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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6-09-13 14:49
“폐광 전 요양 안 했어도 재해위로금 지급” 대법원 첫 판결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6  
‘요양급여 수급·신청 요건’ 적용 기준 제시 … “진폐 특수성 고려” “헌법상 평등원칙 위배” 판시

대법원 2023두53478

홍준표 기자 입력 2026.09.11 06:30

폐광 전 진폐증 진단을 받은 광산노동자가 폐광 당시 요양급여를 받거나 신청하지 않았더라도 이후 장해등급을 받으면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진폐노동자에게 석탄산업법상 재해위로금을 지급할 때 폐광 당시 ‘요양급여 수급·신청 요건’의 명시적인 기준을 제시한 첫 판결이다. 대법원은 석탄산업법 시행령을 단순히 문언대로 해석해 지급 대상을 일률적으로 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진폐증 진단받고 폐광 이후 장해등급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광산노동자 ㄱ씨 등 2명이 한국광해광업공단을 상대로 낸 재해위로금 지급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지난 2일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소송 제기 이후 5년5개월이 걸렸다. 비슷한 쟁점의 사건 3건도 연이어 같은 취지로 판결했다.

소송은 30여 년 전 탄광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진폐증에 걸리며 시작됐다. ㄱ씨는 약 15년간(1989년 7월~2004년 11월) 강원 정선군의 사북광업소에서 광부로 일했다. 그런데 근무 11년째인 2000년 5월 진폐증 진단을 받고 2004년 6월 진폐장해 13급 판정을 받았다. 사북광업소는 이듬해 1월 문을 닫았다. ㄱ씨는 2005년 1월 폐광 이후인 2007년 11월부터 진폐 합병증인 폐결핵으로 요양하다가 2020년 7월 진폐장해 11급 판정을 받았다.

ㄴ씨는 1994년 7월부터 2001년 11월까지 국내 최대 규모의 민영탄광인 강원 정선군의 정암광업소에서 일했다. 1997년 6월 진폐증 진단을 받았지만 광업소가 2001년 11월 폐광할 때까지 장해등급을 받지 못했다. 이후 2004년 진폐장해 11급을 시작으로 7급·3급 등의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재직 당시 진폐증 진단을 받았으므로 광업소에서 업무상 재해를 입었고 폐광 이후에 진폐장해가 확정됐다”며 2021년 4월 소송을 제기했다. 폐광일 당시 장해등급이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지급대상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ㄱ씨와 ㄴ씨는 각각 2천4백여만원과 8천여만원의 재해위로금을 청구했다.

1·2심 “시행령 규정은 부당수혜 차단 목적”

쟁점은 2000년 12월 개정된 석탄산업법 시행령(41조4항5호 나목)의 적용 여부였다. 종전 시행령은 재해 발생 시기와 관계없이 ‘폐광일 현재 장해등급이 확정되지 않은 자’를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으로 삼았다. 개정 시행령은 여기에 ‘폐광일 현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를 받고 있거나 요양급여를 신청한 자’라는 요건을 추가했다. 개정 시행령에 따르면 폐광 당시 요양급여를 신청하거나 받고 있지 않다면 위로금을 받을 수 없다.

1심은 ㄱ씨 등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해위로금 청구권은 시행령에 따라 구체화하는 권리인 만큼 지급 여부를 폐광 당시 시행령 문언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2심 역시 시행령 개정이 요양급여 수급·신청이라는 새로운 요건을 추가한 것으로 판단했다. 개정 당시 장해등급 확정을 장기간 회피한 뒤 폐광 때 거액의 위로금을 받는 부당수혜를 차단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문언의 한계를 넘어선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 “폐광 뒤 합병증 지급 거부, 평등원칙 반해”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진폐증을 일반적인 업무상 질병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보면서 ㄱ씨 등의 청구 취지를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진폐증에 걸리면 여러 합병증에 노출되는데, 주로 요양급여는 진폐로 인한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지급된다”며 “진폐증에 걸린 근로자는 요양급여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고, 진폐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한 시점에 비로소 요양급여를 신청해 지급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산재보험법상 장해등급·요양급여와 관련한 규정을 적용할 때 진폐증의 특징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석탄산업법 시행령 개정 목적도 하급심과 다르게 해석했다. 장기간 입원이나 휴가로 장해등급 확정을 피한 이른바 ‘나이롱환자’의 부당수혜를 차단하기 위한 개정 취지를 진폐환자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특히 폐광 이후에 합병증이 나타난 노동자만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할 이유도 없다고 못 박았다.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시행령 조항이 진폐증에도 적용된다고 본다면 ‘폐광일 후에 진폐로 인한 합병증이 발현된 근로자’를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폐광일 전 합병증이 발현된 근로자와 비교할 때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언적 해석 제동, 유사 사건 영향 전망

이번 판결은 기존 판례를 한 단계 확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은 2019년 7월 폐광 이후 진폐증이 악화하거나 판정기준 변경으로 장해등급을 받은 노동자도 ‘폐광일 현재 장해등급이 확정되지 않은 자’에 포함된다고 해석했다. 이번 판결에서는 시행령 개정으로 추가된 요양급여 수급·신청 요건 자체의 적용 범위를 직접 판단했다.

법조계는 대법원이 재해위로금의 사회보장적 목적과 진폐의 특성,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들어 지급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폐광된 진폐노동자의 재해위로금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광산노동자를 대리한 김찬영 변호사(법무법인 사람앤스마트 대표)는 “대법원이 한국광해광업공단의 단순한 문리적 해석에 따른 행정집행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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