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화이앤피 대표 징역 1년, 법인 벌금 8천만원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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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기자 입력 2025.12.11 07:30
1톤이 넘는 코일강판을 되감던 노동자가 회전축을 이탈한 강판에 크게 베여 숨진 사건에 대해 법원이 경영책임자에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회전축 이탈 위험이 반복적으로 나타났지만 안전장치가 전혀 없었다”며 “근로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해 책임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법원은 사망사고 이후 외부의 안전진단을 받고 정기 안전교육을 실시했다는 점을 감형 사유로 꼽았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삼화이앤피 김아무개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에 처했다. 법인 삼화이앤피에는 벌금 8천만원을 부과했다. 삼화이앤피는 1977년 설립된 금속 가공제품 제조업체로 인천 남동구 남동공단에 공장을 두고 있다. 프레스 금형 제작과 프레스 부품 가공, 자동차·핸드폰·반도체 장비 부품을 생산하며, 공장에는 프레스기 32대와 언코일러가 설치돼 있다. 회사쪽 공시에 따르면 상시노동자는 70명 안팎이다.
덮개·울 하나 없이 1톤 코일강판 되감다 사고
“위험성평가 안 해” … 법원, 경영책임자 의무 위반 인정
사고는 2022년 7월22일 오전 9시40분께 삼화이앤피 제조1팀에서 발생했다. 사고 당시 피해자 D씨(57)는 프레스기에 연결됐던 불량 코일강판을 다시 언코일러로 되감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1천180킬로그램에 이르는 코일강판이 회전축을 벗어나면 작업자 쪽으로 튀어나올 위험에도, 현장에는 덮개·울·슬리브 등 기본적인 방호장치 하나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회전축에서 벗어나 휘말리던 코일강판은 결국 D씨 쪽으로 떨어졌고, 강판 옆면에 베인 깊은 상처는 감염으로 이어졌다. 그는 치료를 받았지만 패혈증 등 합병증이 악화해 한 달 뒤 사망했다.
재판부는 “코일강판이 회전축을 이탈해 근로자 쪽으로 떨어질 위험이 상존했음에도 언코일러 주변 위험 부위에 덮개나 울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며 “경영책임자는 사업장 특성에 맞는 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를 마련하고 위험성평가 결과를 점검했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다만 법원은 김 대표의 반성과 사후조치를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대표는 잘못을 인정했고, 유족과 원만히 합의해 처벌불원 의사를 받았다. 또 사고 이후 외부 안전진단기관 조언에 따라 사업장을 개선하고 정기 안전교육을 실시했으며, 동종 범행 전력이 없는 점도 참작됐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으며, 경영책임자로서 그 책임은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사고 나면 고치면 된다” 잘못된 신호 우려도
이번 사건은 △회전축 이탈 위험이 반복적으로 존재했고 △안전장치가 전혀 없었으며 △위험성평가가 형식적이거나 부재했고 △경영책임자 의무가 이행되지 않은 전형적 중대재해 유형이다. 그럼에도 유족 합의와 사후 개선이라는 반복적 감경 요소가 다시 적용되면서 실형은 피했다.
노동계와 법조계는 사후조치가 사전 예방의무를 사실상 상쇄하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으로 노동자가 숨진 사건에서 법원이 “사고 이후 고쳤다”는 이유를 감형 사유로 인정하는 것은 결국 “사고가 나면 고치면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사업장에 줄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15일 ‘중대재해 처벌과 양형’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범선윤 광주지법 순천지원 부장판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범죄와 양형기준’을 발제하며,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정지원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판사·김동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토론에 참여한다. 지난 5월 법무부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 제정을 공식 요청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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