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상식

최신판례

Home|노동상식|최신판례

 
작성일 : 26-09-14 11:48
[단독] “작업차 사서 도급팀 전환” 대법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7  
통신설비 설치기사, 사업자등록 팀장 소속돼 근무 … 대법원 “업체와 묵시적 근로계약”

대법원 2026다201518

홍준표 기자 입력 2026.09.14 06:30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작업차량을 직접 구입해 ‘외주사업자’ 형태로 일하도록 했더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외관상 도급계약을 맺고 별도의 사업자등록까지 했지만 업무수행의 독자성과 사업경영의 독립성이 없다면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다는 취지다.

차량 구입해 사업자등록 ‘무늬만 도급팀’

1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통신설비 설치기사 ㄱ씨가 통신설비 설치업체 사업주 ㄴ씨를 상대로 낸 퇴직금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최근 원심 중 원고 패소 부분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ㄱ씨는 2003년 6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약 18년간 업체에서 통신설비 설치업무를 했다. 처음에는 업체 직영팀에서 일했다. 그런데 2009년 12월부터는 사업자등록을 한 팀장 ㄷ씨가 이끄는 ‘도급팀’ 소속으로 바뀌었다.

사업주의 ‘외주화’ 계획이 도급팀을 만들게 된 배경이 됐다. 원래 업체를 운영했던 ㄴ씨 아버지는 2007년께 케이블 설치작업에 필요한 작업차량 약 30대를 마련해야 했지만 한꺼번에 구입할 자금이 부족했다. 이에 노동자들에게 직접 작업차량을 구입해 사업자등록을 하고 외주사업자 형태로 일할 것을 권유했다.

사업자등록을 한 기존 노동자가 팀장이 된 부서는 ‘도급팀’ 또는 ‘외주팀’으로 불렸고, 사업주가 구입한 차량을 이용한 팀은 ‘직영팀’이 됐다. ㄱ씨가 속한 도급팀의 팀장 ㄷ씨도 애초 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였다. 하지만 사업주 지시로 ㄷ씨는 작업차량을 구입하고 2008년 사업자등록을 했다.

직영팀에서 근무하던 ㄱ씨는 2009년 12월 ㄷ씨 팀으로 옮겼다. 그런데 사업주는 2012년께 도급팀 팀장과 팀원들을 자신의 업체 소속으로 고용한다는 내용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또 취업규칙에는 “근로자가 1년 이상 근로하고 퇴직했을 때 근속연수 1년에 대해 평균임금 30일분의 퇴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1심 근로자성 인정→2심 독립 사업자

ㄱ씨는 퇴직한 뒤에도 퇴직금을 받지 못하자 전체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과 미지급 임금·미사용 연차휴가수당 등 1억636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반면 사업주쪽은 “ㄱ씨는 하도급업자들에 의해 고용된 사람”이라며 맞섰다.

1심은 ㄱ씨의 손을 들어줬다. 도급팀장들이 업체 지시에 따라 작업했고 독자적인 수주활동을 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직영팀과 도급팀 모두 업체로부터 작업지시서와 자재·장비를 받아 일했고 작업 내용에도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ㄱ씨는 4대 보험에도 가입돼 있었다. 업체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ㄱ씨 임금에서 매달 25만원씩 퇴직금 명목으로 공제한 사실도 확인됐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ㄱ씨가 도급팀으로 옮긴 2009년 12월부터 2021년 7월까지 기간은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ㄷ씨를 ‘독립적인 사업자’로 보면서 ㄱ씨는 ㄷ씨에게 직접고용된 노동자라는 판단에서다. 2심은 ㄷ씨가 사업자등록을 했고 다른 업체에서도 상당한 매출을 올린 점을 중요하게 판단했다. 2017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다른 업체에서 발생한 매출은 3억8천만원에 달했다. ㄷ씨가 작업량에 따라 이윤과 손실을 부담했다는 점도 독립사업자라는 판단의 근거가 됐다.

대법원 “도급팀, 독립성 갖추지 못해” 파기환송

대법원은 다시 2심을 뒤집었다. 실제 업무수행 구조를 주목했다. 대법원은 “ㄷ씨나 원고가 수행하던 작업 내용과 방법이 ㄷ씨의 사업자등록이나 근로계약서 작성 전후로 달라졌다는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ㄷ씨가 별도의 인적 조직과 물적 설비를 갖추지 않았고 작업에 필요한 자재도 모두 업체에서 제공받은 점도 근거로 삼았다.

대법원은 또 ㄷ씨가 다른 업체의 작업을 한 부분에 관해 “이 사건 사업체에서 할 업무가 없을 때 사업주의 양해를 얻은 경우이거나 사업주 지시에 따라 사업주 자녀가 운영하는 회사의 작업을 한 경우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임금 결정권도 업체에 있다고 봤다. ㄱ씨는 2012년 이후 기본급은 업체에서 직접 지급받고 나머지는 ㄷ씨에게 받았다. 하지만 월급은 업체가 정한 일당에 근무현황표의 근무일수를 곱해 산정됐다.

대법원은 결국 도급팀의 독립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 냈다. 재판부는 “ㄷ씨는 형식적으로는 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의 사업을 수행한 것과 같은 외관을 갖췄다”며 “그러나 ㄷ씨는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업체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ㄷ씨가 독립적인 사업자로서 원고를 고용했다고 본 원심 판단에는 근로관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오늘의 방문자 1 | 총 방문자 382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