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6-23 09:36
노조 조합원의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한 근로관계종료는 부당노동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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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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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건의 경위
가. 회사의 A에 대한 기간만료 근로계약 종료 통보
A는 2021년 3월11일 구직 사이트에서 이 사건 회사(㈜유신)가 게시한 ‘정규직 채용공고’를 보고 채용에 지원했다. 그런데 공지와 달리 회사는 A와 기간을 1년으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향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고 얘기했다. A는 이러한 회사의 말을 신뢰해 성실하게 근무했고, 2022년 3월22일 회사와 A는 근로계약을 1년 연장했다. 얼마 후 회사에 2022년 5월2일자로 노조가 설립됐고, A는 같은해 6월17일 노조에 가입했다. 회사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던 약속과 달리, A에게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됐다며 2023년 3월21일자로 계약종료를 통지했다.
나.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회사는 노조가 생기자마자 즉시 조합 활동 탄압에 착수했다. 회사 대표이사는 임원진 회의 등에서 “노조를 힘들게 해서 빨리 노조를 끝내야 한다”, “아무튼 노조 없어져야 되지 않겠냐”라고 발언하거나, 분회장과의 면담에서 “나는 노조 안 좋은 것 같다”, “노조가 생기면 우리 관계가 안 좋아진다”라고 얘기했다.
또한 회사는 노조가 설립되고 3개월 만인 2022년 8월1일 A에게 대기 발령 조치를 내리고, 8월8일부터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회사 대표이사는 징계 과정에서 “징계사유가 부족하니 내용을 추가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결국 2022년 12월16일 A를 포함한 조합원 4명에 대해서 정직, 감봉 등의 징계처분이 내려졌다(이후 노동위원회에서 위 징계처분은 부당징계 및 불이익취급 또는 지배 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고 인정됐다).
회사는 A에게 계약 종료를 통보하기 전에도, 조합원 중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 B에 대해 2022년 9월14일 근로계약 기간만료를 통보해 해고했다. 2019년 1월1일 이후 채용된 기간제 근로자 중 기간만료를 이유로 근로계약이 종료된 근로자는 B가 유일했다.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비조합원은 문제없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충북지방노동위원회는 B에 대한 근로계약 종료 통보를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고, 중앙노동위원회 단계에서 회사가 B를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는 것으로 화해됐다.
2. 노동위원회의 판단
중앙노동위원회는 A에게 정규직 전환 기대권이 인정되고, 정규직 전환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기간만료만을 이유로 근로계약 종료 통지를 한 것은 합리적 이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부당노동행위 해당 여부에 대해서는, 설령 회사의 조합원들에 대한 부당징계와 부당해고가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①A에 대한 계약만료가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기인했다고 볼 객관적 입증자료가 없고, ②회사의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 등에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명시적 규정이 없으며, ③회사에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관행이 확립된 것도 아니므로 A에 대한 부당해고가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노동위원회의 판단 중 부당해고 인정 부분에 대해서는 회사가, 부당노동행위 불인정 부분에 대해서는 노조와 A가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3. 대상 판결의 내용
가. 정규직 전환 기대권 인정
대상 판결은, ①회사가 정규직 채용공고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A와는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점 ②A가 입사한 이후 기간제 근로자들 5명이 특별한 절차 등을 거치지 않고 정규직으로 전환된 점 ③정규직으로 전환된 기간제 근로자들의 업무가 A와 수행하던 업무와 다르지 않다고 보이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회사 내에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 관한 관행이 형성돼 있으며, A에게도 정규직 전환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회사는 소송에 이르러서야 A의 부실한 업무 수행 능력과 불량한 근무태도를 이유로 전환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고 다퉜는데, 대상 판결은 회사가 A와 근로계약을 갱신한 후 4개월 동안 징계를 위해 자택 대기 명령을 내렸고 끝내 부당한 징계처분을 한 정황을 고려하면, A에 대한 2022년도 근무 성적 평가 결과는 A의 업무능력 부족을 뒷받침할 타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나. 불이익 취급 또는 지배 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인정
대상 판결은 회사가 근로계약 기간의 만료라는 형식적인 이유만으로 A와의 근로계약을 종료한 것은 불이익 취급 또는 지배 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상 판결은 회사가 노조 설립 이후부터 조합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불이익을 가하는 징계처분, 고용관계 종료 등의 조치를 취한 일련의 정황이 확인되며, 회사 대표이사가 노조 설립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노조의 존재와 그에 가입한 근로자들에 대한 불만을 내비치거나 그에 관한 책임을 묻는 발언을 반복한 점에 비춰 보면, A에 대한 부당해고 역시 마찬가지로 노조 활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비롯된 일련의 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4. 대상 판결의 의미
가. 대상 판결은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은 제반 사정을 종합해 정규직 전환에 관한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는지를 기초로 인정돼야 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 사건의 경우,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A와의 근로계약 내용에 명시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보장하는 취지의 규정은 없었으나, 대상 판결은 회사가 채용공고에서 ‘정규직 근로자를 채용한다’라고 기재한 점을 A에게 정규직 전환 기대권에 관한 신뢰를 부여하는 주요한 선행 행위로 봤다.
회사는 채용공고에 기재된 정규직의 고용 형태가 단순한 오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나, 대상 판결은 이러한 주장을 배척하고, 회사가 A에게 향후 정규직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줬을 것이라는 주장에 더욱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나 경위를 정규직 전환에 대한 ‘신뢰관계’가 형성됐는지를 판단하는 데 적극적으로 고려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나. 대상 판결은 회사의 A에 대한 근로계약 종료는, 앞서 있었던 부당징계, 부당해고와 함께 회사의 노조 활동에 관한 부정적 인식에서 비롯된 일련의 행위이므로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용자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존재 여부를 추정할 수 있는 모든 사정을 전체적으로 심리 검토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 회사 대표이사의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명백히 드러나는 발언들이 녹취되어 입증자료로 제출됐고, 인접한 시기에 회사의 조합원들에 대한 부당징계 및 부당해고가 있었으며, 그러한 선행행위들이 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 사정이 있었다. 그런데도 중앙노동위원회는 회사의 A에 대한 근로계약 종료 행위에 대해서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추단할 만한 객관적 입증자료가 제출되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있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고, 입증책임은 노조에 있다. 이 사건은 여러 입증자료를 통해 회사의 노조 혐오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안이다. 그런데 이런 사건에서조차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노동행위를 판단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대로라면, 사용자가 일련의 선행행위를 통해 노조 활동에 대해 보복하고 노조의 조직력을 약화하려는 의도가 명백히 드러냈더라도, 노조는 개별 행위마다 매번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처음부터 다시 주장 입증해야 한다.
대상 판결은 회사가 조합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불이익을 가하는 조치를 취한 정황을 바탕으로, 회사의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회사의 A에 대한 부당해고로 이어졌다고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없음을 입증하도록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사용자가 일련의 부당노동행위를 해왔다는 점이 인정됐다면, 그 이후에 발생한 행위들에 대해서는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할 책임을 사용자에게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본다.
박남선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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