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영종특별지부가 지난 8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 하는 모습.
고용유지지원금 허점 메우기’ 정부 역할 드러낸 ㈜ACS 사태회사, 불법 논란 정리해고·폐업 통보 철회 … 노사 무급휴직 지원금 신청 합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종료 전에 정리해고 사실을 공고하고, 폐업통보까지 했던 ㈜에어케이터링서비스(ACS)가 폐업 통보를 9일 최종 철회했다. ACS노동자 196명의 대량해고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고용유지지원금 제도의 허점을 드러낸 사례로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공공운수노조 영종특별지부에 따르면 ACS는 이날 오후 폐업 및 해고 통지서 철회를 공고했다. 지난 8일 노조 기자회견 직후 회사가 노조에 제안해 이뤄진 2차 교섭에서 합의한 결과다. 특별고용지원업종 무급휴직 일반절차를 신청하고, 고용안정협약지원금 등 임금보전을 위한 정부 고용안정제도를 활용하기로 했다. 순환휴직의 부서별 인원 선정 등 구체적인 내용은 실무협의를 통해 의견차를 좁힌다.
ACS는 아시아나항공의 재하청 회사다. 기내식 제조업체인 게이트고메코리아(GGK)와 도급계약을 맺고 인천·김포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과 기내물품 탑재 업무를 수행한다.
“지방노동청 지도, 제도 활용에 큰 힘”
ACS의 경우 운이 좋은 편이다. 사측의 정리해고 계획이 알려진 직후 전체 노동자 196명 중 절반이 넘는 99명이 노조에 가입했고, 적극 행동했다. 이 과정에서 중부지방고용노동청도 조력했다. 중부지방노동청은 지난 3일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무급휴직 지원 프로그램을 설명했고, 노사도 4일 중부지방노동청에 방문해 추가 설명을 들었다. 중부노동청 관계자는 “정리해고와 폐업이 근로자에게 너무 가혹하니, 노사와 접촉해 이야기를 했고 8일 노사가 대화할 수 있도록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영세 사업장에서는 이 같은 일을 기대하기 어렵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고용유지조치계획 신고 사업장은 7만9천542개로 10명 미만 영세 사업장이 77%다.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한 이후 노동자가 해고로 내몰리는 사례도 심심찮게 포착된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경기도 A리조트에서 근무하는 한 노동자는 3월부터 8월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았지만, 지난달 무급휴가 후 10월 권고사직에 들어간다고 통보받았다고 했다.
사업주가 고용을 유지하겠다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은 뒤 정리해고, 폐업을 결정해도 속수무책인 셈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고용유지 조치 기간 동안 권고사직이 발생하면 지원금을 회수하는 것 말고 행정제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ACS가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종료 전부터 정리해고 계획, 나아가 폐업 통보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정부가 특별고용지원업종의 경우 유급휴직 기간을 180일에서 추가로 60일을 늘렸지만, 사업주가 휴업수당 10% 부담을 부담스러워하며 신청을 꺼린다는 점도 해결 과제다.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속한 ACS가 추가 고용유지지원금 연장 신청이 아닌 순환 무급휴직을 하려 하는 이유도 사업자 부담 때문이다. 무급휴직 지원금 제도는 회사가 유급휴업 시행 기간을 충족한 경우 정부가 최대 180일, 평균임금 50%를 지원하는 제도다. 일반업종은 유급휴업 3개월 후 무급휴직 90일을, 특별고용지원업종은 유급휴업 1개월 후 무급휴직을 30일 이상을 시행하면 지원 대상이 된다.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강제해야”
노조 관계자는 “노동청이 적극적으로 정부 지원제도를 설명하고 제안했고, 그것이 폐업을 철회하는 데 크게 작용했다”며 “근본적으로 고용유지를 강제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최소한 회사의 경영상태를 파악하고 노동자들이 자신이 소속된 회사가 유지 가능한지 여부를 알고, 파악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ACS도 노동부가 직접 회사 경영상황을 듣고, 충분히 유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사용자도 마음을 바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현기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공항노동법률상담소)는 “ACS처럼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가능한데, 신청하지 않는 사업장도 있다”며 “사업주 선택에 따라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결정되니 노동자들은 무급휴직, 권고사직에 내몰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민 노무사는 “그전에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의무화해 휴업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GGK와 도급계약을 맺고 아시아나항공 기내 헤드폰·슬리퍼·종이컵 등을 세팅하던 A업체는 ACS처럼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고 지난 5월 권고사직을 단행했다. 현재 10명 정도의 노동자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GGK와 도급계약을 맺고 업무를 수행해 온 B업체는 아예 한국 사업을 접고 떠난 상태다.
노동부 관계자는 “(고용유지지원금 지급기간이 종료된 사업장의 경우) 고용안정 현장지원TF를 구성해 추가적인 지원책을 안내하며 신청을 유도하고 있고 고용유지지원금 지급기간 종료와 관련한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주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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