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상식

최신판례

Home|노동상식|최신판례

 
작성일 : 25-12-21 15:00
‘생명 유지에 필요한 일상생활 동작’ 범위, 어디까지?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  
대법원 “최소 인간다운 삶 유지 필요” … 산재 ‘수시간병’ 해석 넓혀

김미영 기자 입력 2025.12.19 07:30

장해는 때로 간병을 필요로 한다. 산재보험에서는 하루 종일 곁에 붙어 있어야 하는 간병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일상생활 중 일부만 타인의 손이 필요한 간병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재해노동자의 삶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장해등급이 갈리고 보상 수준도 달라진다.

업무상 재해로 뇌 손상을 입은 한 노동자의 장해등급을 둘러싼 사건에서 대법원이 이런 경계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수시간병이 필요한 ‘생명유지 동작’을 호흡·연하(삼킴)·배뇨·배변·체위 변경 같은 최소 생존행위로만 좁게 볼 수 없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반복적 생활 동작까지 포함된다고 봤다.

1심은 공단 손, 2심은 노동자 손 들어

대법원 3부(재판장 이흥구 대법관)은 뇌출혈로 장해등급 3급3호 판정을 받은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장해등급결정처분취소 소송에서 공단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서울 용산구 B사에서 일하다가 2020년 2월5일 ‘상세불명의 뇌내출혈’ 진단을 받고 장해급여를 청구했다. A씨는 왼쪽 편마비 증상으로 오른쪽 신체만 움직일 수 있었다.

공단은 장해등급 3급3호 ‘신경계통의 기능 또는 정신기능에 뚜렷한 장해가 남아 평생 노무에 종사할 수 없는 사람’ 처분을 했다. 산재보험은 장해등급 1급과 2급만 간병 제도를 두고 있다. A씨는 자신이 2급5호 ‘고도의 신경계통의 기능 또는 정신기능장해로 생명유지에 필요한 일상생활의 처리동작에 수시로 다른 사람의 간병을 받아야 하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수시로 간병을 받아야 하는 생명유지에 필요한 일상생활의 처리동작’의 범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다. 공단은 이를 호흡, 배뇨·배변 등 최소한의 생명 유지 행위로 좁게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공단 처분을 유지했다. ‘장해등급 2급과 3급이 간병 필요성을 기준으로 구분된다’는 이유만으로 ‘일상생활 처리동작’을 곧바로 ‘노무 외의 모든 일상생활 동작’으로 넓게 해석할 수 없고, 설령 범위를 다소 넓히더라도 원고가 우측 손 기능 등을 활용해 일부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수시로 다른 사람의 간병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숨 쉬면 된다”는 기준 넘어 인간다운 삶 ‘주목’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A씨가 좌측 편마비로 좌측 상·하지를 전혀 쓰지 못하고, 우측만으로는 신체 지지·균형 유지·보행 등이 어려워 용변 처리 등 동작 전 과정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점을 중요하게 봤다. 특히 옷을 입고 벗거나 식사 동작을 수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해 “필요할 때마다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수준의 수시 간병”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은 A씨의 장해는 2급 5호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를 3급으로 본 공단 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해 취소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뇌 장해는 전신에 걸친 복합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장해 부위와 증상을 개별적으로 쪼개기보다 구체적 장해의 부위·정도와 여러 증상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장해등급을 판정해야 한다고 봤다.

또 시행규칙의 ‘생명유지에 필요한 일상생활의 처리동작’은 호흡·연하·배뇨·배변·체위 변경 같은 생존 필수 동작에만 한정되지 않으며, 이동·식사·의복 착탈·대소변 처리·개인위생·목욕 등 일상생활의 기초적·반복적 동작 상당수를 스스로 처리하지 못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에 지장이 있는 경우 그 동작들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수시로 간병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도 좁히지 않았다. 대법원은 “간병인이 항상 곁에 대기해야 하는 ‘상시’까지는 아니더라도, 재해노동자가 생명유지에 필요한 일상생활 동작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할 때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라면 ‘수시 간병’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산재 장해등급 체계에서 ‘간병 필요성’ 판단이 실제 생활 수행능력과 인간다운 삶의 유지 가능성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의미가 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오늘의 방문자 1 | 총 방문자 38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