 각 공정의 작업 소요 시간을 설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하면 피고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작업 수행에 관한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다고 판단된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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