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상식

최신판례

Home|노동상식|최신판례

 
작성일 : 26-07-10 09:17
CJ대한통운 사용자성 외면한 대법원, 하청노동자 5년 기다림 ‘물거품’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68  
HD현대중 전합 판결 ‘반대의견’ 주심에도 … 하급심 뒤집고 옛 노조법 적용 ‘발목’

홍준표 기자 입력 2026.07.10 06:30

대법원 2024두37015

 

택배기사와 교섭하라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해 CJ대한통운이 벌인 5년 소송에 대법원이 호응해 ‘원청 사용자성’을 부정했다.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시행되기 전 사건에는 종전 법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난 5월 ‘HD현대중공업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영향이다. 단체교섭의무를 둘러싼 분쟁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1·2심, 원청 단체교섭의무 첫 사례 “실질적 지배”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9일 CJ대한통운이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소송이 제기된 지 약 5년 만이자 대법원 심리 2년4개월 만이다.

CJ대한통운 사건은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따지는 상징적 사건으로 분쟁 초반부터 노사정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택배노조는 2020년 3월 △노동시간 단축 △작업환경 개선 △주 5일 근무제 도입 △급지별 수수료 체계 개편 등을 의제로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의 직접적인 계약 상대방이 아니라 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고, 중노위가 CJ대한통운의 단체교섭의무를 인정하자 사용자쪽은 2021년 7월 소송을 냈다.

‘실질적 지배력’이 재판 쟁점이었다. 1심은 2023년 1월 CJ대한통운이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했다며 노조법상 사용자라고 명확히 했다. 하청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범위나 제한의 정도가 원청 사업주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석했다. 1심 재판부는 “노조법의 사용자에는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해 사업주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없더라도 원청에 단체교섭의무가 부여된다고 판단한 첫 하급심 판결이었다. 2024년 1월 나온 2심 판단도 같았다. 이후 CJ대한통운 사건의 1·2심 판단과 같이 ‘사용자 개념’을 확장한 개정 노조법이 올해 3월 시행됐다. 개정 노조법은 사용자를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했다.

전합 판결 ‘나비효과’ …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한정”

그런데 CJ대한통운의 대법원 심리 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했다. CJ대한통운이 2024년 3월 상고한 지 2년이 지난 올해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HD현대중 사건에서 옛 노조법이 적용된 경우 단체교섭과 관련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용자 범위를 ‘근로자를 지휘·감독하면서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로 한정했다.

이러한 법리는 이날 CJ대한통운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HD현대중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반대의견을 냈던 이흥구 대법관이 주심을 맡았지만, 전원합의체 판례는 유지됐다.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이흥구 대법관을 포함한 오경미·신숙희·마용주 대법관은 옛 노조법을 적용하더라도 교섭권을 인정하지 않는 법리는 헌법 정신에 맞는 구체적 타당성을 모두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CJ대한통운 사건에서 대법원은 “CJ대한통운과 택배기사에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CJ대한통운이 옛 노조법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하급심 사건 파장 우려, “입법부 의사 존중 안 해”

잇따른 ‘원청 사용자성 부정’ 판결로 인한 우려가 제기된다. 하급심에 계류 중인 옛 노조법 적용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1심은 지난해 7월 현대제철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노조법상 단체교섭 상대방의 사용자는 반드시 근로계약 관계의 존재를 전제로 결정돼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전원합의체 판결로 상급심 판단도 같을지 불투명해졌다.

법조계는 대법원이 ‘노조법 무력화’에 힘을 실었다고 비판한다. 지난해 7월 1심에서 일부 야권을 중심으로 한 노조법 개정 움직임에 ‘불쏘시개’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옛 노조법이 적용되는 단체교섭 사안에 관해 종전 법리를 변경해 개정 노조법 규정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내용의 법리를 창설하고 적용하려는 시도는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에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택배노조를 대리한 조세화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울산사무소)는 “헌법상 단체교섭권 보장 취지에 따르면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에게 교섭의무가 지워져야 타당한데 (대법원이) 상식적이지 않게 판단했다”며 “대법원이 입법부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창설적 입법’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교섭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조 변호사는 “(사용자쪽이) 종전 인정된 교섭의제를 무시하고 산업안전 등으로 한정하거나 교섭을 지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 반발은 거세다. 택배노조는 이날 선고 직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이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한 1·2심 판결을 부정하고 훼손하려 시도하는 치졸한 몽니를 부렸다”고 비판했다. 김광석 노조 위원장은 “구법을 핑계로 오늘과 같은 판결을 했다고 해서 개정 노조법에 따라 진행 중인 원청교섭 절차가 중단되거나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진짜 사장 CJ대한통운의 실질적 지배력은 엄연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오늘의 방문자 1 | 총 방문자 38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