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6-04 07:42
코로나19 확산 시기 집회 제한은 ‘헌법상 기본권’ 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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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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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5. 5. 15.선고 2024도19180]
1. 사실관계
피고인들은 시민단체 ‘비정규직이제그만’ 구성원으로서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주제로 2020년 5월1일, 2020년 6월20일, 2020년 11월13일 각 집회를 주최했다. 참석자 수는 2020년 5월1일 집회 450여명, 2020년 6월20일 집회 200여명(위 두 집회에 대해 경찰은 서울시 고시상 혼잡장소를 이유로 집회를 제한한 바 장소위반의 위법으로 봄), 2020년 11월13일 집회 250여명(서울시 고시상 100인 인원 제한에 위배된 것으로 봄)이다.
이에 검사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49조1항2호, 동법 80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4조4항3호 위반으로 기소했고, 법원은 1·2·3심 모두 유죄의 판결을 내렸다. 본 사건에서 변호인은 감염병예방법 해당 조항 및 이에 근거한 서울시 고시가 포괄위임금지원칙, 법률명확성원칙, 법률유보원칙에 반하고 헌법 21조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는 점을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법원은 이 신청을 기각했고 최종 판결문에서도 위 해당 조항 및 고시가 위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시했다. 유죄판단의 근거가 된 감염병예방법 해당조항의 위헌성이 핵심쟁점이었으므로 이를 중심으로 판례를 평석하겠다.
2. 쟁점 및 사안의 적용
가. 요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경찰이 집회시위를 제한하면서 감염병예방법과 이에 기한 각 지자체의 고시를 근거로 삼았다. 본 사건에서는 감염병예방법상 집회제한 또는 금지, 그리고 위반시 형사처벌하는 규정 및 이에 기한 서울시 고시가 헌법 21조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가 쟁점이 됐다.
변호인은 위 규정 및 고시가 포괄위임금지원칙, 법률명확성원칙,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므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위헌인 법률에 근거해 기소한 본 사건은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는 변론이었다. 위헌주장 근거는 다음과 같다.
나. 감염병예방법 해당조항 및 지자체 고시의 위헌성
본 사안의 감염병예방법 해당조항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감염병예방법 제정 이전에는 집시법상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의 직접적·가시적·제한적 위험과의 비교형량을 통해 집회의 자유가 제한됐다면, 이제는 감염병예방법 49조1항2호에 의해 전염이 가져올 간접적·잠재적·확산적 위험까지도 그 비교형량에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그런데 감염병예방법에서 규정하는 ‘위험’발생이 불확실하고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 상당한 문제다. 즉 구체적, 과학적 사실확정이 아닌 행정부의 당위성 판단, 여론추수적 판단이 크게 작용할 우려가 커졌다는 점이다. 사안의 경우 이 사건 서울시 고시에는 집회를 제한하는 과학적, 객관적 근거 제시가 전혀 없다. 서울시 고시에는 서울시장의 명령, 선언만이 담겨있다. 이에 하급심 판결들은 감염병예방법 해당조항에 근거한 지자체의 고시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판단해 집회금지가 위법하다고 한바 있다. 심지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례도 2024년 12월12일에 나왔다. 아래와 같다.
다. 대상 판례와 결론을 달리한 사건들
(1) 행정법원 가처분 사건
서울행정법원은 2021년 9월24일 2021아12380 결정에서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시내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서울시 고시와 이게 근거한 집회 금지 통고를 위헌 무효라고 판단해, 신청인들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인천지방법원은 2020년 9월20 일 2020아5319 결정에서 부천 시내 10인 이상의 집회를 금지한 부천시 고시에 근거해 집회 금지 통고를 한 사안에 대해 집회 장소의 구조, 예상되는 집회 규모를 고려해 피신청인들이 행정력을 동원해 이 사건 집회에서의 방역수칙 준수, 집회 조건 준수 등을 통제할 여력, 주변 행인을 보호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신청인들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2) 본안 하급심
뿐만 아니라 가처분이 아닌 본안 사건에서도 하급심은 서울시 고시에 대해서 “이 사건 행정명령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위법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 감염병의 발생과 유행을 방지해 국민 건강의 증진 및 유지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감염병예방법의 취지와 아울러 실외에서 이루어지는 집회는 실내에서의 활동에 비해 일반적으로 비말의 전파 등에 의한 감염의 위험성이 크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춰보면,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이 사건 행정명령은 종교의 자유 등 다른 헌법상의 자유를 제한하는 같은 시기의 다른 서울특별시 고시와 비교해 최소의 침해를 가져오는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서울남부지법 2024고정378)고 했다. 같은 취지로 충청북도 고시 및 청주시 고시가 위법이라는 판결(청주지법 2023고단1282)이 있다.
