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6-09-1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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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알고도 13년 방치] 법원, 학교 조리사 폐암에 지자체 손배 첫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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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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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 환기시설 뒤늦게 설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 “마스크 미착용 탓” 지자체 주장 배척
이수연 기자 입력 2026.09.14 06:30
학교급식실에서 최소 12년 넘게 일하다 폐암 산재 승인을 받은 조리사들에 대한 지자체(교육청)의 손해배상 책임이 처음으로 인정됐다. 법원은 지자체가 급식실 조리 업무로 폐암이 발병할 가능성을 미리 알고도 적절한 환기시설을 갖추지 않는 등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동자를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피해자 1인당 1천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13일 <매일노동뉴스>가 확보한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3단독(판사 정선희)은 학교 조리사 9명이 대한민국과 광주광역시·전라남도·경상북도·부산광역시 지자체 4곳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근로복지공단은 2022~2024년 이들의 업무와 폐암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해 산재로 승인했다.
13년 전부터 경고된 ‘조리흄 위험’
재판부 “지자체, 알고도 노력 안 해”
재판부는 지자체들이 적어도 2010년 무렵부터 조리흄의 폐암 발병 위험을 알고 있었다고 봤다. 조리흄은 고온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로, 당시 국제사회는 조리흄이 폐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지자체들은 적절한 환기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 유해물질 발산원을 제어하는 포위식·부스식 후드 대신 캐노피식 후드를 설치했고, 이 후드는 배기량과 풍속도 부족했다.
지자체들이 조리흄 노출을 막을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고도 판시했다. 2015년 대만에서 이미 ‘포위식 공기막’의 유해물질 저감 효과를 다룬 연구보고서가 나와 있어 조금만 노력했다면 효과적인 대책을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환기시설 개선은 2023년에야 이뤄졌다. 재판부는 그사이 최대 13년간 조리사들이 상당량의 조리흄에 노출됐다고 봤다. 교육부도 2023년에야 튀김기 대신 오븐을 사용하는 등 조리방법과 식단을 개선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학교급식 노동자의 과도한 업무량도 문제로 지적했다. 초등학교 급식실 조리사 1인당 평균 식수인원은 114명으로 주요 공공기관 평균 53명의 두 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많은 조리흄에 노출됐는데도 지자체들은 위험성을 교육하거나 차단 보호구를 지급하지도 않았다.
노동자 과실 주장하는 지자체에
“폐암 주원인은 환기시설 미비”
재판부는 노동자에게도 과실이 있다는 전남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남도는 노동자가 스스로 마스크를 착용해 폐암 발병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며 과실 비율이 50%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폐암 발병의 주된 원인은 적절한 환기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데 있고 전남도가 지급한 것도 조리흄 차단용이 아닌 침방울 차단용에 불과하다”며 이를 배척했다. 부산광역시는 2017년부터 급식실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해당 지역 학교 조리사들이 최소 14년 이상 조리흄에 노출된 상태였고, 적절한 환기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이상 부산시의 과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국가에 대한 손배책임 청구는 기각했다. 원고들은 2019년 12월 이전 학교급식실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적용 대상에 넣지 않은 시행령이 위법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시행령 개정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입법부작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과제도 남았다. 원고들은 조리흄이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상 작업환경측정·특수건강진단 대상 유해인자에 포함되지 않은 점을 문제로 삼았지만 재판부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측정방법과 노출기준이 없어 이를 대상에 포함할 국가의 의무는 없다고 봤다. 다만 기준 마련을 위해 역학조사와 관리 가능성 등에 관한 전문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사건을 대리한 임자운 변호사(법률사무소 지담)는 “급식실 노동환경 문제를 제도적으로 방치한 국가의 책임이 인정되지 못한 건 아쉽지만 사업주에 해당하는 지자체의 불법행위 책임을 구체적 근거를 들어 인정한 점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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