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6-23 09:17
노무제공자 산재보험 적용 확대와 실질적인 산재예방 대책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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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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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이 일하다가 다치거나 아프지 않고서 건강하게 일하다가 은퇴하는 것이 좋다.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 업무관련 사고나 질병이 없기를 바란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산업재해에 노출된다. 산재가 발생할 경우 적절하게 치료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인데, 또한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노력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산업안전보건제도는 예방과 보상(나아가 재활)의 두 축으로 구성된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산재보상제도가 자본주의 초기에 만들어졌으며, 산재예방제도는 이후에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1884년 독일 비스마르크 정부가 세계 최초로 산재보험제도를 시행한 이후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로 확대되었는데, 사회보험 중에서도 산재보험이 가장 먼저 도입된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산재보험 제도가 보험의 원리에 가장 충실하여 사용자들 또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실업보험제도는 사용자들의 저항이 가장 컸다. 산재예방관련 제도들은 1970년대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체계적인 법과 시행기구들이 형성된다. 물론 1833년 영국의 공장법(Factory Act)에서 아동노동 및 야간노동 금지 등의 내용이 산업재해 예방의 시초라고 할 수 있겠지만, 1970년 미국의 산업안전보건청(OSHA) 설립, 1974년 영국의 산업안전보건법 제정과 1975년 산안청(HSE) 설립, 일본은 1972년 노동안전위생법 제정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1970년대에 체계적인 산재예방을 위한 법과 관련 부처들이 신설되었다.
한국은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 8장에서 “업무상 재해를 입은 경우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는 과실유무를 불문하고 재해근로자에게 보상”하도록 규정했는데, 당시 한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매우 획기적이다. 그런데 산재발생시 산재보상을 하지 않는 기업들이 더 많았고, 산재보상을 하는 경우 기업들의 보상비용 부담이 컸다. 사업주들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노동자들은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 산재보험제도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한국의 사회보험 중 최초로 1963년 산재보험법을 제정하고, 1964년부터 시행되었다. 한편, 한국에서 체계적인 산재 예방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은 1981년 12월31일에 제정되었고, 1987년 12월에 산재예방사업 수행을 목적으로 한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설립되었다. 한국에서 산재예방과 보상의 두 축은 1980년대에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산재예방 및 보상제도의 적용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1964년 산재보험제도가 시행되었지만, 초기에는 500인 이상 광업과 제조업 사업장에만 적용되었다. 상대적으로 산재발생 가능성이 낮은 서비스업 사업주들은 산재보험제도 필요성보다 보험료 부담에 대한 저항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이후 적용 업종과 사업장 규모가 점차 확대되어 2000년이 되어서야 1인 이상 노동자를 고용하는 모든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 적용되었다. 산업안전보건법 또한 1980년대 이후 두 차례 전부개정(1990년 및 2019년)을 통해 적용 범위를 확대해 왔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산재보험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확대 적용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한정되었다. 기술 발전과 함께 현대 사회의 기업규모는 점차 커지면서 사업방식 및 조직운영의 원리가 변하면서 20세기 후반부터 노동의 유연화가 진행되었다. 이로 인해 취업의 형태 및 고용관계가 다양해지면서 ‘표준 고용관계’(standard employment relationship)의 노동자수가 점차 줄어들고, 나아가 고용관계 자체가 모호하면서도 노무를 제공하는 취업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근기법상 근로자를 전재로 한 산재보험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의 증가를 의미한다.
산업구조 및 노동시장의 변화로 인한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서 2008년 보험설계사, 골프장캐디, 학습지 교사 등 일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노무제공자) 직종에 대해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적용대상을 확대하였다. 또한 노무제공자의 경우 사업주가 2명 이상인 경우와 같이 특정 사업장에서만 일하지 않는 경우에는 ‘전속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했는데, 2023년 7월자로 전속성 요건이 폐지되면서 적용대상이 확대되었다. 적용대상 노무제공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는 직종을 사후적으로 편입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즉, 계약관계가 아닌 실제 근무패턴은 사실상 임금노동자와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로 오분류(misclassification)되어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무제공자들이 있는데, 향후 이들을 어떻게 산재보험 제도로 끌어들일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한계가 있지만, 한국의 산재보험 영역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노무제공자들의 산재보험 적용을 확대해 왔지만, 2020년까지는 가입자수가 13개 직종 18만여명에 불과했다. 2021년 노무제공자의 산재보험 임의가입 요건을 강화하면서 가입자수가 76만여명으로 대폭 증가했고, 2023년 전속성 요건 폐지로 산재보험 가입 노무제공자수가 120만명에 육박하였으며, 2024년에는 144만여명이 산재보험제도로 편입되었다.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노무제공자수가 증가한 것은 확대방식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이다. 노무제공자들의 산업재해 현황을 살펴보면 가입자수 증가에 따라 산재승인자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노무제공자의 (추정)재해율은 2020년 1.45에서 이후 다소 감소해 2024년에는 0.98이다. 2020~2022년 산재보험 가입자수(분모)가 과소추계 되었을 수 있지만, 2023년 전속성 요건 폐지 이후 국세청 월 보수액 신고하고 산재보험료를 납부한 인원수로 가입자수를 파악하고 있어서 가입자수가 실제 규모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는데, 전체 평균 재해율보다 노무제공자의 재해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직종별로 살펴보면 보험설계사나 신용카드 모집인, 방과후 강사 등 재해율이 낮은 직종도 있지만,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퀵서비스 기사, 화물차주, 대리운전기사 등의 직종은 평균 재해율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노무제공자의 산재보험 확대 적용에 이어 특히 (추정) 재해율이 높은 고위험 노무제공자 직종에 대해서는 산재예방 노력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2019년 2차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으로 노무제공자(현재 14개 직종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예방을 위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와 안전보건교육도 받도록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보건교육은 최초 노무제공시 2시간 이상의 교육과 일부 노무제공자 직종에만 3개월 이내 특별교육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 노동자들은 매 반기별 6~12시간의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데, 노무제공자들은 1회성 교육에 그치고 있다. 최근 산재예방 대책으로 강조하고 있는 위험성평가의 경우 사업주의 의무이기에 노무제공자도 위험성평가 대상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노무제공자들은 위험성평가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험성평가의 핵심은 위험요인 발굴 과정에 노동자 참여, 그리고 위험요인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안전보건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데, 노무제공자들의 경우 제도의 적용을 받기는 하지만, 일반 사업체 노동자들보다 산재예방 시스템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다수의 노무제공자가 일하는 사업체(예 :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택배기사, 방문점검원 등)의 경우 노무제공자들 또는 해당 노조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함께 운영하는 것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고용관계가 불분명한 노무제공자들의 경우 불안정한 고용상태로 일하면서, 노동강도가 높고 노동시간이 긴 경우들도 있다. 이와 같은 고위험 직종의 노무제공자들에게는 산재보험 제도의 확대 적용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예방노력 또한 확대 적용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노무제공자들도 산업안전보건제도의 예방과 보상의 두 축을 통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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