(3) 대법원
나아가 대법원에서도 2024년 12월12일 감염병예방법 위반 집회사건에 대해 유죄 판결의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례가 나왔다(대법원 2022도17089). “이 사건 행정명령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위법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 “ 이 사건 행정명령은 그러한 행정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 중 가능한 최소한의 침해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코로나19는 밀폐·밀접·밀집된 상황에서 비말에 의한 전파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옥외집회는 천장이 없거나 사방이 폐쇄되지 아니한 장소에서 개최돼 비산하는 비말의 농도가 낮을 수밖에 없고, 실내와 달리 충분한 거리두기가 비교적 용이하므로 코로나19의 확산 위험성이 실내 활동보다 덜하다. 그런데도 원주시장이 이 사건 행정명령에서 집회를 제외한 나머지 ‘여러 사람의 집합’에 대해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기준을 적용해 실내에서 개최되는 50인 미만의 일반적인 행사나 축제 등은 허용하면서도, 옥외에서 개최되는 집회에 대해서만 전면 금지를 명한 것은 비례성을 갖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상 판례와 정반대의 결론이다.
(4) 소결
위 대법원 참고 판례가 인용한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의 원칙이 중요하다. “집회의 금지는 원칙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해 허용될 수 있다. 집회의 금지는 집회의 자유를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 즉 집회참가자 수의 제한, 집회 대상과의 거리 제한, 집회 방법? 시기?소요 시간의 제한 등과 같은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적인 수단이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 13846 판결, 헌법재판소 2018. 6. 28. 2015헌가28 등 결정 참조). 본 사안의 경우 위 하급심 및 대법원 판결 내용들과 같이 위험성이 크지 않았고 따라서 서울시고시는 위법하다고 봤어야 한다.
라. 사안의 경우
2020년 5월1일 당시 신규확진자는 9명이고, 서울 지역의 확진자는 1명에 불과했고, 신규확진자 중 8명이 해외 유입 확진자였으므로, 서울 지역 내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성이 비교적 심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아가 이 사건 이후인 2021년과 비교해보면 이 사건 당시인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현저히 낮았다. 즉 ①2021년 1년간 일 평균 확진자가 2천명을 넘는 사실, ②특히 2021년 12월은 일 평균 확진자가 6천명을 넘는 사실, ③피고인들이 집회신고를 할 당시와 집회가 있었던 각 2020년 4월5일의 일 평균확진자수는 각 30명, 24명에 불과하다는 사실, ④2020년 5월1일 집회 이후 확진자가 거의 증가하지 않거나 오히려 감소한 사실(2020년 5월3일 8명, 2020년 5월4일 3명, 2020년 5월6일 4명)이다. 그리고 심지어 2020년 5월1일 당시 전국의 국내 확진자수 발생이 단 1명(서울에서만 1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점은 이 사건 당시 코로나19의 감염 위험성이 현저히 낮았다는 점을 넉넉히 보여준다. 검사와 법원 역시 위 사실관계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3. 판례의 의의
가. 판결 요지
대법원이 그대로 인정한 원심판결의 요지는 크게 3부분으로서 아래와 같다.
① 2020년 4월28일, 2020년 6월19일자 집회금지통고는 서울지방경찰청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높아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함’을 이유로 한 것으로, 위 집회 금지 통고는 집시법 5조1항2호에 따른 것으로 적법하고 위헌·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② 감염병예방법 49조1항2호, 80조는 죄형법정주의 원칙 및 포괄위임입법 금지 원칙이나 죄형법정주의원칙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고,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해 집회?시위의 자유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③ 피고인들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고의에 관해, 이 사건 집회 당시 발령된 서울특별시 고시 2020-85호는 특정 장소에서의 집회를 전면 금지하고 있고, 피고인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는 별다른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나. 평가
대상 판례는 감염병예방법 해당조항이 헌법 21조 집회·결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 대해 과소하게 판단했고, 이 사건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심리하지 아니하고 만연히 법률위반이라고 봤다. 이와 같이 법원이 법률의 위헌성을 판단하면서 기본권 충돌여부에 대해 정밀하게 살피지 아니하고, 법률적용시에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심리하지 아니한 채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의 확산우려라는 기소목적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굳어진다면 국민 기본권 침해, 사실관계 심리미진으로 인한 억울한 처벌의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요컨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감염병예방법 49조1항2호, 80조 및 서울특별시 고시 2020-85호는 포괄위임금지원칙, 법률명확성원칙, 법률유보원칙에 반하고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점 △피고인들에게는 이 사건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하려는 고의가 없었고 코로나19 방역을 이행하려 최선의 노력을 했다는 점 등에 비춰보면 대상 대법원 판례가 그대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법리오해, 사실오인,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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