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12-0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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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클린룸 청소노동자 유방암, 법원 “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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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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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농도·복합 노출도 발병에 영향 … 청소노동자 노출 과소평가 안 돼”
김미영 기자 입력 2025.12.04 16:22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7년9개월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라인 청소를 해 온 여성 하청노동자의 유방암이 업무상 질병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전리방사선과 유기용제 등 저농도·복합 노출이 장기간 누적돼 유방암 발병 또는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앞서 근로복지공단은 “노출 정도가 미미하다”며 산재를 불승인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판사 박은지)은 손아무개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손씨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삼성디스플레이 생산설비가 설치된 클린룸과 보조설비층에서 하루 평균 8시간 파티클 제거·바닥 청소를 했다. 방진복을 입고 밀대와 면포로 청소하는 업무 외에도, 배관에서 새어 나온 화학약품의 색깔·냄새·테스트지 반응을 확인해 신고하고 시약 공병 회수박스를 옮기는 일도 맡았다. 손씨는 2019년 왼쪽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공단은 “유해물질 노출 빈도와 정도가 공정 오퍼레이터보다 낮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근로복지공단 “공정 오퍼레이터보다 노출 적어”
법원 “생산라인 전체 청소, 노출 더 다양”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OLED 제조공정 특성상 생산설비·이오나이저·세정기 등이 전리방사선과 극저주파 자기장을 발생시키며, 공정 전반에서 벤젠·포름알데히드·산화에틸렌 같은 유기용제가 사용되는 점을 지적했다. 손씨가 생산라인 전체를 이동하며 청소한 점을 고려하면 “특정 공정에 머무르는 오퍼레이터보다 노출되는 유해물질의 종류가 오히려 더 다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단이 제시한 작업환경측정 결과에 대해서도 법원은 “측정 시기·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그대로 신뢰하기 어렵다”며 기준 미만 수치라고 해서 발병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작업구역의 방사선량은 항공 승무원의 연간 우주방사선 피폭량에 근접한 수준(최댓값 2.74밀리시버트)이었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법원은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단이 앞뒤가 맞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같은 공장에서 청소업무를 해 온 다른 노동자의 유방암은 산재로 인정하면서, 더 높은 노출 가능성이 있는 클린룸 청소노동자의 유방암만 부정한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원이 의뢰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역시 “각 물질의 노출 수준이 단독으로는 유방암 발병에 영향을 미칠 만한 수준이 아닐 수 있으나, 복합·누적 노출의 상승작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소견을 밝혔다. 손씨에게 가족력·기저질환·비만·흡연 등 개인적 소인이 없고, 2018년 유방암 검진에서도 이상 소견이 없었다는 점도 고려됐다.
유해물질에 복합·누적 노출 가능성 인정
“청소노동자 산재 사각지대 드러난 판결”
법원은 “업무와 직접적 관련성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더라도, 업무가 발병 원인 위에 겹쳐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다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공단의 불승인 처분을 취소했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노출이 적다”는 이유로 산재 인정이 쉽지 않았던 반도체·디스플레이 청소노동자들의 질병과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강은희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반도체 제조공정 노동자 곁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의 산재는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공단이 현실을 인정하고, 제조공정 오퍼레이터와 마찬가지로 각종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하청노동자의 산재 신청을 더 이상 불승인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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