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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5-28 09:02
‘사법개혁 정당성’을 보여준 중대재해처벌법 다섯 번째 무죄 판결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71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25. 5. 16. 선고 2023고단1699 판결

1. 사안의 개요

주식회사 삼화건설사(삼화건설)는 전주시에서 건설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서, 군산시 월명동, 해신동 등에서 진행되는 중앙분구 하수관거 정비사업(이 사건 공사)을 군산시 수도사업소로부터 도급받아 2018년 12월17일부터 2023년 3월7일까지 시공하는 사업주다. 주식회사 S사는 군산시에서 상하수도 공사 및 토공사를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서 이 사건 공사 중 하수도공사 및 토공사를 삼화건설로부터 하도급받아 시공하는 사업주다.

S사는 소속 배관공인 재해자 A(69)씨는 2022년 10월17일 군산시 이 사건 공사현장 1공구에서 길이 6미터, 직경 20센티미터의 강관을 연결하는 하수관거 설치작업을 하면서 흙막이 지보공을 제거한 상태에서 굴착 장소에서 공구를 챙기러 내려갔고, 붕괴된 지반에 매몰돼 같은 날 오후1시18분경 흉복부 다발상 손상으로 사망(이 사건 재해)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가. 하청 관계자들

이 사건 공사의 현장소장인 S사 안전보건관리책임자는 관리감독자로 하여금 지반의 붕괴 등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한 작업을 결정하고 작업을 지휘하도록 하는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굴착작업을 하는 아래 장소에 출입금지 등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 공사를 만연히 한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하게 했다며 산업안전보건법위반(치사), 업무상과실치사죄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 또한 S사 법인에 대해 양벌규정을 적용해 산업안전보건법위반(치사)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

나. 원청 삼화건설 관계자들

1) 삼화건설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및 법인의 고용노동부 일반감독시 지적사항 유죄

법원은 고용노동부가 2023년 3월15일부터 16일까지 삼화건설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 확인한 6가지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부딪힘·끼임·추락·감전 방지조치)을 인정하고, 1가지 위반(질식 방지조치)을 부정했다.

2) 삼화건설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치사) 혐의 무죄

대상판결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 중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에 따른 의무는 하청 S사만 부담하고, 산업안전보건법 63조 단서에 의해 원청 삼화건설 현장소장은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고의는 도급인이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도급인에 의해 이뤄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을 원용해 부정했다.

2) 삼화건설 대표이사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혐의 무죄

검찰은 피고인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4조 3호, 5호를 의율했는데, 대상판결은 피고인이 산업안전보건법 36조에 따른 위험성평가를 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위험성평가를 실시하도록 해 결과를 보고 받았으므로 중대재해처벌법 4조3호 의무를 이행했다고 판단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4조5호 의무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평가를 하는 등 이행하지 않았으나,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은 공사시방서와 안전관리계획서에 기재돼 있는 작업방식을 따르지 않고 굴착 장소에 되메우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흙막이 지보공을 철거하고 그 굴착 장소에 근로자의 출입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하청 S사의 근로자인 작업반장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에 불과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4조5호 위반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4조3호 의무는 이행했고, 시행령 4조5호 의무 미이행은 이 사건 사고와 인과관계가 부정된다는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 성립을 부정했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 판결로 사법권의 정당성을 상실시켰다. 먼저 하청 S사 현장소장에 대한 혐의는, 대상판결 판시에 의하면 피고인이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하청 S사의 작업반장의 과실로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지, 안전조치의무 위반에 대한 고의는 별도로 판단되지 않았는바, 업무상과실치사죄만 성립하고 산업안전보건법위반(치사)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러한 결론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굳이 이를 지적하는 것은 원청에만 적용된 고의 부인 주장을 하청에 배제함으로써 대상판결의 논리성이 없음을 논증하기 위한 것이다(재판장이 하청 현장소장은 잘못된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한 경우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원청 관계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과 마찬가지로 “그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무엇보다 대상판결은 ①원청 관계자들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 ②원청이 부담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안전조치 의무 범위를 축소하고 ③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고의 부정 주장을 받아들임으로써 개정 전 산업안전보건법과 같은 태도를 취했고 ④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형식적으로 이행했음에도 의무 이행을 인정하고 ⑤상당인과관계를 직접적 인과관계로 축소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사문화했다.

①업무상과실은 법령, 계약뿐만 아니라 조리에 의해서도 인정될 수 있으며, 안전배려의무 미이행을 이유로도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다(대법원 1988. 10. 11. 선고 88도1273 판결, 2002. 5. 31. 선고 2002도1342 판결 등 참조). 원청 삼화건설 현장소장이 공사시방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이 사건 사고 재해자 사망에 대한 안전배려의무 미이행도 없다고 할 수 있는가. 삼화건설 대표이사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의 축소사실인 업무상과실치사죄 성립 여부는 왜 판단하지 않았는가.

②법원은 이미 “산업안전보건법 63조 단서에서 정한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도급사업주의 별다른 조치 없이도 관계수급인과 그 근로자가 취할 수 있는 단순한 안전조치를 의미하는 것이고, 위 단서 조항의 추가가 도급사업주가 부담하는 안전조치의무의 범위를 축소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며(청주지방법원 2023고단1464, 2024노1303), 도급인이 산업안전보건법 63조 단서에 의해 안전보건규칙에 따르는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배척했다. 대상판결은 선례에 반하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취지와 배치된다.

③역사적으로 원청 사업주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고의 부인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외면받은 산업재해 노동자 유족들에 국민들이 공감했고, 위험의 외주화라는 구조적 불합리함을 개선하고자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이 이뤄졌다. 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받아들여진 법 논리를 전면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받아들이는 건 역사에 대한 무지인가, 양심의 부재인가.

④법원은 위험성평가가 형식적이고, 사고현장의 특성을 반영한 실질적인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한 것이 아니라는 점, 위험요인에 대한 평가일부 누락, 일부 작업의 위험성 개선이 이뤄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4조3호의 형식적 의무이행은 실질적 의무이행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2고단3255, 대구지방법원 2023고단3905 판결 등). 대상판결은 형식적 의무이행인지 실질적 의무이행인지 판단하지 않고 의무이행을 인정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⑤이 사건 사고와 직접적인 인과관계 있는 관계자의 과실만으로 원청의 책임을 완전히 면해 주는 것은 책임 전가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작업지시서상 올바른 작업방법을 공유하고, 하청에서 그대로 안 하면, 원청 의무 불이행은 재해와 무관하고 전부 하청 책임이라는 건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부합하는가. 법원은 책임 전가 논리에서 벗어나고자 유죄 판결이 선고된 39개의 판결에서 인과관계 판단과 관련해 법 논리상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 사이의 1단의 인과관계,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과 중대재해 사이의 2단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2단의 구조로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해 왔다. 대상판결은 선례를 하나라도 참조한 것인가.

대상판결의 재판장은 입법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으로 천명한 안전을 중시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국민의 뜻을 완전히 무시했다. 독일 모든 판결문의 첫 문장은 “국민의 이름으로(Im Namen des Volkes)”라고 기재돼 있다. 이는 법치만능주의를 경계하고자 사법권 정당성의 근원은 국민에게 있음을 자각하기 위한 방편이다. 법원은 주권자인 국민을 두려워해야만 한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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