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6-05-0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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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판결 이상기류] 법원 “한 공장 두 기업” 맞장구 근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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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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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에 민법 원칙 들이대 ‘빗질’ … 하급심, 5개 판단기준 판례 어깃장
이재 기자 입력 2026.05.04 06:30
한 공장, 같은 컨베이어벨트를 사이에 두고 일하는 노동자의 소속이 한쪽은 원청, 다른 쪽은 도급업체라면? 게다가 서로 다른 수준의 임금을 받고 휴가나 복지제도도 다르게 적용받는다면? 그동안 대규모 불법파견 소송, 즉 도급은 위장이니 원청 회사 소속 노동자로 인정하라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은 이런 현실이 가당찮다는 상식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최근 법원은 이런 현실이 가당하다고 본다. 공정이 제조에 직접적이냐 간접적이냐를 두고 나누고, 직접적인 원청의 지휘·감독을 개별 노동자가 받은 적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가른다. 연일 멈추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를 법리로 자르고 옮기고 꿰맨다.
원청 지휘·감독 개별노동자가 입증하라?
서울고법은 지난해 11월 현대제철 당진공장 하청노동자가 제기한 사건 판결에서 생산조업과 크레인 운전 업무를 수행한 노동자에 대한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했지만 설비정비와 구내운송, 수처리 업무 노동자에 대해선 부정했다.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김상은 변호사(법무법인 새날)는 해당 판결이 민법의 형식적 판단을 사회법인 노동법에 이식해 무리한 판단을 했다고 본다. 해당 판결에서 서울고법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고용관계의제 내지 고용의무는 계약자유원칙에 대한 중대한 예외로 엄격히 인정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김 변호사는 “원청의 지휘·감독과 지배에 대해 개별노동자별로 입증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태도”라며 “증거편재의 비대등적 성격, 분쟁의 계속·반복적 성격, 분쟁의 집단적·조직적 성격과 제조업 생산공정의 특성을 고려해 실질을 판단하지 않고 민법적 사고에 따라 형식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자 개인과 사용자의 권력이 대등하지 않은데 억지로 민법을 끌어다 계약자유를 설시하고, 원청이 설계한 공정이 기능적으로 연계돼 제품을 생산한다는 제조업 생산공정의 특성을 무시한 채 불법의 입증책임을 개별 노동자에게 전가했다는 의미다. 실제 해당 판결은 현대제철이 작성한 자료를 언급하지 않는다. 자료에는 현대제철이 각 공정과 업무별 투입 인원수를 정하고 사내협력업체 인원의 감축과 전환배치, 교대제 같은 근무형태 변경, 협력사 간 흡수합병 같은 사항을 결정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동희오토 1·2심 모두 ‘도제식’ 근로환경 가정
또 다른 하급심 재판부는 대법원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판례로 제시한, 근로자파견과 적법도급을 구분하는 5개 판단기준을 위계적으로 검토해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정했다. 대전지법 서산지원과 대전고법의 동희오토 1·2심 판결이 그렇다. 동희오토는 기아자동차가 완전도급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강조하는 공장이다.
동희오토 판결에서 대전고법은 근로자파견 판단요소 가운데 업무수행에 관한 지휘·명령 관계에서 도급인(기아차)의 명령을 필수적 요소로, 도급인의 사업에의 편입을 핵심적 징표로 봤다. 대법원은 2015년 두 가지 기준에 더해 △수급인(동희오토)의 독자적 권한 △업무의 한정성·구별성 △수급인의 계약 목적 달성을 위한 사업주로서의 실체 등 모두 5가지를 판단요소로 제시했는데 대전고법은 3개 요소는 부차적·보완적 요소로 판단했다. 즉, 3가지 요소가 일부 있더라도 필수적이고 핵심적 징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명백히 5개 판단요소 간 위계를 구축한 판결로, 5개 요소를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해야 한다”는 판례를 뒤집었다.
김 변호사는 “동희오토 판결과 같이 근로자파견관계 판단요소를 필수 혹은 핵심적 징표와 부차·보완적 요소로 구분해 이해하면 요소 간 종합적 판단을 저해해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른 판단을 저해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수급인의 독자적 권한은 업무수행에 관한 지휘·명령 관계에서 도급인의 지휘·명령과 양립하기 어려워 누구의 지시로 근로제공이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업무의 한정성·구별성도 도급인의 지휘·명령 및 도급인 사업에의 편입과 관련돼 있으며 수급인 계약목적 달성을 위한 사업주로서의 실체 역시 도급인의 지휘·명령 및 도급인 사업에의 편입과 관련된다”고 덧붙였다.
대전고법이 굳이 5개 요소 간 위계를 정하면서 컨베이어벨트 공정의 특성은 무시됐다. 컨베이어벨트 공정은 관리자가 직접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고 사전에 구체적인 업무목적과 순서, 방식, 요령을 정해 작업표준서나 작업지시서로 노동자 작업공간에 게시하거나 배포하는 포괄적 업무지시를 한다. 김 변호사는 “그럼에도 대전고법은 모든 지시가 일대일로 이뤄지는 도제식 근로환경에서나 가능한 개별적이고 구체적 지휘 방식을 상정하고 판단해 동희오토 공장의 실질과 맞지 않는 기준으로 판결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법률 취지 무시해 간접고용 확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의 법리를 지나치게 확대해 노동의 실질을 가린 판결도 있다. 서울지법의 현대모비스 인천 물류사업소 1심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은 “협력업체가 원청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정도로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 사정이 있을 때만 근로자파견관계상 지휘·명령”이라고 판시했다. 업무수행 과정에서 원청 직원과 했던 연락과 업무지시를 두고 한 판단이다. 즉 협력업체가 묵시적 계약관계상 원고용주 지위여야만 파견법 위반이라는 뜻이다.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란 원고용주(협력업체)에게 고용된 노동자가 3자 사업장에서 일할 때 3자의 노동자로 보려면 원고용주는 사업주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여해 3자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준으로 형식적일 관계일 때를 말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하는 5개 판단요소를 제시했을 뿐 협력업체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상 원고용주에 해당해야 한다고 판시한 적이 없다. 법조계에서 해당 판결이 ‘독단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김 변호사는 “(법원이) 중간착취금지를 천명한 근로기준법과 파견법의 입법취지를 재확인하고 존중해 근로자파견관계 판단에서 실질판단의 원칙으로 복귀해야 한다”며 “최근 법원은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 취지를 무시해 간접고용을 확대하고 파견법을 회피하려는 사용자에게 면죄부를 줘 하청노동자 보호에 미흡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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